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1. 싸움 끝에 튀어나오는 말, “내가 누군지 알아?”
이름과 자리를 방패처럼 내세운다.
그러나 방패가 높아질수록, 안쪽의 두려움은 더 선명해진다.
2.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나 좀 봐줘” 하고 속삭인다.
그때 귀 기울여 주는 이가 없었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누군가의 눈길을 붙잡으려 한다.
흔들리는 마음을, 목소리와 명함으로 붙잡으려 한다.
3. 힘차게 울려 퍼지지만, 속은 여전히 허기로 비어 있다.
목소리는 커지지만, 속으로는 조용히 중얼거린다.
‘나는 나를 믿기 어렵다.’
‘나 좀 알아달라’는 어린 목소리가 남는다.
‘내가 누군지 알아?’는 말은 ‘충족되지 못한 자기애(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상처로 남은 상태)’가 바깥의 인정에 매달리게 하는 신호다.
어린 시절 채워지지 못한 인정의 허기가, 힘을 드러내는 목소리 뒤에서, 여전히 ‘나 좀 알아달라’는 어린 마음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