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1. 동화는 언제나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공주는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다.”
마치, 행복은 사랑과 결혼으로만 완성된다는 듯이.
2. 그러나 그 결말 뒤의 이야기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법원의 서류에 나올지, 정말 행복할지 알 수 없는데.
사랑은 다투고 지치고,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동화 속에 들어올 수 없다.
3. 행복은 관계의 이름으로만 주어지고, 개인의 삶은 결말 속에서 지워진다.
아이들은 그렇게 행복의 모양을 배운다.
어른이 되어서야 안다.
공주도 왕자도, 결말 뒤엔 다시 사람으로 산다는 걸.
“공주와 왕자의 행복”은 결혼을 이상화한 사회적 신화이자, 행복을 ‘가치조건화(‘이래야 행복하다’는 기준)’ 속에 가두어 버린다.
행복은 “살았다”로 끝나지 않고, 여전히 살아내야 하는 길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