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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찬재 Mar 28. 2019

동물과 인간은 정말 다른 걸까

“너희에게는 내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 이찬재

우리가 다를까


개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왜일까? 개를 식구로 길러본 사람은 안다. 개에게도 기쁨과 슬픔이 있고, 외로움과 반가움이 있다는 것을. 그림 속 개에게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던 사연이 있어. 

중국 쿤밍 개 농장의 개들을 구출하기 위해 동물보호단체가 모금을 해서 스무 마리를 구조했는데, 그중 한 마리가 구조해준 사람의 손길이 닿자 눈물을 흘리더래. 얼마나 기쁘고 안도감이 들었을까? 그 순간의 개의 마음을 상상해본다.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 너무도 고마워 눈물을 흘리는 저 개는 우리 인간과 무엇이 다를까?



ⓒ 이찬재

마지막 코뿔소


아프리카 대륙 한복판에서 살던 마지막 수컷 북부흰코뿔소 ‘수단’이 숨을 거두었다는 기사를 읽었어. 동물의 멸종 위기라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마지막 한 마리라니! 힘이 넘치는 얼굴로 묵직하게 버티고 서 있는 수단이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너희에게는 내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 이찬재

동물들이 해준 말


느릿느릿 기어가는 거북이가 얼굴을 들고 날 보며 이렇게 말해주는 거야. “지나온 시간, 참으로 잠깐이었지요?”

바다사자가 누운 채 내게 이렇게 말해주지 않겠니? 가까이 다가간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뭐가 그리 궁금한가?”

이곳에 와서야 할아버지는 인간의 추악함을 알았다. 우리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은지, 어찌 그리 머지않은 내일의 일도 채 모르는지!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이 지구를 이렇게 험하게 만들어놓다니….



ⓒ 이찬재

범고래 틸리쿰


북대서양 차고 맑은 바다에서 가족과 함께 아무 걱정 없이 놀고 있던 두 살짜리 범고래는 한 사냥꾼에게 붙잡혔다. 난데없이 틸리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그는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했다. 좁은데서 매일 훈련을 받아야 했어. 우리 인간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온갖 훈련을. 

고래는 마침내 최고의 공연 배우가 되어 전 세계에서 온 관객들로부터 아낌없는 탄성과 박수를 받았다. 그렇게 뛰어 오르고 더 높이 뛰어 오르고, 두 번 세 번 텀블링하기를 어언 30여 년. 조련사를 죽인 무서운 사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던 틸리쿰. 그 마음속 울분을 조금도 알 수 없는 우리는 떠들고 또 떠들었다. 얼마 후 또다시 공연장에 불려 나가야 했겠지. 

시간은 흐르고, 그는 늙고 병들어 1년을 앓다가 2017년 1월, 서른다섯 살에 생을 거두었다. 몸길이 10미터, 몸무게 6톤에 달하는 이 범고래는 죽어서야 그리고 그리던 고향 바다에 갈 수 있었다. 이제는 차고 맑은 바다에서 자유가 무엇인지 가족과 우정이 어떤 것인지를 친구들에게 마음껏 알려주고 있겠지. 그 소리가 들리는 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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