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영화다. 장면마다 몰입도가 강하다. 동시에 관객을 생각하게 한다. 중요한 건 타이밍과 리듬이다. 충분히 몰입하게 하고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허락하는 리듬감이다. 부담스러운 장면에 관객이 체하지 않게 하고 차분하게 소화하게 만든다. 새해의 첫 영화로 이런 엄청난 영화를 만나서 행복하다.
영화는 프로복서 오가사 케이코의 자전적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선천성 청각장애를 지닌 케이코(키시이 유키노)는 권투 체육관 회장(미우라 토모카즈)의 가르침과 코치진의 트레이닝을 성실하게 수행하며 프로복서 자격을 갖게 된다. 맞아서 아픈 게 두려워서 링 위에서 더욱 공격적이라고 말하는 케이코에게 코치는 참 솔직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복싱선수가 맞는 아픔을 피하려고 돌진하는 건 뒷걸음질 치는 것만큼이나 수정해야 할 태도다. 케이코는 두어 차례 그 두려움을 무기로 한 돌진으로 판정승을 거두지만 끝내 그것 때문에 패배한다. 코로나로 인해 회원이 줄어들고 건강상의 이유로도 더 이상 체육관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회장은 체육관 폐쇄를 결정한다. 그 결정에 케이코는 흔들리고 회장은 끝까지 케이코를 지도하지 못함에 마음이 편치 않다. 상대를 향해 펀치를 날려 쓰러트려야 이기는 권투는 폭력을 무기로 사각의 링에서 펼쳐진다. 케이코에게 복싱의 필살기는 폭력을 피하기 위해 한발 더 나가는 것인데 회장과 코치는 그것이 복싱의 필살기일 수 없음을 가르쳐주고자 한다. 하지만 시간은 유한하다. 회장은 복싱의 필살기를 넘어 인생의 필살기를 케이코에게 가르쳐주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케이코가 차차 그것을 깨우치리라는 희망을 말한다. 영화의 영어 제목인 'Small, Slow but Steady'가 그 답을 말해주는 것 같다. 미약하고 느리지만 꾸준하게 그 깨달음을 찾아 달려 나갈 것이란 걸 영화의 엔딩이 벅차게 보여준다. <밀리언달러 베이비>를 예상했지만 <나의 아저씨>에 가까운 이야기다.
코로나 시대에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등장해서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은 영화를 판타지로 만든다. 이 영화 속 사람들은 내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다. 그 한가지만으로도 이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 진짜 이야기로 관객에게 돌진한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그런 설정까지도 완벽하게 나를 사로잡은, 2023년 첫 번째 진짜 영화로 기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