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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Jan 31. 2023

후회할 시간에 한 문장이라도

Self Portrait. 2023년 1월 31일 화요일, 맑음.

2023년의 12분의 1이 훌쩍 지나버렸다. 올해는 1월에 설 연휴도 있고 그래서 더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그건 다른 말로 별로 한 게 없다는 뜻. 아니면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느라 기억에 남을 일이 별로 없다는 의미. 그렇더라도 난 이렇게 살아있고, 오늘 하루도 살아냈으니 좌절하기엔 아직 이르다. 천천히 한 달을 되돌아보고 내일부터 새롭게 시작될 한 달을 어떻게 보낼지 구상해 보자.     


일단 올해는 거창한 다짐이나 결연한 의지 같은 건 없었다. 2022년 12월 31일이나 2023년 1월 1일이나 이틀 모두 평소와 다르지 않게 차분하게 하루를 보냈고, 마무리했고, 맞았다. 아, 그래도 2022년의 마지막 날은 고향 산에 올라가 한 해를 무사히 정리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다가올 한 해를 잘 보내자는 다짐을 했구나. 아직 산 곳곳에 눈과 얼음이 녹지 않아 내려올 때 꽤 고생했다. 네댓 번 넘어지며 가슴이 철렁할 때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럴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마치 내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군’이라고 속삭이기도 했다. 2023년도 이렇게 넘어지고 쓰러지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일어나 무사히 완주하리라는 그런 믿음. 


차분하게 시작한 만큼 게으르고 나태한 삶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어졌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기로 다짐했지만 한 번도 지키지 못했고, 영어 공부도 머릿속으로만 하겠다고 다짐할 뿐 책 한번 펼쳐보지 않았다. 10월부터 손 놓고 있는 단편영화 편집도 생각만 하고 언제 시작할지 기약이 없었다. 그렇게 무기력한 날들을 보내며 설 연휴를 맞았다. 연휴에는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사실 연휴 기간에도 많은 걸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결론적으로 부모님과 시간을 많이 보낸 게 가장 큰 성과였다. 

그러다가 최근 변화가 생겼다. 시동이 조금 늦게 걸린 걸까? 연휴를 끝내고 내포로 내려와 다시 일상을 이어가던 중 며칠 전부터 갑자기 열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것에 대한 보람과 기쁨을 느끼며 2월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매일 영어 공부를 하고 편집도 늦었지만 제대로 시작해 보겠다 마음먹고 어제부터 프리미어 프로 CC 공부를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잘 된 거가 맞겠지? 2023년의 12분의 1일 지났지만, 아직 12분의 11이 남았고, 그 시간 동안 난 무한하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     


생각해 보면 이달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영화를 15편 봤다. 몇 편은 리뷰도 계획하고 있는데 조만간 꼭 써야지. 또 칼 세이건의 ‘약령이 출몰하는 세상’을 포함해 4권의 책을 읽었다. 특히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640쪽 정도 되는 분량으로 이달은 이 책과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내용 모두가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지만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과 이를 위해 저자가 소개했던 감동적인 역사적 사실들은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무엇보다 6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을 포기하지 않고 완독 했다는 뿌듯함은 아마 이달의 가장 큰 성과이리라.


물론, 여전히 시작하지 못한 것도 있다. 그건 바로 창작. 큰돈을 들여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으니 제대로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콘텐츠가 필수다. 또 지금 현실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도 내 콘텐츠는 필수다.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과거를 후회할 시간에 한 문장이라도 창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2월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할 수 있는 말 중 가장 멋있는 말이네. 


과거를 후회할 시간에 한 문장이라도 창작하자.     


고맙습니다.


이달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렸던 전시회에 전시됐던 윤동주 시인 미디어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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