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1. 밤을 새우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 우리는 중독자라 부르지 않는다.
성실하다, 열정적이다, 모범생이라 부른다.
2. 술에 취하면 무너진다고 하고, 공부에 취하면 성공한다고 한다.
둘 다 몸을 망치고, 관계를 갉아먹고, 때론 자신을 잃어가는데도.
3. 그런데도 공부에는 중독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는다.
부모가, 사회가 그것을 필요로 하니까.
필요한 중독은 미덕의 옷을 입고, 사람을 조용히 삼킨다.
공부가 불안 회피의 ‘강박적 성취(불안을 피하려고 성취에 몰두하는 마음)’로 흘러갈 때, 그 중독적 양상은 드러나지 않고 사회적 칭송 속에 감춰진다.
그러나 사람은 때로 가장 칭송받는 자리에서 가장 깊이 소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