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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로 본
정치권의 기후 감수성은?

그린피스 정책 질의 설문조사 결과

그린피스는 지난달 2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 선거 후보들에 대한 정책 질의를 실시했습니다.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여당의 향후 당론과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이기에 후보들의 기후위기 인식과 정책을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그린피스가 실시한 정책 질의 결과, 아래 본문에서 확인하세요.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의원이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정치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 정책, 법률 제정 등이 모두 여기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전당대회 역시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그린피스가 전당대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을 함께 선출하는 자리인 만큼 거대 여당의 향후 정책과 당론을 가늠하게 될 중요한 지표라는 점입니다. 둘째,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이낙연 의원이 후보로 나섰다는 점입니다. 향후 대선에서 기후위기가 핵심 어젠다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이낙연 의원과 같은 대권 후보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그린피스가 지도부 선거 후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후위기 정책질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 선출된 이낙연 의원(자료 사진)


"선거 운동으로 바쁩니다" 외면당한 기후 정책


당대표 후보 3인의 경우, 그린피스가 보낸 질의에 김부겸 후보만 응답을 보내 왔습니다. 최고위원 후보 8인의 경우, 절반만 답변을 했습니다. 답변하지 않은 의원실 측은 회피를 하거나 읍소를 하기도 했습니다. 선거 유세로 너무 바쁘기 때문에 답변이 어렵다는 곳들이 대부분이었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는 있지만 질의 내용에 책임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이해해 달라는 곳도 있었습니다.


지난 7~8월에 걸친 54일간의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연속해서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기후위기가 우리의 생활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심화했음을 보여줍니다. 올 여름 장마로 인해서 8천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자치단체만 18곳에 이르렀습니다. 시민들도 이미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를 일상 곳곳에서 체감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2030년 한반도 대홍수로 330만명이 홍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기후변화 연구 기관인 클라이밋 센트럴의 연구 결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후보들이 기후 정책을 외면한 것은 더더욱 안타까운 결과입니다.


다행히도 당대표 후보 중 유일하게 답변을 보내 온 김부겸 의원의 응답은 다소 고무적입니다. 기후비상사태 선언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이 2030년 전에 석탄화력발전을 퇴출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내연기관 판매 중단 시점은 2030년 중반이 적합해 보인다고도 답했습니다. 탄소세 도입 역시 찬성했습니다. 최고위원 후보 8명 중에서는 김종민, 염태영, 노웅래 당선인과 탈락한 한병도 의원 등 4명이 질의에 응답했습니다. 네 사람 모두 기후비상사태 당론 추진, 2050 탄소 중립, 탄소세 도입에 동의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탈석탄의 경우 김종민 당선인과 한병도 의원은 향후 30년 안 퇴출을, 노웅래, 염태영 당선인은 향후 20년 안 퇴출을 제시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해서는 한병도 의원은 2030년대 초반 판매 금지를, 염태영 당선인은 2030년 중반 판매 금지를, 김종민, 노웅래 당선인은 2030년 후반 판매 금지를 제안했습니다.


만약 그린피스가 이 정책 질의서를 유엔(UN)에게 보냈다면 뭐라고 답변이 왔을까요? 유엔 산하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위기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순 제로(0)로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고, 선진국은 2030년까지 탈석탄을 완료해야 합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내연기관차 역시 판매를 중단해야 합니다.


이게 유엔의 답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킨다 하더라도 기후위기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시험에 빗대자면 기후위기 정책은 1등급 합격선이 100점 만점에 100점인 셈입니다. 국내 산업계와 이를 중심으로 한 표밭을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기후위기 정책을 내세우는 것은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에 우리 미래의 생존권이 달려 있고, 과학계가 이미 대응 방안에 대한 답을 제시한 영역인 만큼 기후위기 정책은 흥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들이 정책 질의에 응답한 내용


기후위기는 생존의 문제


이낙연 신임 당대표를 포함한 몇몇 후보들이 응답하지 않은 이유를 모두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몇 가지 추론은 가능할 것입니다.


첫째, 당내 경선에서 기후위기가 주요 이슈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언급이나 관심은 미미했습니다. 결국 표로 직결되지 않는 이슈였기 때문에 각 후보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어렴풋이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인식을 가지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경우입니다. 기후위기를 이대로 방치하면서 감당하게 될 기후재앙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정책 결정자로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셋째, 가장 아니길 바라는 상황이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경우입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말한 만큼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경우는 없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시한폭탄이 되어 버린 지구의 형상을 유럽연합(EU) 집행위 본부 건물에 영상으로 투사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한국이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떨쳐 버리고 국제 사회에서 기후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당장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합니다. 또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목표를 수립해야 합니다.


유럽연합(EU)은 유럽형 그린뉴딜인 그린딜을 통해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으로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다른 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탄소 국경세 도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웨덴과 영국, 뉴질랜드, 프랑스 등 6개국은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이미 법제화했습니다. 스페인, 칠레, 노르웨이 등 15개 국가에서는 관련 법안이 발의되거나 정부 정책으로 공식화되어 있습니다. 미 대선에 나서는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향후 2조 달러를 투자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정책을 약속했습니다. 더 나아가 해외 국가들이 기후위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했습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그린피스는 앞으로 시민들과 함께 이 같은 요구를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책임감 있는 자세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도록 압력을 이어 갈 것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에는 여야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정책 질의서를 발송했지만 앞으로 여야 모든 정치인들이 책임있는 자세를 취하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이 일은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제를 넘어서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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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상훈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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