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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찬재 Apr 04. 2019

너는 어떤 어른이 될까, 그땐 내가 없겠지

아이는 시간마다, 날마다 자란다

ⓒ 이찬재

할아버지, 호오-

지난 어느 아침.

“아로야, 어서 와라. 잘 잤니?”

“…….”

“왜, 어디 아파? 아로?”

“…….”

아로는 할아버지 침대로 올라가더니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킨다. 뭐에 부딪힌 모양이었다.

“아이고, 아프겠구나. 아로야, 할아버지가 호오- 해주면 안 아파.”

할아버지의 호오 한 번에 아로는 금세 환히 웃으며 할아버지 손을 잡아끈다. 자기 방에 가서 놀자는 거겠지. 할아버지는 아로랑 아로 방에서 종일 놀고 있구나.



ⓒ 이찬재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이에게

아로가 엄마랑 놀이방에서 놀고 있다. 지금 아로는 참 행복할 거야. 함께 노는 걸 좋아하니까. 엄마랑 있으니 더욱 즐거워 보인다. 아니, 그림 속 아이가 아로가 아니어도 좋다. 어떤 아인들 엄마랑 놀 때 행복하지 않을까.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은데. 
아! 이 그림을 세상의 모든 일하는 엄마에게 주고 싶다. 몇십 년 전 나도 일하는 엄마였지. 오랜 기간 동안 일하는 엄마였어. 그래. 아이가 늘 걱정되는 모든 일하는 엄마에게 바치련다. 그리고 엄마가 일하러 가서 조금은 쓸쓸한 모든 아이에게도.



ⓒ 이찬재

킥보드 타는 아로


킥보드 선수처럼 잘 달리는 아로를 영상으로 보다가, 아로가 넉 달 되던 어느 이른 아침을 떠올렸다. 브루클린의 아침. 일찍 잠이 깨 유모차에 넉 달 아기 아로를 태우고 나갔지. 거리는 조용하고 바람마저 고요했지만, 공원은 벌써 아이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그때 나의 눈을 끌어당기는 한 아이, 두 살쯤 되었을까? 아주 작은 아이가 글쎄 저 혼자서 킥보드를 타는데 쌩쌩! 어머나, 저럴 수가! 우리 아로도 언젠간 저렇게 탈 수 있을까? 그 아이가 얼마나 신기하고 또 얼마나 부러웠는지……. 
어느덧 훌쩍 큰 아로는 그 아이만큼 잘도 달린다. 이제 누군가가, 아니 어느 할머니가 나처럼 너를 보고 부러워하고 있을 거야. 5년 뒤 아로는 또 무얼 해내게 될까? 네가 자라는 모습을 우리가 언제나 바라보고 있다는 것 잊지 말아라.



ⓒ 이찬재

그림 보는 법


“이거 봐, 다 똑같아!” 
두 살 아로가 손가락으로 그림을 가리킨다. 네가 말하고 싶었던 건 ‘왜 똑같은 게 이렇게 많을까?’였을 거야. ‘왜 자꾸 같은 걸 그려놨지? 이상하다’ 하면서. 어른들은 이상하다 하면서도 질문을 하지 않지만, 아로는 이상하다고 큰 소리로 말한다. 네가 다섯 살이 되면 뭐라고 할까, 열다섯 살 때에는 또 뭐라고 말할까?



ⓒ 이찬재

무럭무럭 자라는구나

9개월 만에 만난 아로는 몸도 커졌지만 말과 태도, 생각도 성큼 자라 있다. 어떤 순간에 불쑥 쓴 단어나 표현에 깜짝깜짝 놀란다. 아기일 때도 그랬지만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아이의 에너지가, 가족들을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는 그 힘이 신기하고 부럽다. 

“기차놀이 하자.” 

누가 열심히 하지 않는지 감독까지 한다. 혹시 “그만 하자” 할까봐 응원도 잊지 않고. 아이고, 우리는 힘들다, 힘들어!



ⓒ 이찬재

아이의 발

아이는 자란다.
시간마다
날마다
아이는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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