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이도 유치원은 잘 굴러간다

지팔지꼰

by 초록

지팔지꼰 : 지 팔자 지가 꼰다


2025년 3월은 2024년 3월과 달랐다. 2023년 3월과도 달랐다. 내가 작년 말부터 유치원에서 외치던 말이 있었다.


"저 진짜 내년에는 이렇게 안 살 거예요."


그리고 난 그 말처럼 이렇게 안 살고 있다. (이렇게: 유치원 일에 파 묻혀서)


뭐가 달라졌을까? 사실 많은 게 달라졌다. 첫째, 교무부장을 내려놨다. 둘째, 관리자가 달라졌다. 셋째, 3명의 기간제 선생님들이 모두 정교사(교육공무원)로 채워졌다.


2025년 3월 첫째 주부터 당차게 육아시간을 나이스로 상신할 때만 해도 불안했다. 뭐가 불안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이래도 되나 싶었다.

셋째 주 정도가 되었을 때는 퇴근하고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어색했고, 주말에 아이랑 계속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낯설었다.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지금에서야 마침내 깨달았다.

아, 내 팔자 내가 꼰 거구나.


기간제 선생님들이 다른 유치원으로 가시게 되며 조촐하게(?) 가진 회식 자리에서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궁금한 점을 남겼었다.

"선생님들, 다른 유치원 가셔서 일하시다가 우리 유치원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게 되시면 꼭 전화 주셔야 해요!!???"

다른 선생님들은 답을 알고 계셨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문제는 '나'였다는 걸.

모든 걸 놓지 못했다. 교무를 맡았으나 연구, 정보, 안전, 유치원 시스템(인력 등)을 모두 놓지 못했다. 내(부장)가 다 알고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한 선생님이 나를 보며 말했다.


"선생님은 실무를 잘 아는 원감선생님 같아요."


작년 나의 힘듦은 모두 내가 만든 거였다. 그래놓고 끊임없이 문제를 밖에서 찾으려 했다니 나원 참......


유치원은 내가 모든 걸 다 알고 있지 않아도 잘 돌아간다.

이젠, 내 가정을 잘 돌아가게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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