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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각자 행복한 연휴되세요

매일 글쓰기 03

by 자몽에이드


이번 역대급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두고 아무 생각이 없다. 개천절, 추석연휴, 대체공휴일, 한글날, 재량휴업에 주말이 껴서 열흘 정도 쉴 수 있나 보다. 몇 년 전부터 이런 날이 온다고 인스타그램에서 봤는데 그날이 이렇게 올진 몰랐다. 굳이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몇 달 전에도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나 보다. 나름 계획형 인간인데 말이다. 그러다 결국 이번 주가 되었네. 이번 연휴 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명절을 애들이 어린이집에서 한복 입고 전통 놀이 체험을 하고 송편을 만들어 오는 것을 보면서 실감했던 시절이 있었다. 해마다 한복 입혀서 보내는 것이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그런 실감이 끝나고서야 그 시절이 그립고 애틋해진다. 손으로 꾹꾹 눌러서 찐 송편들 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애들이 떡을 먹지도 않는다. 깨는 깨라서 안 먹고 콩은 콩이라서 안 먹고... 친동생들과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서 명절 때는 고만고만한 우리 애들과 조카들이 모였다. 모두 여섯 명인데 모이면 귀여우면서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싸우고 울고 삐지고 깔깔대고 뭐 하나를 먹어도 그렇게 조잘조잘 시끌벅적했는데 그도 한 때였다. 막내 동생네가 외국에 살고 애들도 조카들도 중학생이 되니 모여있는데 각자 놀고 각자 놀듯 모여 있다. 이 모습 또한 시간이 지나면 또 얼마나 그립고 먹먹해질까 싶다. 부모님들까지 생각하면 더 마음이 저려온다. 애들은 부쩍 큼을 느끼지만 부모님은 그보다 더한 중력으로 나이 듦을 느끼겠다. 부모님이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지면서 이렇게 집에서 모일 수 있는 날이 몇 번이나 더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더 산란하다. 그래도 막상 만나면 전 부치지 말라고, 대충 먹자고, 뭐 신경 쓰지 말라고 좋은 소리는 안 하게 된다. 평범하지만 붙들고 싶은 시간이다.



이번엔 명절 연휴를 보내고도 한 삼 사일 더 놀아야 한다. 사실 노는 것도 계획이다. 어디를 가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아무것도 안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내일 큰 아이 시험 끝나면 같이 모여서 벼락치기로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언젠가 여행을 다녀오고 큰 아이가 한 말에 빵 터진 적이 있다. "우아, 드디어 지금부터 혼자 있는다." 그 진심에 왜 그렇게 공감이 되는지 남편과 동조의 웃음을 나눴다. 함께 하면 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하는 법. 그렇다면 편안한 의자에 앉아 조금 긴 호흡으로 책을 읽고 달달한 케이크와 커피를 두고 마음대로 보내는 시간 기대해도 될까. 애들이 알아서 먹게 밀키트 좀 냉장고에 채워야겠다. 라면도 종류별로 사다 놓고. 각자 하고 싶은 거 계획하고 편하게 맘껏 하는 하루를 가지자고 제안해 봐야겠다. 하루는 쉬는 것 같이 쉬어야지. 긴 연휴 함께 각자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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