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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SeeMean Oct 31. 2016

[#18-2] 브랜딩은 '진짜'라 믿게 만드는 과정

진짜인지 가짜인지 중요하지 않다. 진짜라 믿게 하면 된다. 

브랜드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은 사용자들이 하나의 관점을 갖게 해, 사용자가 느낀 감정을 브랜드의 것으로 해석하도록 한다고 했다. 인종, 소득, 성별, 살아온 인생 등을 초월해 다양한 사람을 하나의 관점으로 품은 종교처럼 말이다. 


https://brunch.co.kr/@greyphil/23

그렇다면 브랜드 아이덴티티만 만들면 되는 걸까?


처음 만난, 혹은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당신은 그 사람이 당신을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하는가? 천만의 말씀. '웬 오버?' 혹은 '한번 지켜볼게요.' 정도가 아닐까. 

상대는 당신이 자신의 말을 믿게 하려면, 말한 대로 행동하면서 자신이 한 말이 '진짜'라고 믿게 해야 한다. 비단 말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말투, 단어, 스타일, 표정,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소 등 거의 모든 요소들을 종합해 상대방이 자신을 정말 사랑하는지 알아갈 것이다. 진짜 사랑하는지는 말한 사람이 아니라 상대방이 판단한다.


결과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브랜드가 말한 대로 사용자가 느껴야 한다. (만들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는 사용자에게 일관적으로, 지속적으로 동일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라고 믿게 해야 한다.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들, 자신들의 정체성이 진심이든, 아니든.) 

꿈의 설계 = 브랜드 설계


다른 사람의 꿈에 접속해 생각을 훔친다는 설정의 영화 [인셉션, Inception] 속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피셔(킬리언 머피)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팀을 꾸린다. 코브의 '인셉션'작전은 대상자의 무의식에 생각을 심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보 탈취 작전보다 정교한 꿈의 미로 설계를 요구한다. 때문에 코브는 재능 있고 명석한 건축 설계자인 아리아드네(엘런 페이지)에게 꿈의 설계를 부탁한다. 아리아드네가 설계한 꿈에서 코브는 말한다.


"설계자는 대상자가 현실과 꿈에 대한 분별력을 잃지 않도록 꿈을 설계해야 한다. 누군가 자신의 무의식에 침입한 걸 알면, 무의식이 이를 인식하고 설계자를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한다."


위의 대사에서 설계자 대신에 브랜더를 넣어봐도 좋다. 브랜더도 영화 [인셉션]의 설계자처럼 사용자가 자신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진짜라고 믿게 해야 한다. 브랜드가 제공한 것들이 거짓임을 아는 순간 사용자는 브랜드를 '공격(무관심, 일시적 피판, 존재의 저주 등)'할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일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수 십 년 동안 누적된 '거짓'의 결과일 것이다. 

브랜드가 말하는 것(브랜드 아이덴티티, 철학, 가치 등)이 진짜라면, 


1) 사용자와 브랜드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브랜드가 말하는 것이 '진짜'로 느껴져야 한다.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브랜드가 사용자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판매하는 상품/서비스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다. 브랜드는 이 기회를 살려 자신을 만날 이유를 격상시킨다. 처음 시작은 '밥 한 끼' 혹은 '영화 한 편'이었지만 이후 무엇을 하는 것보다 그저 시간을 함께 보내고자 하는 애인 관계처럼 말이다.  

착한 놈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예의를 모르던 사람이었다. (출처; 이투데이)


그런데, 문제는 브랜드는 전방위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고, 광고를 잘 하더라도, 경영 측면의 불합리성(B2B 영업 관계, 일선 직원의 부적절한 대응, 내부 구성원 인사 관리, 노무 관계, 의도적인 비리 축소 등 범위는 엄청 다양하다.)이 쉽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상상해보자. 착한 사람인 줄 알았던 애인이 주변 사람에게는 거짓말하고, 막 대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남양유업의 갑질 행태, 옥시 가습기 사태,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입사원 희망퇴직 등 겉과 실제가 달라 그동안 쌓은 신뢰 관계를 일순간에 무너트린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결국 브랜드가 말하는 것들이 진짜로 느껴지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드러나는 상품/서비스, 공간 등 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 그 속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브랜드와 동일한 메시지하에서 운영되고 그러한 삶을 살고 있어야 한다. 


2)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반영된 곳이라면 사업 영역에 상관없이 브랜드는 그곳에 있어야 한다. 

브랜드는 사용자가 느낀 감정들을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기 위해 브랜드만의 관점을 제시한다고 했다. 이 관점을 형성하는 주된 요소가 바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가치 등 브랜드가 내세우는 메시지들이다. 당연히 브랜드의 메시지는 상품/서비스 영역을 넘어선다. 고카페인 음료 기업이 익스트림 운동 경기를 스폰하고, 금융/신용카드 기업이 음악 페스티벌을 여는 이유가 그것이다. 

 


브랜드는 그저 '좋은'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다. 특수 관계를 구축하기 전까지 사용자와 브랜드의 매개 역할을 해줄 상품/서비스가 탁월해야만 지속적인 만남이 가능하며, 브랜드의 메시지를 사용자가 진짜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도 필요하다. 상품/서비스의 질을 지속적으로 유지/강화하고, 메시지를 진짜로 만들기까지는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돈'만으로도 되지 않는다. 브랜드의 메시지 관리보다는 당장의 수익이 우선순위에 오게 되면, 지속적으로 사용자와 일관된 관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그 의미도 인지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대체 가능한, 상품/서비스만 제공하는 단편적 관계에 그치고 만다. 



영화 [인셉션] 속 코브 부인 멜(마리옹 코티야르)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다. 꿈을 현실로 믿었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렀다.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브랜드가 바라는 자신들의 마니아, 덕후의 모습이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브랜드가 말하는 메시지, 브랜드가 제시한 관점, 세계를 현실/실제/진짜라고 믿는 존재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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