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PFC 없이 파타고니아 세로 토레
정상에 오르다

전문 산악인 데이비드 바치의 파타고니아 원정

* 데이비드 바치는 북유럽 출신의 등반가이자 탐험가로, 전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산악지대와 오지를 찾아 떠나는 전문 산악인입니다. 지난 1월 그는 PFC 없는 아웃도어 장비만으로도 충분히 대자연을 탐험하고 등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탐험 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제가 처음 그린피스에 PFC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의복과 장비만을 착용하고 험준한 지형과 척박한 기후로 유명한 파타고니아를 등반하겠다고(그것도 가장 힘든 경로를 따라) 제안했을 때, 사실 저 스스로도 의심을 품고 있었습니다.(참고: “파타고니아”는 안데스 산맥을 경계로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걸쳐있는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단의 영토로, 전 세계의 등반가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삼으며 찾는 곳입니다. 이 곳은 영국의 탐험가 에릭 십턴(Eric Shipton)이 ‘폭풍우의 대지’라 불렀을 정도로 고원의 거센 바람으로 유명합니다.)


과연 이 장비들이 고어텍스만큼 기능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원정 내내 제가 착용했던 PFC-Free 장비들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기능을 발휘했습니다.


그럼 이번 원정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저와 제 등반 파트너는 지난 3주 동안 수시로 일기예보를 확인했습니다. 12월 내내 등반하기엔 너무도 척박한 날씨가 이어졌고, 1월 3일부터 7일, 4일간 잠시 좋아진 날씨를 틈타 마침내 등반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강한 바람을 맞으며 라구나 토레(Laguna Torre)와 니포니노(Niponino) 베이스캠프를 향해 떠났습니다. 하지만 빙하를 뚫고 6시간을 하이킹한 후 결국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멈춰야 했습니다. 이곳 파타고니아에서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의 이동거리가 매우 멀고, 산의 초입에 다다르기 까지만 무려 20km 이상을 걸어야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사나운 날씨에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하이킹 장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니포니노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우리는 다시 장비를 단단히 챙긴 후, 자정이 되어서야 세로 토레(Cerro Torre; 해발 3,102m) 서쪽 면 기슭에서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빙하의 골을 따라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콜 스탠드하트(Col Standhart)를 지났고, 그곳으로부터 1,200 미터를 더 가, 이번 세로 토레 원정을 위해 선택한 등반로의 시작점 씨르코 데 로스 알타레스(Circo De los Altares)에 도달했습니다. 등반 15시간이 지난 후 도착한 콜 데 라 스페란자(Col de La Speranza)에서는 눈동굴을 만들어 얼어 있던 몸과 마실 물을 녹이며 안전하게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린피스로부터 빌린 PFC-Free 장비(영국 브랜드 제품)는
전혀 문제없이 훌륭한 방한, 방수 기능을 발휘해주었고, 
이 때문에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한 채로
즐겁게 등반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1월 5일 아침이 시작됐을 때 우리는 세로 토레 서쪽 면에서 850m가량을 올라갔습니다. 엄청난 눈더미와 얼음덩이는 등반을 어렵게 하는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974년, 이탈리아의 한 원정대가 이미 이 장애물을 뚫고 등반에 성공했고, 우리도 같은 등반로를 따라 얼음과 눈으로 굴곡진 길을 따라간 결과 마침내 세로 토레의 마지막 50 미터를 남겨둔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엄청나게 가파른 지형과 뒤덮인 눈서리로 유명한 바로 그 지점에 말이죠. 이곳은 불규칙 적인 눈 상태와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로 인해 50미터를 오르는데만 무려 5시간이 걸릴 수 있는 험난한 지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얼음용 장비를 이용해 한 시간 동안 강풍을 뚫고 드디어 정상에 올랐습니다. 모든 등반가들의 꿈인 파타고니아 세로 토레의 정상에 말입니다! 저와 제 등반 파트너는 정상에서 기쁨을 한껏 만끽하고 휴식처로 마련해 두었던 눈동굴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20시간가량이 걸려 돌아온 눈동굴에서 하룻밤의 휴식을 가졌습니다. 1월 6일, 우리는 14시간을 걸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얼음 덩어리인 히엘로 콘티넨탈 (Hielo Continental)에 도착했고 그 근방에서 다시 밤을 보냈습니다. 1월 7일에는 마침내 이번 원정의 마지막 목적지였던 엘 찰텐(El Chalten)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이번 원정 내내 유해물질 PFC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의복과 장비만을 착용한 채
완벽하게 등반에 성공한 사실에 매우 큰 기쁨을 느낍니다. 
대자연은 모든 인류의 고향이며, 우리의 삶의 터전이자 놀이터입니다. 
저는 등반가로서 자연을 보존하고 지켜야 할 의무를 느낍니다. 


이번 등반을 가능하게 한 그린피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아웃도어 의류와 장비에서 유해물질 PFC가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글: 데이비드 바치(David Bacci) / 전문 산악인 davidbacci.exposure.co


▶ 자연을 오염시키는 PFC 없이도 대자연을 탐험하는 일은 가능합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블랙야크, 노스페이스, 마무트의 CEO에게 PFC 사용 전면 중단을 요구해요! 

작가의 이전글 응답하라 블랙야크! 응답하라 노스페이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