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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방사선 현지 조사(2)

지난 11월 17일 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현지 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위협받는 우크라이나 원전 현황 분석과 함께 원전 사고 발생 시 방사선 피폭에 대비할 수 있는 방사선 센서 설치 작업 결과와 방사능 누출 시 참고해야 하는 재난 대응 안내문을 공개하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겨울 자포리자 원전의 사고 위험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 위험의 직접적인 책임은 러시아 군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감시 및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 IAEA도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습니다.

2005년 3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IAEA 총회 당일 핵무기 확산을 방조하는 IAEA를 규탄하기 위한 액션을 선보이고 있다.


러시아 전쟁의 도구, 원전


지난 9월 그린피스 독일사무소는 영국의 맥켄지 인텔리전스 서비스(McKenzie Intelligence Services)를 통해 자포리자 원전에서의 러시아 군사 활동을 감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2022년 3월 4일 이후 자포리자 원전 및 그 인근에서 발생한 러시아 군의 활동을 상세히 담고 있습니다. 맥켄지의 분석가들은 위성 사진을 사용하여 러시아 군사 활동을 확인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 전쟁에서 러시아 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전략적이고 전술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보고서에선 자포리자 원전 1~18km 반경 이내에서 러시아 군 발사 작전의 정확한 GPS 좌표를 밝혀냈습니다.


맥켄지 보고서는 러시아 포병 부대가 사격 임무를 수행한 후 반격 사격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포리자 원전을 방패막이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원전을 방호벽으로 사용하는 러시아의 군사 활동은 IAEA 결의안과 5대 기본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지난해 9월 IAEA 총회에서 채택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핵 및 방사능 안전과 안보 결의는 어떤 상황에서든 원자력 시설 및 물질의 안전과 안보를 중요하게 고려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전으로부터 또는 원전을 향한 공격을 금지하는 원칙을 포함한 IAEA의 5대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였습니다.


IAEA 사무총장은 자포리자 시찰단(ISAMZ, IAEA Support and Assistance Mission to Zaporizhzhia)을 파견하여 5대 원칙 준수 여부에 검증할 것이고, 위반 사항 발견 시 IAEA 사무총장뿐 아니라 IAEA 회원국과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 회원국들에도 공개적으로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5대 원칙이 발표된 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러시아 군이 자행한 5대 원칙 위반에 대한 유의미한 보고는 없었습니다.

2022년 8월 12일에 촬영된 위 이미지는 발사대 또는 발사기가 사격 지점으로 배치되어 기동한 후 포탄을 발사한 흔적을 보여준다. 해당 발사 지점은 자포리자 원전에서 4.8km 

IAEA의 안전 감시 실패


IAEA 시찰단은 작년 9월부터 자포리자 원전에 IAEA의 안전 결의안 및 5대 원칙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현장 실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시찰단은 현장에 대한 전반적인 검증과 독립적인 조사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원자로 건물 옥상이나 터빈 홀 등과 같은 일부 구역은 러시아 군의 제한으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IAEA 사무총장은 러시아 군에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전적인 접근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3년 9월 IAEA 사무총장 보고에 따르면 시찰단은 원자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기타 중요 인프라 또는 인력을 향한 공격 또는 원전으로부터 또는 원전에 대한 공격은 관찰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정기적인 폭발과 총격이 있었고 4차례 정도 전력이 끊겼지만 군사 활동 때문이라고 명확하게 단정 지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 시찰단은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대인 지뢰를 발견했지만, 이 지뢰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는 제한 구역에 있으며 원전 부지로부터 떨어져 설치되었기 때문에 안전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원전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되어야 하고 전력이 끊길 경우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IAEA 시찰단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자포리자 원전 안전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요?


시찰단의 안전성 평가는 발전소 설명에 기반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 군과 러시아 원자력 공사 로사톰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러시아 군이 명백히 위반한 IAEA 5대 원칙에 대해 위반 사항을 점검하고 규제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IAEA는 자포리자 원전 안전을 규명하는 데 거듭 실패하고 있습니다. 자포리자 원전을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 군의 통제 아래에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IAEA의 보고 방식으로는 커져가는 원전 사고 위협을 방지하기 역부족입니다.


IAEA는 러시아 군의 제한으로 시찰단의 임무가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밝혀야 하며, 궁극적으로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을 위해 러시아 군의 점령을 멈출 수 있게 할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합니다.


그린피스와 우크라이나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안전한 에너지 전환을 통해 재생에너지로 국가를 재건하는 긍정적인 미래 비전을 벽화를 통해 표현했다.


러시아 군의 전쟁과 원전 위협은 1년 반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포리자 원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역에 있는 원전들을 위협하고 있죠. 원전은 폭격에 의한 직접적인 공격 뿐아니라 전력 차단이 발생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취약한 에너지원입니다. 전쟁의 도구로 전락한 자포리자 원전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까지 방사능 재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그린피스는 일관적으로 원자력 산업계를 중시하는 IAEA에 경고하며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원전 보다 안전이 우선시 되는 세상, 지금 그린피스와 함께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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