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쓴 글을 다시 읽고, 이곳에 옮긴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나.
이 글을 썼을 당시 7차 전기본은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 계획을 포함했다. 얼마전 11차 전기본안을 통해 정부는 신규 원전을 더 짓겠다고 발표했다.
제대로 된 에너지 정책 없이 기후 시계도 종말을 향해 초침을 옮기고 있다.
당신은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의 순간에 어디에 있었나요? 1초가 지나고 해가 바뀝니다. 1초의 단위에서 1년의 단위로, 비약하듯이 나는 1초 전의 나였다가 곧 1년 전의 내가 됩니다. 그 찰나의 순간 당신은 어떤 생각을 했나요? 올해는 운동해야지. 올해는 술을 좀 줄여야지. 올해는 책을 더 많이 읽어야지. 불과 1초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로 구분 지으며, 올해는 더 괜찮은 내가 되기를 바랐을 겁니다. 내 앞에 주어진 시간들을 더 괜찮은 모습으로 채워나가길 말이죠.
이건 진짜 지구시계… 갖고싶다. ⓒpixabay
우리의 아름다운 행성 지구에게는 조금 다른 시계가 있습니다. 슬프게도 그 이름은 ‘환경 위기 시계[1]’입니다. 이 시계에 의하면 지금 지구는 저녁 9시 31분, ‘위험’ 시간에 살고 있습니다. 시계바늘이 자정에 가까워질수록 지구가 ‘위험’하다는 것이죠. ‘환경 위기 시계’에 의해 지구에게 주어진 1초, 1초는 순간마다 투쟁입니다. 전 지구적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대화의 자리에서 ‘기후변화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지요.[2] 말 그대로 지구 시계의 1분, 1초를 늦추기 위해 시간과 싸우고 있습니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세계 190여 개 나라가 모였습니다.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고 1.5도를 넘지 말 것’을 합의했습니다. 몸살이 나고 아플 때 열이 1도만 올라가도 위험한 것처럼, 지구 온도도 마찬가지이죠. 1도 상승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유엔 산하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에서는 <제5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서 설명합니다.
“지구의 기온이 1.6도 상승하면 생물의 18%가 멸종 위기에 놓이고 2.2도 상승하면 24%, 2.9도 높아지면 35%의 생물종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합니다. 생물 다양성이 파괴 되면 최상위포식자라 할 수 있는 인간도 멸종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지요. 1도만 상승해도 ‘산호초와 북극 생태계는 취약한 상태에 처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21세기 말까지 해양 면적의 약 95% 이상에서 해수면이 상승한다’고도 합니다.[3]
올해는 너의 눈물 내가 닦아줄게… ⓒpixabay
위기의식은 보고서 밖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집중 호우와 홍수, 가뭄과 같은 극한 기후현상은 우리 일상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종들은 멸종이라는 절망을 향해 가고 있고요. 지난해 여름, 끔찍했던 무더위가 떠오릅니다.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초겨울까지 기승을 부리던 모기도 문제였습니다.
이미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올라가는 문제 때문에 작은 섬나라에 사는 생명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대사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가 그다지 낙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지구 시계를 들여다보며 똑똑히 문제를 직시해야 합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위기가 퍽, 하고 나를 덮쳐 왔을 때가 되어서야 대처 하기엔 너무 늦을테니까요.
진짜로 늦을지도 몰라, 기후변화 ⓒ워너브라더스
관심을 두고 보면 지구를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습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와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 용도가 같은 물건을 여러 개 사지 않기, 또 겨울철 난방 온도는 조금 낮추고 내복 껴입기 같은 행동은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을 실제로 줄일 수 있는 생활 속 실천들입니다.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개인의 행동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그리고 각 나라의 국가 정책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율은 세계 1위입니다. 하지만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했고, 온실가스 감축 관련 정책과제로서 국가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생활 속 실천을 이어나가는 동시에 마땅히 지구의 주민으로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어떻게 수립 되는지 꾸준히 확인하고 목소리 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환경 보호 활동을 하는 단체의 뉴스레터를 받아 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되겠지요. 작년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라는 것처럼, 어제보다 더 괜찮은 지구를 위해 1명이라도 지금 당장, 실천을 시작해야 합니다.
1월 1일에 세운 당신의 새해 계획 중에 혹시 ‘운동하기’가 있나요? 그렇다면 ‘운동하기’ 앞에 이 단어 하나만 추가해 봅시다. 바로 환경이요! 환경 운동하기! 1초, 1초가 모여 어느새 의식하지 못한 사이 내 앞에 쌓인 달력처럼, 하루하루 지켜지는 실천은 꽤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행동하는 1인, 1인이 모이고 모이면 엄청난 에너지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함께 촛불을 들었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지금 바로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을 시작한다면 지구 시계의 속도를 1분, 아니 한 10분 정도 늦출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글은 빅이슈 147호 플랜G <그린 이슈 리포트>에 실렸습니다.
[1] 일본의 아사히글라스재단에서 매년 조사를 통해 보고하는 환경 위기 시간입니다.
[2] “We’re in a race against time” https://goo.gl/yT3hwj
[3] <IPCC 제5차 기후변화 평가 종합보고서>를 기상청에서 번역 발간한 <기후변화 2014 종합보고서,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보고서>와 서울뉴스 기사를 참조/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