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한다는 것
1. 일을 하다 잠깐 머리 식힐 겸 산책을 하려고 나왔습니다. 곧 겨울이 오려는지 바람이 차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근처 공원을 걷다 보니 찬 바람은 안중에도 없는 듯 열정적으로 싸우는 커플이 보입니다. 무슨 일일까 하는 궁금증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괜한 불똥이 튀길까 못 본 척 지나치려는데 여성분의 절규가 들립니다. “내가 몇 번을 말해, 미안하다니까!!”
2. 전후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오죽 답답하면 저렇게 소리 질러대며 사과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저렇게 표현하면 남자친구는 여자친구가 진심으로 나에게 미안함을 표현하는구나 생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커플을 뒤로하고 걸으면서 ‘사과’ 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3. 잘잘못이라는 것이 명확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관계에서는 더욱 그런데 내 관점에서 상황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과를 잘(?) 한다는 것은 상대 입장을 헤아리기도 해야 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 입장을 헤아린다는 것은 결국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하고, 내 부족함을 인정한다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4. ‘사과’를 잘(?) 할 수 있으려면 상대 입장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하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사과’의 진짜 목적은 상대와의 화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미안하다니까!!” 이 표현은 화해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잘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5. 내 실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했음에도 상대는 여전히 마음이 풀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할 만큼 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대에게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를 했음에도 상대가 마음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사과를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사과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시간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물론 기다리는 시간이 쉽지 않을 수 있겠지만, 사과한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내민 손을 잡아주기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진짜 ‘사과’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