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음악 : Ludovico Einaudi - I Giorni

by 글다뮤


물은 내 나이를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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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쉰이 넘으면 '무리하지 말아야 할 나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망설임은 후회를 낳을 뿐, 내가 원하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무언가를 시작하


기에 가장 적절한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10분의 산책조차 힘든 사람이었습니다.


원인 모를 섬유근육통은 내 몸 구석구석에 날카로운 압통점을 심어놓았고,


병원에서는 걷는 것조차 조심하라 경고했었죠.


하지만 통증에 내 삶을 내어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움직임 명상과 치료를 병행하며 더디지만 기적처럼 통증의 농도를 흐려갔고,


드림보드 한구석에 오랜 꿈 하나를 적어 넣었습니다. ‘돌고래와 수영, 프리다이빙.’


2025년 10월, 버킷리스트를 향한 첫 발을 뗐습니다. 누군가는 이 나이에 대단하다고 말


하지만, 사실 물은 내 나이를 알지 못합니다. 그저 물에 가닿은 것은 나의 간절함이었을


뿐입니다. 처음엔 통증이 심해질까 두렵기도 했지만, 물속은 세상의 소음도 통증의 감


각도 잠시 잊게 해주는 고요한 요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레벨 2로 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프렌젤(압력평형)'은 거대


한 벽이었습니다. 성문을 닫고 연구개를 열라는 말에 잔나비의 노래 가사처럼 "뭔 말인


지 모르겠어요"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죠. 침대에서, 공원에서, 거꾸로 매달려 내 몸의


기관들과 치열하게 대화했습니다. 네 번의 실패. 자괴감이 찾아올 때마다 나를 일으킨


건 드림보드 속 사진과 60대 선배 다이버의 응원이었습니다.


2026년 2월 15일, 다섯 번째 도전의 날.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동안의 실패는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열심이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요. 수심이 깊어질수록 필


요한 것은 근성이 아니라 유연함이었고,


움켜쥐는 힘이 아니라 내려놓는 믿음이었습니다.


마지막 도전에서 저는 코피가 날 만큼 고군분투했습니다. 그때 함께 버디로 참여해준


강사님의 침착한 대처는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전문가의 유연함이 도전자에게 얼마나 큰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지 배운 소중한 순간이


었습니다. 마침내 10m 수심을 찍고 올라와 'I'm OK' 사인을 보냈을 때, 함께한 이들의


축하 속에서 울컥함이 차올랐습니다. 10분도 잘 못 걷던 내가 10m의 수압을 견디고 내


숨을 다스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는 더 넓은 바다를 꿈꿉니다. 오키나와에서 돌고래와 유영하고 흑등고래의 노래


를 듣는 상상을 합니다. 물은 내 나이를 묻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내어주는 숨과 용기


만큼만 길을 열어줄 뿐입니다.


통증이 가르쳐준 인내와 물이 가르쳐준 유연함은 제 남 은 생을 지탱할 가장 든든한


산소통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가장 적절한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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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ovico Einaudi - I Giorni (Live at the Old Vic Tunnels / 2011)

https://youtu.be/Uffjii1hXzU?si=Hd0HCpdCHK1i7ZGG

미니멀하고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마치 깊은 물속에서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통증을 견디며 평온을 찾아가는 과정을 닮은 음악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