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초미세먼지를 잡기 위한 그린피스의 석탄 사용 줄이기 캠페인
요즘은 외출하기 전, 날씨만큼이나 중요하게 알아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초)미세먼지 농도! 점점 더 악화되는 대기 오염 문제는 우리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석탄화력발전소를 국내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인식하고, 2015년부터 석탄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로부터 배출되는 초미세먼지가 미칠 조기사망 피해에 대해 예측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문제가 우리의 일상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 국내 발생 초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대기 오염은 대부분 중국에 기인하는데,
왜 중국으로부터의 원인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느냐?
여러 시민 여러분들이 이런 질문을 주셨습니다. 늦겨울부터 봄철에 이르는 시기의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 중 중국으로부터의 초미세먼지 영향이 크고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실 그린피스는 이미 동아시아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서도 석탄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대기 오염은 국경을 초월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의 캠페인이 한국 대기 오염 해결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중국에서의 캠페인이 진행되며, 많은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 사용 감축을 약속했고, 대기 오염 문제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가 중국에서 초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한국보다 이른 2008년경입니다. 중국 경제가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하면서 대기오염이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린피스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대기 오염이 가장 심각한 베이징-텐진-허베이 지역의 196개 화력발전소로 인해 2011년에만 약 9,000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약 7만 명의 외래환자가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그린피스는 2012년 위험한 호흡(Dangerous Breathing)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베이징, 상해, 광저우, 시안 등의 도시에서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대기질 수준을 지켰더라면, 조기사망자는 최소 81% 감소했을 것이며, 이로 인한 경제적 이득은 약 9,638억 원에 달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에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13년 베이징에서는 실시간 초미세먼지 예보제를 시행하게 됩니다. 또한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 방지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각 지역에 석탄 소비량을 줄이는 방안을 이행하기로 선언합니다. 2014년에는 ‘신에너지 발전전략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석탄이 아닌 비화석연료에 투자할 것을 국가 정책으로 발표합니다.
특히 중국 정부는 경제적으로 발달한 동부지역의 대기오염을 적극적으로 줄이는데 중점을 두고 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2015년에는 스모그로 악명 높았던 베이징, 텐진, 허베이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2.9% 감소했습니다. 비록 동부지역만큼 규제가 강하지 않았던 신장과 허난성 등 중국 중서부 지역의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전년대비 20.1%가 증가했지만 중국 전체 도시의 PM 2.5 평균 농도는 60.7㎍/㎥로 2014년 보다 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에는, 베이징 시의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향후 3년간 신규 석탄광산의 승인을 금지했습니다. 나아가 15개 지역의 신규 석탄발전 계획을 잠정 중단했고, 13개 지역의 신규 석탄발전소 승인을 2017년까지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린피스의 대기오염에 대한 캠페인은 중국의 에너지 정책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2015년 중국은 재생가능에너지에 1,105억 달러를 투자해, 전 세계에서 재생가능에너지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국내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발 (초)미세먼지의 유입을 줄여야 합니다. 그린피스는 앞으로도 중국 정부가 대기 오염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입니다.
하지만, 2013년 정부합동 미세먼지 종합대책회의의 자료에 나타나 있듯, 연평균 초미세먼지의 30~50%가 중국으로부터 영향이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생산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국내 요인을 줄여 나가는 노력 또한 병행되어야, 국내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초미세먼지 실시간 예보제를 도입하고 초미세먼지를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습니다. 관리기준이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보다 2배나 높아, 허술할 뿐만 아니라 관련 정책이나 측정망 이 너무나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초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린피스는 2015년부터 국내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영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초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석탄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2015년에는 하버드 대학교와의 공동 연구결과를 통해서 현재 국내 운전 중인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초미세먼지로 매년 1,100명이 조기사망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올해는, 현재 건설 중이거나 증설 계획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20기의 초미세먼지로 매년 1,020명의 조기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신규 석탄발전소로 인해, 24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대 19㎍/㎥ 증가해 초미세먼지오염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린피스 캠페인 덕분이었을까요? 다행히 국내에서도 대기 오염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인식이 확산되고, 노력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국무회의에서 화력발전소와 자동차를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지적하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습니다. 감사원에서는 충남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에 미치는 영향이 4~28%에 달하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린피스가 지난해부터 주장해 왔던 석탄화력발전소의 초미세먼지 영향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합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석탄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는 현재 운전 중인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이 외에 2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석탄 수입국이자, 미국, 중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1인당 석탄 소비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초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을 이야기하면서, 그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석탄에 대한 의존을 줄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최근 산업부가 40년 이상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이는 전체 석탄발전소의 설비용량에 2.3%에 지나지 않는 아주 작은 양으로 큰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충남지역에 위치한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들과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증설 예정인 9기의 신규 석탄발전소 들입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을 실현해야 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는 현실 가능한 대안입니다. 2015년 전 세계에서 새로 생산된 전기의 90%는 재생가능에너지였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달하여 효율이 증가하고 있고,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얼마 후면 화력발전의 발전단가보다 저렴해질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이라고 손가락질받고 있는 중국마저 변하고 있습니다. 세계 1위의 석탄 사용량을 자랑하는 중국이 세계 1위의 재생가능에너지 투자국이 된 것처럼, 한국도 변화해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서두른다면 푸른 하늘과 깨끗한 공기를 다시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
- 글: 손민우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