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5일 목요일 영국에서 열린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의제가 논의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 방류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국제 회의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논의는 지난 수년간 당사국 총회에서 이어졌던 내용에서 큰 진전이 없었습니다. 다만, 그린피스는 총회에 향후 오염수 방류 문제를 국제해사기구의 틀 안에서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당사국과 IMO 총회 의장 간 합의는 불가능했지만 오염수 논의를 멈추자는 합의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앞으로 계속해서 IMO 총회를 통해 오염수 방류 문제제기를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이와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당사국들이 해양 오염을 방지하는 책임감을 갖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입장문을 준비했습니다. 지난 당사국 총회 때 나왔던 의견서 및 총회 발언들뿐 아니라 그린피스가 제시했던 과학적 근거들과 대안을 검토하며 이번 총회 때 전달해야하는 핵심적인 내용들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국제사회에서 논의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강한 목표를 갖고 총회 현장에서 아래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앞으로 수십년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이하 제1원전)에서 방류되는 오염수가 태평양의 많은 지역에 방사성 물질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사실에 유감을 표명합니다. 더불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부터 10년 이상 지속된 토론과 논쟁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국제적 차원에서 합리적인 대안들을 모색할 수 있도록 런던협약·런던의정서와 국제해사기구 총회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사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합니다.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환경 및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험을 야기한다는 중요한 증거를 제시해 왔습니다.
미국 국립해양연구소협회는 해양 생태계와 인접국 사람들이 처한 건강 위협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하는 문제임을 지적했습니다(NAML, 2022). 그린피스가 이전 회의에서 수년간 반복적으로 강조했듯이,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신뢰성 및 방사성 핵종 제거 능력은 아직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삼중수소, 탄소-14, 스트론튬-90, 요오드-129 등 오염수와 함께 방류되는 위험한 방사성 물질들의 생물학적 영향 평가뿐 아니라 포괄적인 환경영향평가도 수행되지 않았습니다.
2023년 5월, 티모시 무쏘 교수는 연구를 통해 저선량 방사선, 특히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연구는 유기결합삼중수소(이하 OBT)가 다양한 생물체에 미치는 유해한 영향을 강조하며, 오염수가 여러 경로를 통해 바다로 방류되면 OBT가 먹이사슬을 통해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이 커진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오염수 방류는 원전 사고 이후 현재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이 처한 여러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며, 오염수 방류로 인한 태평양으로의 방사능 위협은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 계획은 (1) 2051년까지 폐로가 완료될 것이라는 증거가 부족하고 (2) 핵연로 잔해로 인해 늘어나는 오염수 문제를 방류를 통해 해결할 수 없기에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린피스는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의 과학자 패널들의 문제제기에 주목합니다. PIF 과학자 패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초국경적인 문제이며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대중과 환경 보호를 위한 일반 안전지침’ GSG-8에 정의된 ‘정당화’ 원칙을 위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원칙은 방사선 피해를 포함하여 일으킬 수 있는 피해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득이 더 큰 경우에 방류의 정당화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와 PIF는 국제적으로 합의한 방사선 방호의 원칙이 오염수 방류 결정시 전혀 고려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2023년 9월 8일, 후쿠시마 어민들을 포함한 일본 시민들이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기 위해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은 해양 오염 방지라는 관점에서 런던협약·런던의정서(London Convention and London Protocol)로 합의된 여러 원칙들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하고 있습니다. 런던협약·런던의정서는 해양 환경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설립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린피스는 해양 오염에 해당하는 문제는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본회의 내에서 계속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과거 그린피스가 해양 방류 대안으로 요청했던 IMO 총회 내 기술 워크숍 소집안이 당시 모두의 동의를 구하지 못 했지만 금번 총회를 통해 각국 대표단들과 다시 한번 제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을 요청드립니다.
최근 IMO 법률국이 공식적으로 인지한 바와 같이 국제해양법은 오염수를 방류하는 파이프와 같이 육상에 기반한 해양 투기 시설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여태까지 런던협약·런던의정서의 틀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한 새로운 규제를 채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런던협약이 지난 50년 동안 이룬 진전과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에게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해양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맥락에서 볼 때, 새로운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단순히 통합하는 것이 아닌, 이 협약이 가진 여백을 채울 수 있는 분명한 기회입니다. 아직 많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언제나 이 기나긴 논의를 통해 여러 성과를 달성해왔다는 점을 상기하고자 합니다.
일본 정부는 당사국 총회에서 오염수 방류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반대했으며 미국, 영국, 이탈리아, 호주 등 여러 나라가 일본 정부의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강한 규탄을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오염수 방류 계획은 국제 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런던의정서를 준수하며 해양 환경 보호 기준에서 요구하는 대로 안전한 방류를 요청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방류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거나 총회 내에서 지속해서 논의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의견은 없었습니다. IAEA의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방류를 용인하는 선택을 했다는 점은 변함없습니다.
당사국 중 하나인 스페인 정부는 IAEA에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된 정보를 IMO 총회에 공유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런던협약 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의를 차단하고자 했던 일본 정부의 계획은 그렇게 쉽게 실현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런던협약·런던의정서가 지난 50년간 이뤄온 많은 변화들 가운데 그린피스는 중요한 역할을 해오며 해양 보호 역사를 진보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역사가 퇴보되지 않도록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안과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필요성을 국제사회에서 계속 제기해 왔습니다. 당사국들은 역사의 퇴보를 심각하게 경계하고 전례없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생태계와 전 인류에 미칠 수 있는 위협에 대한 논의를 총회 내에서 지속해야 하는 의무감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폐로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남아있는 핵연료로 인한 방사성 오염수는 계속 생겨납니다.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를 일본 영토에서 그 외부로 가중시킬 뿐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국경과 세대를 초월하여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전 지구적인 위협을 초래하는 오염수 방류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그린피스는 IAEA가 원전 사고 방지나 사고 이후 환경과 생명 보호에 책임을 방기해왔다는 것을 지속해서 밝혀나갈 것입니다. 후쿠시마 뿐아니라 초르노빌(우크라이나식 발음) 등 원전 사고 지역의 방사선 조사를 진행하며 과학적인 조사와 증거를 제시하는 활동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미래를 위해 원전 말고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를 시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