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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서가 Jan 19. 2023

거꾸로 가는 내 물음들

임태수의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를 읽고.


브랜드 기획자 임태수의 책을 재작년인가? 구매했다. 일과 관련해서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으로 예술/디자인 쪽 서가를 서성이다가 예쁜 책을 발견했다. 대놓고 이론과 전략이 있는 책보다는 편안하게 쓰인 책을 읽고 싶어서 마음에 쏙 들어왔던 책이었다. 검색했더니 안그라픽스에서 출간된 작가의 책은 <바다의 마음, 브랜드의 처음(절판)>, <날마다, 브랜드>, <브랜드적인 삶>,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 네 권이었다. 하나같이 책이 예뻐서 나의 취향에 꼭 맞았다.(세권 모두 샀다는 얘기) 책은 내용이 제일 중요하지 껍데기를 뭐 그렇게 신경 쓰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에겐 되게 중요한 요소다. 좋은 책이지만 외관이 마음에 안 들면 굳이 종이책으로 사지 않는다. 거칠거칠한 종이 질감에 손이 즐겁고 편안한 색감, 여백이 많아 멋스러운 디자인이 딱 내 취향이었다. 내부 레이아웃도 너무 좋아서 정말 편안하게 잘 읽혔다. 그런데 이 만듦새가 모두 저자의 생각이었더라. 결국 임태수란 브랜드를 브랜딩 한 것이구나.


명확한 소신을 바탕으로 옳다고 확신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그들의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과 이를 꾸준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들이 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되면 사람들은 그 브랜드를 일컬어 '좋은 브랜드'라고 한다. 결국 어떠한 생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었는지 명확하게 하는 것이 브랜드의 시작인 셈이다. p.37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가 가장 마지막에 나온 책인데 난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버렸다.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브랜딩이라는 개념으로 흘러간다. 직접 작업했던 브랜딩 기획을 에세이 형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어렵지 않게 개념도 알려준다. 책을 읽다가 목덜미를 한대 맞은 느낌이 들었는데, '어떻게 브랜딩 해야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질문부터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나 역시 딱 그랬던 것. 이 책 한 권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말은 브랜드의 올곧은 가치는 내부에서 바로 서야 하고 내부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는 저절로 외부로 퍼져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즉, 내부 브랜딩의 중요성을 여러 번 말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개념만 나열해두면 정말 읽기 싫을 테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사례를 함께 얘기해 주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아크네 스튜디오, 이솝, 애플, 폭스바겐, 테슬라, 타니타, 경동 나비엔, 블루보틀, 넷플릭스, 코카콜라 등 다양한 브랜드의 실 사례들이 언급되고 있어 흥미로웠는데 그중 일본 기업 타니타의 이야기는 내부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를 잘 알 수 있었던 사례라 특히나 흥미로웠다.


브랜드의 철학이나 방향성에 공감하면 사람들은 애착을 갖고 브랜드와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이렇듯 브랜드가 단순히 소비를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긍정적인 변화에 기여했을 때 비로소 브랜드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p.212


책을 읽을수록 질문이 많아졌다. 내가 말하고 싶은 내 브랜드의 핵심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도 항상 유지해야 할 핵심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제대로 알고 있고 그것에 따라 브랜드를 실체화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들. 그 핵심이 명확하게 바로 서야 변화를 하든 진화를 하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텐데 하는 고민도 따라왔다. 그 후에나 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어쩌면 난 거꾸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브랜드는 과연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지되고 있으며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는가, 나는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가. 시간이 흘렀을 때 사람들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브랜드'로 인식될만한가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한 권 내내 다정한 어투로 브랜딩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나아가 내가 소유하고 경험하는 브랜드로 내 삶의 태도나 가치관까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이 던진 많은 물음들을 차근차근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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