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Portrait. 2023년 3월 20일 월요일, 미세먼지.
지난주 수요일인 15일부터 오늘까지 6일간의 일정은 내포와 서울, 죽전(단국대학교), 충주, 그리고 다시 내포로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나름 바쁘게 살다 보니 내 삶을 기록하는 일을 뒤로 미룬 채 오늘에 이르렀다.
핑계지.
일기 쓸 시간이 없다는 건.
내가 어떻게 지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즉 내 ‘삶’을 기록하는 것만큼 내게 중요한 일이 있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는 나를 알아봐 주고 또한 위로까지 해줄 수 있는데 그 중요한 일을 띄엄띄엄하다니. 그래도 오늘은 이렇게 마음을 먹고 차분하게 지난 며칠을 돌아보며 정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우선, 수요일 저녁에 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간 뒤 목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3과목의 수업을 부지런히 들었다. 오전 10시 수업을 듣기 위해서 난 아침 6시 전에 일어나 준비했다. 수업을 모두 듣고 다시 1시간 반에 걸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하면 밤 9시 30분쯤. 대충 씻고, 간단히 저녁을 먹으면 어느새 시간은 밤 11시에 이른다. 잠시 피곤한 몸을 지탱하며 얼빠진 사람처럼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든다.
금요일에는 대학원 수업 과제를 하러 충주에 내려가느라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났다. 오전 9시 30분 버스를 타기 위해 역시 6시 정도에 일어나 준비했다. 고향 집에 도착하니 정오쯤. 점심을 먹고 난 무너져 내렸다. 지금 돌아보니 감기 기운이 있던 것 같다. 몸이 노곤해져 잠깐 낮잠을 자자고 했는데 2시간이 넘게 자버렸고, 그렇게 금요일의 오후는 지나갔다.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다시 누웠다. 나를 덮치는 피곤을 감당하기 힘들었나 보다. 목요일부터 누적된 피로에 져 금요일은 그렇게 지나가 버렸다.
토요일은 조금 기운을 차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아침부터 동영상에 담고, 아침 식사 후에 카메라를 들고 예전 내가 살았던 아파트단지에 가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이것도 대학원 수업 과제기에 열심히 찍었다. 작년까지 꽤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오니 또 찍을 게 많았다. 나간 김에 산책하며 운동도 하고 집에 돌아와 시원하게 샤워하고, 다시 대학원 수업 과제를 했다. 그러다 보니 오후가 지나갔고, 저녁에는 부모님, 큰형과 함께 동네 작은 횟집에 가 우럭회와 매운탕을 먹었다. 내가 계산해 좀 뿌듯했다.
일요일은 다시 충주에서 기차를 타고 대전역에 도착해 다시 지하철로 구암역까지 간 후 거기서 시외버스를 타고 내포로 돌아왔다. 오피스텔에 가기 전 도서관에 들러 대학원 수업 때 얘기한 책을 빌렸다. 오피스텔에 도착해서 바로 방 청소하고, 빨래하고, 샤워하고, 저녁 먹고, 뉴스 보면서 걸음걸이 만 보를 채우니 밤 9시. 4시간이 넘는 이동이 역시 힘들었는지 또 피로에 못 이겨 잠들었다. 그리고 내포에 도착하니 잠시 사라졌던 감기 기운이 다시 올라와 새벽에 몇 번을 깼다.
감기 기운도 있고, 피로도 풀리지 못해 오늘은 출근하기 정말 싫었다. 그렇지만 힘을 내 출근했고, 이렇게 무사히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오늘은 업무가 그리 많지 않아 대학원 과제에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이렇게 이 글을 쓰고 있다.
내 다이어리에는 매일 ‘영어 공부’, ‘영화 편집’, ‘프리미어 프로 CC 공부’ 등이 적혀있는데 이 단어에 체크 표시를 한 적은 거의 없다. 내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인데 도대체 왜 나는 이것들을 실천하지 않는 걸까? 아니, 왜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걸까? 시간이 부족해서? 아니다. 시간은 만들면 어떻게든 나오는 법이다. 문제는 내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하느라, 대학원 수업 듣느라, 열심히 이동하느라 바쁘고 피곤한 건 알지만 그렇다고 항상 습관처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난 이곳을, 이 수준을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반성해야 한다.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실천하자. 작심삼일조차 안되면 작심이일, 작심일일이라도 좋으니 오늘부터 달라지자.
역시 이렇게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지금 내 위치와 부족한 부분, 앞으로 해야 할 일에 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이런 통찰력으로 계속 성장하고, 성장한 만큼 내가 숨 쉬고 발 디디며 사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선한 영향력 얘기가 나오니까 생각났는데 어제 드디어 유니세프 팀팔찌가 도착했다. 적은 액수지만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마음이 세상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으로 닿기를 기대한다. 더 많이 벌게 되면 더 많이 후원해야지.
새로운 한 주의 시작, 이렇게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이번 한 주도 열심히 살아보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