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큰 사람이 되고자 까치발 서지 않았지
키 큰 나무숲을 걷다 보니 내 키가 커졌지
행복을 찾아서 길을 걷지 않았지
옳은 길을 걷다 보니 행복이 깃들었지
사랑을 구하려고 두리번거리지 않았지
사랑으로 살다 보니 사랑이 찾아왔지
좋은 시를 쓰려고 고뇌하지 않았지
시대를 고뇌하다 보니 시가 울려왔지
가슴 뛰는 삶을 찾아 헤매지 않았지
가슴 아픈 이들과 함께하니 가슴이 떨려왔지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詩
최근 읽게 된 책에서,
위니캇(정신분석학자)은 소아과 의사로 일을 시작했을 때 수많은 아이들의 병력을 듣는 일이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내가 흥분이 되고 가슴이 떨려와 한참을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멘토를 만났던 것 같았다.
나도 그처럼 가슴 뛰는 삶을 바라기보다 가슴이 떨려오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