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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한다 Aug 27. 2024

ADHD가 문제일까 내가 문제일까

또 실패

얼마 전 오랜 취준 생활 끝에 취업을 했다. 비록 작은 회사였지만 1년이 넘는 취준 생활 끝에 겨우겨우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고 드디어 오퍼를 받게 된 것이다.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당연히 디자인 포지션으로 잡을 알아보았지만 일단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꼭 디자인 포지션이 아니더라도 구직을 해왔다. 그리고 한참을 잡 헌팅을 하던 중 디자이너로 일할 것을 제안 받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여기라도 어디야 해서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드디어 어디라도 들어갈 수 있게 되었구나, 정말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다짐에 다짐을 하며 첫 출근을 했다. 사람들도 너무 좋았다. 사수께서는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셨다. 회사의 사람들은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하셨다. 너무나도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더욱 열심히 해야지 매일 같이 다짐하며 출근했고 퇴근 후에는 항상 배운 것에 대해 업무를 복기하고 끊임 없이 공부를 했다. 그런데 일이 사실 내가 하려는 디자인과는 너무 달랐다. 면접 때 이미 얘기를 한 부분이라 당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뭔지 모르게 계속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괜찮았다. 나는 정말 못해도 1년은 버티고 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일을 하면 할 수록 나는 실수를 많이 했다. 어려운건 어려워서 실수하고 기본적인 것 조차도 실수를 많이 했다. 까먹기도 엄청 까먹었다. 계속 메모하고 해야 할 일을 정리하였다. 일을 하는 내내 계속 메모한 노트를 수도 없이 들춰보며 하였다. 일을 하면 할 수록 빨리 빨리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도 계속 시달리게 되었다. 끊임 없이 메모를 하고 노트를 보며 어찌저찌 일은 하지만 해내는 일은 당연히 해내야 하는 일이었고 그런 것을 가지고 잘 했다고 칭찬해줄 사회는 존재할리가 없다. 계속해서 자잘하게 하는 실수, 매일 혼나가며 빨리 업무를 쳐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평소에도 있었던 두통이 계속해서 찾아왔다. 집을 오면 업무 공부를 해야해서 쉬어도 쉬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집안 일도 해야하고 밥을 먹기 위해 요리도 해야하고 이러다보면 시간은 벌써 잘 시간이 된다. 다음 날 또 출근을 해야 할 생각을 하면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그렇지만 어쩔 수 있나. 힘들게 들어온 회사인데 절대 그만 두면 안되지. 


그리고 몇 달이 지난 후, 나는 잘렸다. 

어떻게서든 버텨야지 했는데 내가 마음을 그렇게 먹었다고 해서 쉽게 내 생각에 따라져 주는 인생이 아니었다. 나는 또 다시 생각했다. 나만큼 잘 잘리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어쩌면 남들과 비교했을 때 애초에 부족하게 모자르게 태어난 게 맞는 것 같다. 예전에는 시간이 지나면 나이가 먹으면 남들과 똑같아 지겠지, 나아지겠지, 어쩌면 살면서 더 노력하게 되어 남들 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겠지 했는데 전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냥 나는 남들과 많이 다르구나, 부족하게 태어났구나 하고 인정하게 됐다. 나만 이상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배가 고파졌다. 갑자기 너무 한심했다. 이 와중에 배가 고픈게 말이 되나. 먹을 자격도 없는 나인데 뭐가 예쁘다고 돈을 쓰고 밥을 먹여하는 건지...모든 것이 ADHD 때문에 그런것이다 라고 생각을 하더라도 뭔가 위로가 되지 않았다. ADHD 때문에 그런거라도 어쨌거나 나는 또 실패한 것이니까. 어찌보면 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당분간은 그런 위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정말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안그래도 있던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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