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교통사고

5월, 네덜란드, 끔찍했던 하루

by Diver

아이의 교통사고는 정말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그건 내 삶에도 아이의 삶에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런 일은 뉴스에서나 보는 다른 사람 일이였다.


정신이 아득했다. 작은 노란색 자전거를 타고 내 뒤를 따라오던 아이가 내 옆을 지나 앞으로 나갔다. 그 때 멈춰 있던 자동차가 출발했고, 아이는 자동차와 부딪쳤다. 아이는 자동차 밑으로 빨려 들어갔고 자동차는 그대로 아이 등 위를 밟고 지나갔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내 눈으로 모든 걸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저기 도로에 있는 아이가 내 아이인지, 방금 전까지 "엄마"라고 부르던 내 아이가 맞는지 알 수가 없었다. 5분 전에 내 눈을 보며 웃었던 아이와 도로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 아이는 연결이 잘 안 됐다. 두 아이는 몇 백 광년이나 떨어져 있었다. 머리는 내 아이라고 했지만, 마음은 아니라고 했다. 모르겠다고 했다. 눈으로 아이를 보고 있는데, 현실감이 0을 지나 마이너스로 내려갔다. 그곳은 이상한 세상이었다. 머리가 무척 차가워졌다. 순간 머릿 속에서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들렸다. 여기 저기서 아무 생각이나 막 났다. '아, 이건 뭐지? 지금 교통사고인데. 저기 아이는 내 아이인데. 이건 뭐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티비에서 봤었는데, 교통사고가 나면 사람들이 어떻게 했더라? 소리를 질렀나? 나도 소리를 질러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는 머리는 나와 또 다른 별개의 무엇인 것 같았다.


머리는 머리대로 마구 생각을 던지는데, 내 몸은 도로의 아이에게 달려갔다. 나는 바닥에 있는 아이를 끌어 안고 도로 옆으로 나왔다. 나는 늘 안던 방식으로 아이를 안았고, 아이도 늘 안겨 있는 방식대로 내게 안겼다. 머리는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어떻게 말해야 하지?'라고 계속 물었고, 입에서는 "어! 어! 어!!!" 이런 소리 밖에 안 나왔다. 계속 "어! 어! 어!!"라고 말을 했다. 티비에서 봤던 것처럼 하늘이 빙글빙글 돌지도 않았고 나도 그리 어지럽지 않았는데, 상황 파악이 잘 안 됐다. 계속 머릿 속에서 '이게 뭐지? 이게 뭐야? 지금 이게 뭐지?'라는 질문이 들렸다.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주변에서 우리를 보는 사람들이 보였다. 외국인들이었다. 아, 여기는 네덜란드지. 나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911로 전화해 달라고 영어로 말했다. (말했다고 생각한다. 확실치는 않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응급 번호는 112이다.) 그러고 나자 바로 어떤 남자가 달려왔다. 그는 내게 자신이 ER(응급실) 의사라고, 자기가 아이를 좀 봐도 되겠냐고 물었다. 나는 좋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아이를 도로 옆의 잔디가 있는 더 안전한 공간에 눕혔다. 어떤 여자가 내게 와서 자신이 의사라고 소개하며, 자신이 도와줄 일이 있냐고 물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다들 나와 아이를 쳐다보고 있었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눈을 뜨고 있었다. 오른쪽 얼굴이 좀 까졌고 코피가 조금 났다. 코피를 보자 나는 무서워졌다. 아이는 누워서 불안해하며 나를 계속 찾았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엄마 여기에 있어. 엄마 여기에 있지? 엄마가 있으니 괜찮아. 엄마 계속 여기에 있어." 이 말만 계속 했다. 나는 이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이 말만 계속 나왔다. 아이는 많이 불안해했다. 손을 잡고 있어도 "엄마, 엄마."하며 계속 나를 찾았다. 검은 별처럼 반짝거리는 아이 눈은 계속 나만 보고 있었다.


주문처럼 엄마가 있다. 엄마가 있으니 이제 괜찮다. 엄마가 여기 있다 라고 계속 이야기하는데, 누군가 나에게 잘 하고 있다고, 계속 그렇게 아이에게 말을 걸라고 했다. ER 의사는 아이를 똑바로 눕혀 여기 저기 살펴보며 아이 목에 묶인 손수건을 풀려고 했다. 아이가 감기 기운이 있어 아침에 내가 묶어준 하얀 손수건이었다. 그 손수건을 보니 갑자기 조금씩 현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의사는 아이 목이 움직이지 않도록 사람들에게 가위를 요청했고, 누가 가위를 주었다. 의사는 가위로 손수건을 자르고, 아이가 입은 상의를 다 잘랐냈다. 아이의 몸은 상처 없이 깨끗했고, 멀쩡해보였다. 아이는 계속 나를 부르다, "엄마 배 좀 만져줘. 배가 아파."라고 말을 했다. 나는 아이가 배가 아플 때 '엄마 손은 약손, 아기 배는 똥배'라고 노래를 부르며 아이 배를 만져주곤 했었다. 아이는 내게 그렇게 만져달라고 하고 있었다. 다시 현실감이 들었다. 눈물이 올라왔지만 아이가 보고 있어서 울지 못했다.


우리는 네덜란드에 온지 3달이 되었고, 아이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네덜란드 의사는 내게 아이가 무슨 말을 했냐고 물었다. 나는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말했다고 했다. 의사가 아이의 배를 살펴봤다. 배는 하얗고 깨끗했다. 경찰이 왔다. 구급차도 왔다. 주변이 더 시끄럽고 어수선해졌다. 내게 질문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경찰은 아이 이름과 주소를 묻고, 우리가 네덜란드에 거주 등록이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구급대원은 아이 몸무게를 몇 번씩 확인을 하며 메뉴얼 같은 것을 보며 약을 준비했다. 경찰은 무전기로 누군가와 계속 이야기를 했다. 의사는 아이의 몸의 여기 저기를 살펴보며 아픈지 느낌이 있는지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지 물었다. 경찰은 어깨 높이의 가림판을 쳐서 구경하는 사람들과 우리를 분리시켰다.


도로에서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린 것 같았다. 빨리 병원에 가야 하는데 마음이 급했다. 나와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정보를 전달해주던 여자 의사는 내게 와서 아이는 곧 네덜란드 최고 전문가들에게 갈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패닉 상태에서 벌벌 떨면서도 머리 한 쪽은 얼음 샤워를 하는 것처럼 계속 차가웠다. 나는 울지 않았고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나는 계속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고, 아이 옆에서 아이를 안심시켰다. 마음 한 편은 너무 걱정되고 무서워 기절할 것 같았는데, 다른 한 편은 또 냉정했다. 이런 내가 이상했지만, 냉정한 내가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나는 다른 나라에 출장을 간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아이가 교통사고가 크게 났다고, 지금 와달라고 했다. 남편은 바로 오겠다고 했다. 현실감이 들수록 안 그래도 못하는 영어가 더 잘 안 나왔다. 단어도 생각이 잘 안 났다. 나는 핸드폰 번역기를 켜고 여자 의사에게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냐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의사는 내 질문을 읽고는 번역기에 네덜란드어로 답을 했다. "지금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기다리세요. 이제 아이는 최고의 의사들에게 갈 거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의사의 눈은 무척 걱정스러워 보였다.


아이는 내가 안 보이자 불안해하며 나를 찾았다. 나는 다시 아이에게 가 손을 붙잡았다. 아이는 검은 눈은 여전히 반짝거렸지만, 무서워하고 있었다. 아이는 나를 보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엄마가 옆에 있다고, 괜찮다고 계속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 내게 와서 이제 병원으로 출발할 거라고, 아이가 탄 구급차는 자리가 없으니 나는 다른 구급차를 타고 따라 오라고 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아이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이제 우리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갈거야. 엄마도 같이 갈거야. 그런데 구급차에 의사선생님이 타서 엄마는 다른 구급차를 타고 먼저 병원에 가서 기다릴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아이가 울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이는 울지 않았다. 아이는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계속 나를 찾았다.


어떤 남자가 내게 와서 뒤에 있는 구급차를 타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탈 구급차 운전사였다. 나는 구급차 운전사를 따라 구급차 앞 좌석에 탔다. 사이렌이 울렸다. 경찰 오토바이가 먼저 출발하고 그 뒤에 아이가 탄 구급차가, 그 뒤를 내가 탄 구급차가 따라 출발했다. 구급차에 앉아 아이가 탄 구급차를 보며 나는 울기 시작했다. 운전사가 내 어깨를 다독여줬다. 울고 있는데 머리 한 구석에는 어떻게 울어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생각들이 너무 시끄러웠다. 눈 앞에 아이가 탄 노란 구급차가 달리고 있었다. 저기에 내 아이가 나 없이 혼자 누워 가고 있었다. 구급차를 보며 나는 계속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