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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너츠 덕 Oct 15. 2024

#1 안녕하세요. 도너츠 덕입니다

작은 도넛 카페에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의 소소한 인생이야기.

"어서 오세요."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지민은 한숨을 내쉰다.

오늘의 4번째 손님이다.

아침 9시에 가게문을 열었으니, 일한 지 4시간이 조금 넘었다.

손님을 맞는 민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과 멍너츠(글레이즈드 도넛) 한 개 주세요"

오늘의 4번째 손님은 주문을 하고 가게의 구석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지민이 처음 게를 오픈한 건 반년 전쯤이다.

아무런 목적 없이 월급날만을 기다리며 다니던 회사를 딱 10년 만에 박차고 나왔다.

사실 입사 후부터 줄 곧 말버릇처럼 "이놈의 회사 빨리 그만둬야지"하고 다녔는데, 드디어 실행에 옮긴 것이다.

사실 큰 목적이 있어서 그만둔 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역사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고 하지 않는가.(누가 그랬지? 암튼 누군가 그랬던 거 같다)


지민은 어느 날 휴가를 쓰고 아무런 계획 없이 보냈다. 다들 출근하는 시간에 운동을 하고 점심에는 커피 한잔 마시면서 책도 보고 졸기도하는 여유로움을 느끼다가 갑자기 깨달았다. "내 삶을 이런 시간으로 더 많이 채우고 싶다."

(사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백수의 삶인데, 백수의 시간으로 채우고 싶단 말이지?)


봄이는 주문한 메뉴가 나올 동안 가만히 앉아서 밖의 풍경 바라본다.

낮잠 자는 강아지 구름들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나온다.

바닥에 떨어진 붉은 낙엽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치이며, 갈 곳을 못 찾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잔과 도넛 나왔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살짝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그녀주문한 메뉴를 받아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가게 사장과는 이미 여러 번 봤지만, 특별히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봄이는 필기도구와 노트북을 가방에서 꺼내서 한쪽에 놓고,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을 마신다.

노트북 위로 올라간 손이 빠르게 타자를 치는가 싶더니,

한동안 잠잠하다. 아니, 오래도록 잠잠하다.


그녀도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편하게 쓰고 싶을 때 글이나 쓰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것이다.

그러나, 1년이 다되어가는 요즘 글 쓰는 일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는 후회가 들기 시작한다.

"봄이야, 편지 너무 고마워, 감동이야"

"블로그의 글 너무 좋더라." "나중에 작가 되는 거 아냐?"

(주변의 이런 말만 믿고 괜한 용기를 냈다. 그래도  쓴다고  회사까지 그만뒀는데 쪽팔리지 않게 뭐라도 써야지. 표절이라도 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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