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1. 매년 같은 말을 한다.
“올해는 다를 거야.”
그래도 대부분 다르지 않다.
내 새해 목표처럼.
2. 사람들이 묻는다.
어디 팬이냐고.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것처럼,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참 뒤에야 말한다.
“한화 팬이요.”
그러면 다들 애잔하게 웃으며, 무슨 말이라도 건넬 듯하다가 그냥 간다.
3. 한화가 이기면, 세상이 잠시 멈춘다.
사람들은 내 일처럼 웃는다.
“오늘은 이겼대요.”
“오늘은” 그 한마디가 묘하게 오래 남는다.
어제는 졌고, 내일도 질 테니.
4. 실망을 견디고, 희망을 미루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
그 꾸준한 기다림엔 묘한 품위가 있다.
줄어든 기대마저 다시 품에 안는 일.
어쩌면 그들은 팀을 믿는다기보다, 버티는 자신을 믿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5. 우리는 그렇게 산다.
자주 실망하면서도 손을 거두지 못한다.
누군가를, 오래된 꿈을, 어쩌면 어제의 자신을.
끝까지 남아 있는 마음이 얼마나 고독하고도 단단한지, 그들은 안다.
사람은 승리보다 기다림 속에서 자신을 알아간다.
패배를 견디는 마음엔, 체념이 아니라 ‘좌절 인내(실망을 견디며 다시 마음을 일으키는 힘)’와 오래된 애착이 함께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