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레콘

14. 말레콘

#293 베다도

by 조이진

베다도

아바나 비에하에서 시작한 전차 노선의 반대편 종점 엘 베다도는 도시 모습에서 성 이시도르 구역과는 정반대였다. 프랑스나 영국, 네덜란드 해적보다 강한 미 해병대가 아바나를 점령한 뒤로 ‘감춰진vedado’ 베다도는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바나 비에하는 돈을 벌어야 하는 가난한 자들과 돈을 쓰러 온 부유한 자들이 여러 인종으로 뒤섞여 난잡한 곳이다. 아바나의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이 많은 옛 도심이 싫었다. 그들에게 베다도는 아바나 구도심과는 완전히 다른 가능성이 있는 곳이었다. 베다도는 미국의 자본이 새로운 아바나를 건설할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지금껏 선조들이 감춰 놓은 땅이었다. 독립한 뒤 해방군 지도자 출신 가운데서도 눈치 빠르고 수완 좋은 자들이 맨 먼저 이곳에 와 터를 잡았다. 뒤를 이어 미국인 사업가들도 고급 주택과 고급 호텔을 짓고 자리 잡았다. 부유한 자들과 쿠바를 점령한 미국인들이 모인 곳에 야심 찬 젊은 쿠바 정치인들도 모여들었다. 아바나 비에하가 스페인 식민지 시대를 상징했다면 19세기의 마지막 10년과 20세기 첫 10년 사이에 개발된 베다도는 독립 이후 미국 식민주의에 점령된 말레콘 시대의 아바나를 상징했다. 그런 베다도에서 쿠바 국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건 건물을 찾은 것은 쉬웠다. 자동차가 다니기에는 비좁은 아바나 비에하의 구불구불한 길과 달리 베다도는 잘 구획된 신도시였다. 말레콘을 따라 평행하게 반듯하고 넓은 도로를 따라 길게 줄지어 새로 지은 집들은 홀수 숫자의 도로 번호를, 그 길을 바둑판 모양으로 가로지르는 길에는 짝수 숫자의 도로 번호를 붙었다. 미국 자본이 지었으므로 미국의 규칙을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자연 그대로를 정원으로 간직한 베다도는  대로를 따라 아름드리 열대의 나무들에 파묻힌 흰색 고급 저택들이 이어졌고 하얗게 회칠을 한 저택 정원들은 베고니아와 재스민, 그리고 숨을 멎게 할 만치 달고 끈적한 향을 지닌 순결한 흰 치자꽃으로 가득 차 있었다. 뉴욕의 부유층들이 탐낼 만큼 아름다운 휴양도시였다.

s-l1200.webp 아바나의 신도시 베다도. 미국 자본은 이곳을 또 하나의 맨해튼으로 만들고자 했다.


아바나 비에하와 아주 딴 판인 베다도를 지키는 경찰 대다수는 스페인 출신 사람들이었다. 쿠바가 독립한 뒤 10년 동안 4만여 명의 스페인 사람들이 다시 쿠바로 이주해 백인 이민자 중 가장 다수를 차지했다. 스페인 출신들 특히 바스크들은 모든 상업 분야에 진출했다. 구리와 니켈, 주석이 많이 나는 쿠바 섬 광산의 90%를 차지했고, 아바나의 시가 제조 공장의 절반을 그들이 소유했으며 공화국의 공무원 자리의 20%를 그들이 꿰찼다. 반면 스페인을 축출한 독립 전쟁의 주체였던 흑인들은 9%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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