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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진실은?

(2) 재생가능에너지는 비싸다?

안전하고 깨끗한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 재생가능에너지! 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는 너무 비싸다?


또다시 신기록 경신, 재생에너지 확대는 세계적 흐름


2017년 전 세계 전력 생산의 재생에너지 비중 / REN21


지난 6월 4일 발표된 21세기 재생가능에너지 정책 네트워크(REN21)의 <2018 세계 재생에너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은 현대 인류 역사에서 재생가능에너지 규모가 가장 많이 증가한 해가 됐습니다. 또다시 기록이 경신된 것입니다. 지난 한 해에만 무려 178기가와트(GW)의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이 추가됐습니다. 이는 세계 11위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 총 발전설비 용량의 약 1.5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이러한 기록적인 증가로 지난해 세계 발전설비 순증가량의 70%를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했고, 전체 전력 생산에서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수력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이미 10.1%가 됐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급성장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는 태양광과 풍력입니다(그래프 참조).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전 세계 전력 생산 시스템이 지금과는 매우 다른 구성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2007~2017년 전 세계 태양광 발전설비 규모와 연간 증가량 / REN21


2007~2017년 전 세계 풍력 발전설비 규모와 연간 증가량 / REN21


이렇게 재생가능에너지가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다양한 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기후변화의 위기를 가속화하는 화석연료나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적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원자력이 아닌 깨끗하고 안전한 재생가능에너지에 전 세계의 투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공동으로 펴낸 <2018 세계 재생가능에너지 투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약 315조원이 신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설비에 투자된 반면 신규 화석연료 발전소에는 110조원, 신규 원자력 발전소에는 겨우 44조원이 투자됐을 뿐입니다. 이제 화석연료나 원자력 같은 과거의 낡은 기술에 투자하려는 돈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이죠.


안전하고 깨끗한 미래를 바라는 많은 시민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여러가지 의문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과연 재생가능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되는지에 대한 우려입니다. 투자가 몰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재생가능에너지의 경제성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지만 한 번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경제성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지난해 6월 19일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낮은 가격과 효율성만을 추구했던 에너지 정책에서 이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환경을 위해 원전과 석탄 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며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해 가는 에너지 대전환을 선언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비용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가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1. 우선 현재 석탄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의 경제성은 숨겨진 비용이 반영돼 있지 않아 과대평가돼 있습니다. 현재 발전 단가는 석탄 화력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의 오염물질로 인한 건강 피해 비용, 기후변화 악화에 따른 피해 비용, 사회 갈등 비용, 한 번의 대형 원전 사고로 발생할 수 있는 수백 조 원의 피해 비용, 핵폐기물 처리 비용 등이 거의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즉 보기에 저렴해 보이는 석탄과 원자력 발전이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2. 또한 원전과 석탄 화력발전은 막대한 초기 건설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설비를 갖추는 데 기간도 오래 걸립니다. 설비 확충 계획을 세우고 건설에 들어가 준공해 운영을 시작하는 데까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건설 기간이 늘어나거나 지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한 번 운영에 들어가면 30년 이상 가동하게 됩니다. 따라서 원전과 석탄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가능에너지와의 경제성을 비교하려면 현시점에서 최소한 10~20년 앞을 내다보고 예측해야 합니다.


3. 경제성 판단에 있어서 중장기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이유는 풍력과 태양광을 필두로 한 재생가능에너지의 경제성이 매년 눈부시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UNEP와 BNEF의 보고서는 2017년 새로 시작된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의 발전 단가가 바로 1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해봐도 15% 더 저렴해졌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은 태양광 설치에 필요한 자본 비용 즉, 태양광 모듈, 인버터, 주변기기 비용, 설계∙조달∙시공 비용 등이 더 저렴해졌을 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의 효율 자체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는 재생가능에너지 경쟁 입찰 역사에서 최저가 기록이 다시 한 번 나오기도 했습니다. 작년 11월 멕시코 재생가능에너지 계약 경매에서 태양광이 메가와트시(MWh)당 평균 20.80달러에, 육상 풍력은 평균 18.60달러에 낙찰된 것입니다. 영국에서도 지난해 9월 2022~2023년부터 전력 공급을 시작할 해상 풍력발전 프로젝트 2개의 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57.50파운드(약 8만6천원)에 낙찰됐습니다. 이는 영국 정부가 2016년 신규 건설 원전인 '힝클리 포인트 C'의 운영 업체에 약속해줬던 금액의 60%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영국에서 해상 풍력발전에서 생산된 전력의 약정가격은 2012년 이후 5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3분의1로 떨어졌습니다.


2010~2022년 주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발전비용과 세계 가중평균 /IRENA


위 그래프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끌고 있는 육상 풍력발전(Onshore wind), 태양광발전(Solar PV), 해상 풍력발전(Offshore wind), 집중형 태양열발전(CSP)의 킬로와트시(kWh)당 실제 발전비용(균등화발전비용 LCOE)과 경쟁입찰 방식(Auction)에서 정해진 비용들의 연도별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확연히 나타나는 것처럼 재생가능에너지의 경제성이 급속하게 개선돼 이미 기존 화석연료 발전 방식의 경제성(Fossil fuel cost range)과 비교했을 때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느냐 마느냐' 아닌 '얼마나 빠르게 하느냐'의 문제


재생가능에너지의 경제성이 기대보다도 더 빨리 향상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목표를 더 야심차게 수정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해상 풍력 설치량 목표치를 기존의 10GW에서 30GW로 3배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만 역시 2025년까지의 해상 풍력 목표 설치량을 기존의 3.5GW에서 5.5GW로 상향한다고 발표했고, 네덜란드도 새로운 해상 풍력 로드맵을 통해 2024년까지 4.5GW였던 목표량을 2030년까지 11.5GW로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최근 700MW의 해상 풍력 입찰에서 보조금 없는 단지의 건설이 확정되면서 재생가능에너지가 보조금 없이도 전통적인 전력원에 비해 충분히 가격 경쟁력을 갖춘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줬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국제재생가능에너지기구(IRENA)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불과 2년 뒤인 2020년이면 재생가능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가격이 앞으로 2년 뒤에 육상 풍력이나 태양광 프로젝트 모두 kWh당 3센트(약 32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두바이, 멕시코, 칠레, 브라질, 캐나다, 독일 같은 몇몇 국가나 도시에서는 이미 태양광이나 육상 풍력 프로젝트의 경매가가 kWh당 3센트에 근접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전과 석탄 화력발전의 발전 단가가 kWh당 60~70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재생가능에너지의 경제성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독일 브라덴부르크에 있는 에너지 자립 마을 / 그린피스


현시점에서의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단가는 아직 다른 국가에 비해서 높지만 이는 OECD 국가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중 최하위라는 성적이 말해주듯이 아직 제대로 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현 정부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시민의 요구를 반영해 203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중입니다. 곧 우리나라에서의 경제성도 다른 국가에서 경험했던 것과 같이 빠른 기간 안에 급속도로 향상할 것입니다.


지난 6월 7일 서울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18'에서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202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는 화석에너지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전환의 미래를 설정할 것이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에너지 전환 정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가 추진되고 시민, 지자체, 기업이 참여하면 2020년대에는 우리나라의 재생가능에너지도 원자력과 화석연료에 비해 충분한 경제성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에너지포럼 2018'에서 기후변화 관련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회성 의장은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으며 "에너지전환을 준비하는 국가는 미래 성장의 토대를 다질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전환은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안전하고, 깨끗하며,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서 우리 함께 나아갑시다.


>>캠페인 서명하기<<


글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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