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1. 이동진 평론가가 ‘2023년 올해의 책’ 중의 한 권으로 선정한 책.
2. 사랑하던 형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뉴욕에서 전도유망한 직장을 얻고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쌓아가려던 동생의 마음에는 깊은 상실의 구멍이 파인다. 마음의 구멍을 메꿀 수 있는 것은 느리게 쌓여가는 시간뿐. 동생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기로 한다.
3. 미술관 경비원이라는 독특한 직업이기에 오롯이 가능한 예술서이자, 상실을 겪은 인간의 회복과 치유의 여정을 담은 심리학서, 다양한 삶의 배경 지닌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오는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철학적 에세이로도 읽힐 수 있는 많은 미덕을 가진 책. 메트로폴리탄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작가의 문장에 머무르다 보면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기가 힘들다.
이 책은 무엇보다 '느리게 보고, 곰곰이 생각한다'는 현대의 도파민 중독 사회에서 사라진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세히 구석구석 바라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작품이, 인생이, 사람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을 하나씩 찾아내는 작가의 여정은 인간다움 그 자체를 보여준다.
인간은 왜 굳이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고 싶어 할까? 삶은 정말 많은 순간 우리의 기대를 덧없이 져버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게 되는 희망이 있다. 예술은 인간이 가지는 덧없는 기대와 끊임없는 희망을 붙잡는다. 우리 삶의 놓치고 싶지 않거나, 문득 깨닫게 된 반짝이는 순간들이 그렇게 포착되고 영원을 향해 고정된다.
4. 2023년 11월, 메트로폴리탄을 방문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프레더릭 레이턴의 <타오르는 6월 Flaming June>이었다. 지중해의 햇살을 받으며 잠들어 있는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 고요함, 연약함, 반짝임, 평화로움, 따듯함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 작품은 본래 푸에르토리코 폰세 미술관 소장 작품을 메트로폴리탄에서 잠시 대여한 것이라 내가 남은 생애 동안 이 작품을 다시 만나기란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하나의 아름다운 순간에 반응했던 기억은 비록 희미해지더라도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 믿는다. 책 속의 다음 문장처럼 말이다.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간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진실되거나, 장엄하거나, 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 예술가들은 그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들은 덧없이 흘러가버리지 않고 세대를 거듭하도록 계속 아름답고, 진실되고, 슬프고, 기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믿게 해 준다.
13장.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