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진심인 사람들
<최강야구> 시즌 3 확정 계속 야구합니다
요즘 아니 2023년 1년 동안 즐겨 보았던 예능이 있다.
출근으로 밤 10시 30분에 시작하는 본방송은 아쉽게 보지 못한다. 화요일이 공휴일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본방을 보는 꿀맛이 그렇게 좋다. 화요일 아침이 즐거운 이유는 바로 <최강야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어나자마자 <최강야구> 승패를 검색한다. 이기면 기분이 좋고 지면 아침부터 괜히 심각해진다. ‘무슨 이유였을까. 투수가 흔들렸나, 방망이가 안 터졌나, 감독님, 선수님들 괜찮을까.’ (가끔 내가 왜 이러나 현타가 오긴 한다.) 보통은 티빙으로 <최강야구>를 시청한다. 최근 그렇게 집중해서 본 예능이 있으려나 싶다.
운동하는 것보다 운동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다. 나는 그 유명한 농구대잔치 시즌에 잠실을 그렇게 들락거렸던 중고등학생 시절을 겪은 일명 ‘오빠부대’ 세대이다. 여름엔 야구장을 겨울에는 농구장을 다녔더랬다. (농구는 다음 기회에 언급하겠다.) LG 잘 생긴 내야수 오빠들을 좋아했고 고등학생 때는 LG 야구단 기록원이 되려고 했었다. 순전히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열망에서이다. 학교에서 여학생들이 전날 본 드라마 내용을 삼삼오오 모여 얘기할 때 나는 남학생들과 전날 경기 스케치하는 것에 더 열을 올렸었다. “그때 번트를 성공했어야 했어.”, “삼진을 왜 먹고 그래.” 보송한 학창 시절의 추억은 낭만이 되었고 과거가 되었다. 해마다 꾸준히 챙겨보았던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는 뽀로로와 뿡뿡이, 또봇, 카봇, 시크릿주주에게 밀렸다. 내가 살았던 시절은 베란다의 장 구석 깊은 곳 상자에 먼지와 함께 덮였다.
그런 의미에서 <최강야구>는 고딩의 나를 소환하였고 쫀쫀한 응원의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 시절 목이 쉬도록 응원했던 오빠들은 지금은 모두 더그아웃의 감독, 코치가 되었고 낯선 선수들이 야구장을 누비고 있다. LG 감독이었고 현 해설위원인 류지현, KT 2군 감독인 서용빈, SSG 단장이 된 김재현 모두 응원했던 꽃미남 선수들이었다. 야구장은 그대로인데 나의 오빠들은 현역을 은퇴하고 더그아웃에서 수신호로 작전을 날리고 화를 내고 무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시간에 씁쓸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눈을 돌려 야구장을 보면 우리의 어린 선수들이 그들의 인생을 펼치고 있다. 고딩은 이모가 되었어도 또 마음이 뺏긴다. 행복하다.
<최강야구>는 은퇴한 프로 선수들과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발된 아마추어선수들을 중심으로 아마추어인 고교야구단, 대학야구단, 독립야구단과 프로야구팀과 야구 경기하는 것을 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종종 클립 영상으로만 보다가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김성근 감독님이 합류한 시즌 2 즈음부터였다. 야구 게임의 진지함과 예능의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서 매 순간 감동으로 그렇게 울고 웃었다. 이대호가 아닌 4번 타자로 들어간 정성훈의 만루홈런은 필요한 순간 팀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간절함이 구현되어서 눈물이 났다. 현역선수들과 겨루기 위해서 은퇴선수들이 몸을 만드는 모습은 찡했다. 좋아하는 야구를 유니폼을 입고 계속할 수 있는 것에 행복해하는데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고.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발된 대학선수들을 보면 이모의 마음으로 그들의 야구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안타 치면서 잘하면 너무 예쁘고 잘못하면 혹여나 혼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었다. 김성근 감독님과 정현수, 원성준, 고영우, 황영묵 선수들의 실시간 훈련 영상도 왜 그렇게 기다리면서 보았는지 모르겠다. 80세가 넘으신 감독님은 그 나이가 되어서도 야구가 좋으신 것 같다. 한순간도 진심이 아닌 적이 없으신 그 모습에 숙연해진다. 나의 삶의 순간들은 얼마나 진심으로 채웠는지 저절로 반성이 되었다. 얼마나 나의 순간에 간절함과 사랑을 두고 살았는지 <최강야구>를 보면서 느꼈다.
생전 처음 KBO 리그 신인 드래프트를 실시간 시청하면서까지 <최강야구> 아마추어 선수들의 프로 진입을 응원했다. (우리 루키들 잘 돼야 해) 4 라운드까지 일찌감치 불려진 선수들에 안심하면서도 11라운드에 이르기까지 호명되지 않는 원성준 선수가 얼마나 마음 아픈지. 성균관대 기숙사에서 우는 엄마를 안으면서 원 선수가 눈물 흘리는 순간은 지금 떠올려도 같이 울게 된다. 함께 한 다른 선수들이 프로구단으로 가는데 남겨진 그를 연습으로 도운 것도 김성근 감독님이었다. 리더는 끝까지 돕는 사람이다. 내 일같이 돕는 김성근 감독님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최강야구>는 7할 승률을 목표로 7할을 이루지 못하면 폐지가 되는 것을 공약으로 내고 시작하였다. 올해는 그 7할을 이루기 쉽지가 않았다. 7할을 이루기 위한 대학리그 올스타와의 마지막 경기가 진행 중인 것이 지난주 방송분이었다. <시즌 3>이 기대되는 것은 모든 <최강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바람 아니겠는가. 올해는 직관을 가보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직관을 갈 수 있게 제발 이겨주세요. (이미 결과는 나 있겠지만) 이택근 선수님 (지금 코치도 기가 막히게 잘하시지만) 재활 잘해서 외야수로 뛰는 거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송승준, 장원삼 불펜 선수들 투구하는 거 보고 싶어요. (이분들 나오시면 그 자체로 뭉클합니다.) 세상에서 진심으로 대하는 보통 사람들이 끝내 잘 되는 것을 볼 있는 작은 드라마가 계속 쓰이길 응원한다. 나도 <최강야구>에 진심이다.
덧
오예. 시즌 3 확정. 대학리그 올스타전을 7대 2로 승리하며 2024 최강야구 시즌 3를 이루게 되었다. 행복하다. 행복을 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지출처 <최강야구> 포토,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