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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찬재 May 16. 2019

때때로 느린 게 좋았더라

숲도 공원도 나무도 풀도 보이지 않아.

ⓒ 이찬재

길고양이의 삶


사람들이 살던 곳, 이제는 다 허물어진 곳에 고양이가 앉아있다. 재개발을 앞둔 동네, 오래되어 위험한 건물들을 허물어야 하니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떠나야 한다. 먹이는 물론 쓰레기도 없고, 쓰레기가 없으면 쥐들도 없고……. 그래서 외롭고 허기진 고양이들이 생겨난다. 추운 날, 배고파 울어대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먹이를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참 고마운 일이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사람을 따라가지 않고 사는 곳을 지킨다’는 말이 생각난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해주신 말이었나? 그런 것 같아.



ⓒ 이찬재

너흰 단잠을 자고 있겠지


16층 아파트 거실에서 창을 열고 내다보니 갑자기 이 도시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높은 빌딩들이 어쩌자고 이렇게 붙어 있는 건지……. 숲도 공원도 나무도 풀도 보이지 않아. 새소리도 들리지 않아. 이럴 땐 훌쩍 과루자 바다로 떠나면 좋을 텐데, 같이 갈 너희들이 이제 멀리 있구나. 지금쯤 너흰 단잠을 자고 있겠지. 할아버지는 커피나 마시자고 친구와 통화하더니 바삐 나간다. 다시 멀리 바라보니 낮게 두른 산이 꼭 서울 같기도 하다.



ⓒ 이찬재

설악산에 오르며


여름의 설악산은 울창하고 푸르다. 40년도 더 지나 다시 만나게 된 산! 놀랍게도 케이블카가 있더구나. 수십 명씩 금방금방 올라갔다 금방금방 내려오는 게 참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설악산의 모습이 참 대단했어. “옛날엔 이렇게 파노라마로 볼 수 없었지.” 절로 중얼거려졌다. 눈 앞에 펼쳐진 봉우리와 저 멀리 보이는 산이 오히려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했다. 반가워하는 건지 야단치는 건지 산봉우리들의 마음을 모르겠지만. 앞사람만 보고 따라 올랐다가 뒷사람 기운에 내려와 끝나버린 산행. 그래도 난 “설악산에 다녀왔어” 말하겠지?  



ⓒ 이찬재

왜 그렇게 버티고 있었을까?


오늘 아침 일곱 시 즈음에 일어난 일이었다. 모두 일터로 가기 위해 바쁜 걸음을 옮기는 시간! 바로 우리 차 앞에서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그때 어디선가 개 한 마리가 달려와 네거리 한복판에 딱 버티고 서는 게 아니겠니? 이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을 거야.

한참 만에 파란불이 켜져 막 움직이려는데 왼쪽에서 오토바이 하나가 부릉 먼저 앞으로 나왔다. 그러자 그 개는 물론 어디서 왔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다른 개 두세 마리가 오토바이를 향해 무섭게 짖으며 달려들더구나. 오토바이, 아니 오토바이 탄 남자는 놀란 듯 부르릉 내달아 사라졌고 우리도 이내 갈 곳을 향해 움직였지만 영 마음이 이상했다. 

왜 그랬을까? 개들은. 왜 그렇게 버티고 있어야 했을까? 누구에겐가 물어봤어야 했는데, 분명 개들에게는 하고 싶던, 외치고 싶었던 말이 있었을 텐데……. 그 마음이 며칠을 가더라. 까닭 없이 미안하기도 하면서.



ⓒ 이찬재

어느 날 아침, 차 안에서 한 남자를 보았어. 짐들을 지고 또 지고 매달고…….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는 저 남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머지않아 짐을 내려놓고 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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