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은 화분 매개 곤충으로서 다양한 동식물의 생사와 깊숙이 얽혀 있습니다.
꿀벌은 가공 없이 완전식품을 생산하는 유일한 곤충입니다. 봄부터 꽃을 따라 수 킬로미터를 날아다니며 얻은 노동의 결과물인 꿀은 천연 감미료이자 향료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류는 약 1만 년 전부터 꿀을 얻어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꿀벌이 실종되고,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 지방 자치 단체, 한국양봉협회는 지난 1월 7일부터 2월 24일까지 전국 9개 도, 34개 시·군, 99호 양봉 농가를 대상으로 피해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 전국적으로 꿀벌이 폐사했으며 전남, 경남, 제주 지역은 다른 도에 비해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3월 13일 보도 자료를 통해 피해 원인 중 하나로 이상 기상 요인을 지목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9∼10월에는 저온현상이 발생해 꿀벌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11∼12월에는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현상이 나타나 봉군이 약화됐다”는 설명입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됩니다. 즉 꿀벌의 개체수가 감소하면 우리가 즐겨 먹는 대부분의 견과류와 과일, 채소 등의 생산도 감소해 세계적인 식량난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FAO가 산정한 꿀벌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2,350억~5,770억 달러(약 285조~700조 원)로, 꿀벌의 개체수 감소는 농업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클레어 얀츠(Claire Jantz) 미국 시펜스버그대 교수는 “우리는 벌이 사라진 세상을 맞기 전에 벌들 없이 어떻게 식량을 생산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꽃가루 매개자로서 꿀벌의 역할은 인류의 운명을 결정지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꿀벌이 사라진 2100년의 아침 식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미국의 바이오 회사인 시드(Seed)와 요리 그룹인 게토 개스트로(Ghetto Gastro)는 2019년 꿀벌이 멸종되면 사라질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베리류와 아몬드, 아보카도, 오이, 완두콩, 자몽, 커피 등 메뉴판에 있는 음식 대부분은 더 이상 주문할 수 없다는 의미로 취소선이 그어졌습니다. 이 이벤트는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일상에서 건강하고 간편한 식물성 아침 식사를 즐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환기해 주었습니다. 기후위기는 꿀벌의 생존을, 나아가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 위기 대응에 함께해 주세요.
글: 그린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