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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닥 May 26. 2021

멋진 남자 만나기 프로젝트













나는 늘 잘생긴 남자가 좋았다. 여중, 여고라 남자를 만날 기회가 없던 10대 시절에는 연기력이고 가창력이고 상관없이 얼굴이 잘생긴 연예인을 좋아했다. 누군가 나에게 이상형을 물으면 무조건 ‘잘생긴 남자’였다.

대학 입학 후 이상형은 ‘잘생긴 남자’에서 ‘멋진 남자’로 바뀌었다.

여기서 ‘멋짐’이란 잘생김은 기본이고 성격 좋고, 키도 크고, 어깨도 넓어야 하며, 공부도 잘하고, 리더십도 있는 걸 말한다. 그 당시 나는 ‘신’을 찾고 있었나 보다.(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순진.. 아니 순수했다)

하여간 20살의 나의 이상형은 그러했다.


1학년 축제 때 00 동아리 주점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을 때였다. 주점을 담당하던 못생긴 남자 선배 두 명이 술병을 들고 우리 테이블로 왔다. 술만 들고 오면 악마라도 친구가 될 수 있던 새내기 시절이었다. 적당히 벌게진 얼굴과 입냄새를 내뿜으며 알지도 못하던 선배들과 떠들면서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던 것은 그 선배들이 못생겼기 때문이었다. 자고로 못생긴 남자 선배란  남동생을 바라보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마음 상태를 유지하게 해 준다.

못생긴 선배에게 나는 어떻게 하면 멋진 남자를 만날 수 있는지 물었다. 못생긴 선배가 대답했다.

“멋진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네가 멋진 여자가 되어야 해. 멋진 여자가 되면 너의 수준에 맞는 멋진 남자를 만나게 될 거야”

술이 확 깼다. 불교의 선문답 같은 저 말은 꿈속에 있던 나를 순식간에 현실로 데려왔다.

나는 멋진 남자를 만나고 싶었지만 내가 멋진 여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냥 어느 날 당연하게도 멋진 남자가 나타나서 ‘픽미픽미픽미업~’을 외치는 나를 좋아할 거라 믿었다. 아~나는 환상 속에 살고 있었구나. 멋진 사람이 수준 낮은 사람을 좋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라고 말하지만 그 신데렐라도 아름답고 능력 있는 가사노동자며 12시에 돌아오라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멋진 여성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게 ‘멋진 남자 만나기 프로젝트’는 나에게  ‘일단 너나 먼저 잘하시고’를 깨우쳐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야기의 끝이 나를 깨우쳐줬던 못생긴 선배와 사랑에 빠졌습니다라는 동화 같은 결말은 아니다.  그저 그 선배 덕분에 ‘신’을 찾던 내 이상형은 현실적 수준의 ‘사람’으로 내려왔고, 그건 나에게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고마운 선배였다. 그 못생겼지만 현명한 선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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