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고기잡이에 쓰이다 그대로 버려졌거나 유실된 그물 같은 포획 도구가 있습니다. 바로 '유령 어구'입니다. 그린피스가 새로 발간한 보고서 '유령 어구: 바다를 떠도는 죽음의 그물'은 이런 어구가 유령처럼 바다를 떠돌며 해양 생물의 숨통을 죄는 현실을 고발합니다.
보고서 내려받기: GHOST GEAR- THE ABANDONED FISHING NETS HAUNTING OUR OCEANS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한 해 1,200만 톤에 달합니다. 1분마다 쓰레기차 1대 분량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는 셈이죠. 바다에 유입된 플라스틱은 해류를 따라 떠돌다가 해양 생물의 몸에 감기거나, 생물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덫이 됩니다. 목을 조여 죽음에 이르게도 합니다. 이런 플라스틱 가운데 특히 치명적인 것이 유령 어구입니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물에 잘 뜨면서도 튼튼하고 값이 저렴합니다. 어업 활동에 사용하기에 최적의 소재죠. 그런데 바로 이 같은 장점 때문에 플라스틱 어구는 해양 생물의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무기가 됩니다. 값이 싸기 때문에 쉽게 버려지고, 튼튼하기 때문에 잘 분해되지 않습니다. 버려진 어구는 바다 위를 떠다니다가 물고기 등의 몸에 얽힙니다. 잡는 사람도 없는데 생명체들이 무의미하게 희생되는 것이죠. 이러한 '유령 어업'은 해양 생물뿐 아니라 거기 의존해 살아가는 어촌 공동체에게 점점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유령 어구는 특히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밀집된 조업 활동, 과도한 어획, 어구들 간의 충돌이나 경쟁 등도 유령 어업을 초래하는 원인이죠. 해저산 같은 해양 지형에서 특히 유령 어구의 피해가 큽니다. 다양한 해양 생물이 풍요롭게 서식하는 곳인 만큼 어업 강도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이번 보고서는 우리의 바다를 위협하고 있는 유령 어업의 실체를 폭로합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마다 64만 톤의 유령 어구가 바다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2층 버스 5만 대에 맞먹는 무게이다.
●유령 어구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면에 떠다니는 큰 플라스틱 쓰레기만 놓고 보면 그 비중이 훨씬 더 크다. 어구뿐 아니라 포장용 용기나 테이프, 부이 같은 어업 관련 쓰레기도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큰 몫을 차지한다.
●특정한 해역에서는 어구가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저산이나 해령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쓰레기의 85% 이상이 유령 어구다. 태평양 해류 소용돌이(Great Pacific Gyre)에서 발견되는 큰 플라스틱 조각 역시 대부분 어구로 확인된다.
●2018년에 멕시코 수역에서 바다거북이 약 300마리가 한꺼번에 유령 어구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어업인들은 한정된 물고기 자원을 두고 유령 어업과 경쟁하고 있다. 유령 어구는 선박 운항이나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린피스는 2030년까지 공해의 30% 이상을 어업이나 채굴 등 인간의 활동이 전면 금지되는 완전한 보호 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합니다. 해양 보호 구역은 해양 생태계가 건강을 회복하고 번성할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 줍니다. 강력한 UN해양협약을 통해 전 세계 공해에 해양 보호 구역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이후 그린피스의 환경 감시선 아틱 선라이즈 호는 남대서양의 베마(Vema) 해저산으로 접근했습니다. 탐험 프로젝트 '북극에서 남극까지'의 일환이죠. 베마는 남아프리카에서 약 1,000km 떨어진 공해에 위치한 4,600m 높이의 해저산입니다. 아틱 선라이즈 호에 승선한 잠수부와 연구자들은 이곳의 놀라운 생물다양성을 보여줄 것입니다. 동시에 해저산의 경사면에 쌓여 있는 유령 어구 모습을 비롯해, 해양 생물 자원의 남획이 이곳에서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생생하게 기록하고 보여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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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린피스 인터내셔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