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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아버지카페 딸 Dec 26. 2022

조금만 알고 싶더라도, 할아버지카페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와 나의 가게에 관심이 없다. 

한동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하면 나의 이야기를 지속성 있게 보여줄 수 있을지.


그러다, 나에게 브런치 공모전과 관련된 전화가 절대 걸려 오지 않으리라는 것이 아주 분명해진 어느 날, 그리고 어느 순간에 아주, 


명확해졌다. 


무심히 입을 비죽 거리며 열어보던 인스타 그램의 인사이트 통계가 나의 무분별한 갈피잡기에 해답을 주었다.

누군가, <징글징글하게 제자리걸음을 하는 우리 가게 매출과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를 누르고 간 방문객의 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고 해도. 일단 집계된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운이 좋을 때와 나쁠 때를 가릴 필요도 없었다. 하루에 고작해야 35명 정도가 우리 가게의 인스타그램의 계정을 쓱, 훑어볼 뿐이다. 그리고 난, 이 문제를 대단히 거만하고 시건방진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해답이 있을 거라고. 뭔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 거라고. 


그건, 인스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였고, 브런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내가 나 스스로에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그들도 그들이 몰두하고 있는 것 외에는 그다지 크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그들에게 아무런 공감대도 친밀감도 형성되어있지 않은 할아버지카페의 이야기가 무슨 큰 대수일까.


나는 애초에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아니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바꿔야 했다. 

어린애처럼, 나를 봐주지 않는다고 억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조금은 실례를 무릅쓴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가야 했다.

너무 큰 포부를 가지는 것은 금물이다. 그렇다고 이따금 나의 이야기를 들으러 오시는 여러분들을 함부로 여겨서도 안될 것이다. 그들이 내 이야기의 시작이므로. 

거기서부터 천천히. 그리고 너무 지루하지 않게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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