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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장세, 나는 다시 매수를 시작했다.

나의 주식 매매일지

by 유지경성

2025년 4월 7일, 오늘은 세계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진 날이다. S&P500 선물은 -5% 가까이 급락했고, 미국 증시는 지난주 단 이틀 만에 6조6천억 달러(약 9,000조 원)의 시가총액을 증발시켰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34%의 맞관세를 예고하면서, 시장은 단기적인 충격을 넘어 무역 전면전과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공포는 아시아를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일본 니케이 지수는 장중 -8.8%까지 빠지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었고, 한국 코스피 역시 사이드카가 작동되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9.7% 하락하며 20,000선이 무너졌고, TSMC는 하한가에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중국의 상하이(-7.3%), 선전(-10.8%), 그리고 홍콩 항셍지수는 -13.0%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단기간 내 여러 시장에서 거래 제한 장치가 실시간으로 발동되는 이러한 상황은, 지금 시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혼란에 휩싸여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사실, S&P500이나 나스닥이 이처럼 단기간 내 급락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 S&P500은 단 22일 만에 고점 대비 30% 넘게 빠졌고, 그 과정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연이어 발동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직후 나스닥이 하루 만에 -8% 이상 빠졌으며, S&P500도 한 주 만에 18% 가까이 급락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7년의 '블랙 먼데이'에 S&P500은 단 하루에 -20% 넘게 폭락했다.




주식시장에 사이클은 분명 존재한다.


시장은 언제나 불안과 충격에 반응해 극단적인 하락을 반복해왔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회복하며 새로운 사이클을 형성해왔다. 급락은 고통스럽지만 낯선 일이 아니며, 결국 '과도한 기대 → 충격 → 공포 → 회복'이라는 고전적인 시장 사이클 안에 지금도 놓여 있는 셈이다. 이번 하락 또한 시간이 흐르면 또 하나의 '되돌아보면 기회였던 순간'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불과 지난 25년 1월, 하워드 막스가 언급한 거품에 대한 경고처럼, 시장은 늘 순환한다. 주의 깊게 볼 점은 시장은 적절한 중간지점보다 양극단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다는 사실이다.


나는 작년 24년 11~12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처분했고, 12월 말부터 새롭게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내가 잘 이해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사업을 공부했고, 그중 몇 종목에 내 자금을 집중적으로 배분했다. 그리고 하락장에 대비해 상당한 비중의 현금을 확보해 두었다. 주식 공부를 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 중 하나는, '적절한 매도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가는 언제든 떨어질 수 있고, 그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의미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이런 급락장에서는 유일한 대응책으로 '현금 보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됐다.


언제 떨어질지, 얼마나 더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존 포트폴리오의 하락을 만회하고 회복기에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결국 현금이다. 따라서 시장이 고평가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구간에서는 현금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나는 일부 종목들을 추가로 매수했다. 마치 오늘 글을 적는 것는 조지소로스의 매매일지와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인 종목은 언급하지는 않겠다.


사실 나는 이런 사이클을 많이 경험한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에 머문 시간은 제법 되었지만, 펀드를 운용하듯 적극적으로 전략을 구사하며 대응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과거에는 삼성전자, 엔비디아,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종목을 장기 보유했지만, 그것은 전략이라기보다는 인내심의 결과에 가까웠다. 지금은 복리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보다 능동적인 가치투자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내가 내린 판단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수익률이 좋을 수도, 반대로 수익이 엉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나름의 논리와 계산을 기반으로 투자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가 수익이든 손실이든, 분명한 학습으로 남을 것이다.




기회를 인식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준비돼 있어야 한다.


나는 주식 공부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익숙한 부동산과 자주 비교한다. 예컨대, 강남 양재천 인근의 아파트를 사고 싶다고 하자. 이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실제로 수개월간 물건을 비교하고 고민하고 조사한다. 나도 아파트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 나는 단지와 동·호수, 평형만으로도 대략적인 뷰와 위치를 파악했고, 실거래가에 대한 데이터도 머릿속에 있었다. 그래서 매물이 나오면 몇 시간 안에 결정을 내리고 계약금을 걸 수 있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주식 투자에 있어서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오늘부터 매수에 나선 종목들은 작년 12월부터 Watch List에 올려두고 사업과 수치 분석을 해온 '공부된 종목'들이다. 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 적정 주가에 대한 나름의 계산도 갖추었고, 종목별로 확신의 강도에 따라 Margin of Safety를 확보해 ‘진입구간’을 설정해 두었다. 그리고 최근 시장 폭락으로 이들 중 일부가 그 구간에 진입했고, 나는 매수를 시작했다. 공부 없이 떨어지는 칼날을 맨손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나는 철저히 지키고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어떤 주식이 1만 원에서 5천 원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싸졌다'고 판단해 추가 매수했고, 다시 3천 원, 천 원으로 떨어져도 계속 사들이며 손실을 키운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자기합리화와 집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배웠다. 그래서 지금은 철저한 계산과 분석 없이 투자하지 않는다는 나만의 규칙이 생겼다.




무엇이든 오르든 내리든 감정이 아닌 냉철한 시선으로 현상을 바라봐야 한다. 지금의 하락장이 얼마나 지속될지, 얼마나 더 깊어질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주식을 시작하고 싶다면, 반드시 자신이 믿는 종목과 그 사업에 대해 공부하고, 적정 주가와 안전마진을 계산한 뒤 매수를 고려하길 권하고 싶다. 대세 상승장과 대폭락장은 생각보다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다. 그 기회를 준비한 사람만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나는 지금 그 기회일지도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 조금씩 발을 들이며 투자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려고 한다. 이 선택이 단기적으로는 경제적인 손실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나에게 더 깊은 배움과 통찰을 남겨줄 것이라 믿는다. 투자란 결국 수익을 얻기 위한 수단이면서도, 스스로를 단련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만든 성공도 있지만, 장기간 노력이 만든 성공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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