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CE(트와이스), 2PM, DAY6 등 유난히 그룹명에 숫자 넣기를 좋아하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바로 K-RE100인데요. 신규 아이돌 그룹이냐고요? 아닙니다. JYP가 어떤 야심찬 계획을 준비했는지 그린피스가 소개합니다.
TWICE(트와이스), 2PM, DAY6 등 유난히 그룹명에 숫자 넣기를 좋아하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바로 K-RE100인데요. 신규 아이돌 그룹이냐고요? 아닙니다. K-RE100은 심각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공급받겠다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인 RE100 (Renewable Electricity 100%, 재생에너지 전력 100%)의 한국형 버전입니다. 실망하셨나요? 끝까지 이 글을 읽고 나시면, 오히려 JYP엔터테인먼트에 엄지를 치켜세우실 겁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빠르게 줄이는 것은 각국의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이 달성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기후변화가 기업들의 장기 전망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라고 까지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고자 분야를 막론하고 주요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RE100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2014년 시작된 글로벌 RE100 캠페인에 동참한 전 세계 기업은 370곳(2022년 6월 기준)을 넘어섰으며, 우리나라에서도 SK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19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RE100에 참여한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이미 평균 45%로 초창기의 22% 대비 2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RE100에 참여한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브랜드 이미지 개선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기업의 핵심 성장 전략 중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JYP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중에서는 최초로 K-RE100을 이행한 회사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K-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은 건물 옥상이나 주차장 등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직접 설치하거나, 한전이 제공하는 녹색 프리미엄 제도에 참여해 재생에너지 확산에 기여하는 기금을 내거나,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인증받을 수 있습니다. JYP는 자사의 1년 전력 사용량에 해당하는 만큼의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전국의 14개 태양광발전소에서 구매하였습니다. JYP의 구매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게 되고, 이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산업의 확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번 JYP의 K-RE100 동참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움직임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최근 해외에서 K-콘텐츠 산업의 영향력을 고려해 봤을 때, 전 세계 팬들과 관련 기업들에도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알리고 동참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결성한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이 2021년 방탄소년단(BTS)이 앨범을 촬영한 해변이 석탄발전소 공사로 훼손되자 보호 운동에 나서거나, 얼마 전 BTS 소속사인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앞에서 앨범을 과도하게 판매해 쓰레기를 양산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에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K-POP 업계 역시 심각한 기후변화를 막는 데 그 책임과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JYP의 이러한 결정을 칭찬 받고 격려되어야 합니다.
많은 기업이 JYP엔터테인먼트처럼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나가면 좋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아직 한국의 모든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100% 쓰기에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선진국 모임인 OECD 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30%를 넘기고, 독일과 영국은 40%를 넘긴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10%가 안 됩니다. 기후 위기를 막고,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더 빠르고 과감하게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오히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의 30%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려고 합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춤하지 말고 재생에너지 설치 비율 목표를 상향하고, 빠른 확대가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와 행정절차를 정비해야 합니다.
빠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기업은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고,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에 요구해야 합니다. 2021년 말 기준 K-RE100에 참여한 기업은 74곳이며 민간 기업은 46곳에 불과합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2021년 1월, 90여 개가 넘는 기업들이 일본 정부에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인 20%대를 40~50%까지 올리도록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으며, 올해 6월에는 지난해 보다 훨씬 많은 210여 개 기업이 동참하기도 하였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개인의 일상 속 실천만큼 중요한 것은 정부와 기업의 변화죠. 우리의 안전한 삶과 푸른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빠르게 감축해 나가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JYP와 같은 사례가 많아지도록 그린피스가 앞장서겠습니다. 지금 정부와 기업에 지구를 위한 선택을 해 달라고 목소리를 내 주세요.
글: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