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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SeeMean Nov 29. 2016

[#20]애플빠인 내가 아이폰을 쉽게 떠난 이유

콘텐츠의 외부화... 애플의 세계를 무너트린다.

우선 철저한 자기고백으로 시작한다.


애플빠, 앱등이...

애플에 열광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놀리며 부르는 말이지만, 애플에 대한 놀라운 경험을  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눌 수 있는 말이어서 나는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불러주는 것이 좋았다. 

그렇다. 나는 어마어마한 애플빠다.


아이팟 초장기 512MB(?) 시절의 중고 아이팟을 시작으로, 아이팟 클래식, 아이팟 터치, 맥북프로, 아이폰4, 아이폰5, 뉴아이패드, 유선 키보드 구버전/신버전, 무선 키보드, 무선 마우스, 유선 마우스를 구매했다. (자잘한 관련 액세서리는 제외) 나 혼자 구매하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왜 애플을 구매해야 하는지, 애플이 주는 느낌/감동을 주변에 전파하며 지인들의 애플 제품 구매에도 일익했던 완전한 '애플빠'다.


애플빠가 아이폰을 떠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애플을 사용하며 느꼈던 감동이 사라졌다. 신규 OS 업데이트나 신제품이 출시되더라도, 내 생활을 꿰뚫어 보듯 세세한 부분을 어루만져주던 놀라움이 사라졌다. (잡스의 죽음과는 무관하며, 시간이 지나며 감동이 이전만 못해지는 것과는 무관하다.)

일례로 최근 출시된 아이폰7에 대한 키워드 중, 다른 것도 아닌 기기'소재'가 화제가 된 것은 다소 아쉬웠다.(소재도 제품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지만 사용자들이 애플에 기대했던 것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무선 이어폰(에어팟)을 제시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듯 하지만, 시장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시간이 필요하다며 출시도 연기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액세서리 장사를 하려 한다는 질타도 받는 듯하다.

사용자들의 대응은 이렇다.

이렇게 애플에 대한 애정이 식어갈 때 즈음... 나의 아이폰5가 박살 났다. 아이폰이 박살난 순간 애플빠로서 나의 대응은 명확해야 했다. 애정이 식더라도 예전의 나라면 바로 새로운 아이폰으로 바꿔야 했다. 하지만 망설였다. 기계만 아이폰을 사용할 뿐, 나의 생활에서 애플이 아닌 구글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1) 사진

몇 년 동안 사용하던 외장하드가 망가지면서 십여 년 동안 저장한 사진들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수시로 컴퓨터에 연결해 사진을 옮기곤 했지만, 바쁜 와중에 사진 정리할 시간을 별도로 빼기란 쉽지 않았다. 

컴퓨터로 옮기지 않고 아이폰 자체에 저장하려 했지만 용량 제한에 사진을 정리해야만 했다. 저장 용량이 늘어난 제품들이 나오긴했지만 용량을 늘리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신제품을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그후로 나는 나의 모든 사진을 구글 포토(google photo)에 업로드한다. 용량 제한이 있지만 고화질이 아닌 폰 사진을 저장하기에는 지장이없으며, 사진을 날라갈 여지도 없다. 게다가 곧 출시될 픽셀폰, 일명 구글폰 구매 시 구글 클라우드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이러한 추세라면 모든 사용자를 대상으로 중장기적으로 용량 제한을 풀어줄 것이다.)

물론 애플도 구글 포토처럼 아이클라우드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무료로 제공하는 용량이 5GB다. 이건 그냥 쓰지 말라는 거다. 뭐 돈만 내면야 상관없지만 구글 포토만 깔면 더 많은 용량을 활용할 수 있는데 굳이 아이클라우드에 돈을 더 지불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출처: 애플

결국 애플은 나의 사진을 볼(분석, 제안 등)기회를 날려버렸다.


2) 음악

음악은 지니 어플을 통해 스트리밍으로 듣고 있다. 다운받은 노래를 아이튠즈에 넣어 폰에 동기화한 후 음악을 들은 건 이제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됐다. 애플 뮤직이 있긴 하지만 이미 기존 플레이어(멜론 등)가 시장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애플 뮤직으로 이동해야 할 '동기'를 제공하지 못해 음악 영역에서도 나와 애플은 멀어졌다.


3) 앱, 아이메시지 연동

애플 생태계에서 좋았던 점은 서로 다른 기기가 OS연동을 통해 모두 동일한 상태로 유지된다는 것이다.(와이파이 환경에서 자동으로 동기화되어 동일한 앱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기기별로 용도를 다르게 사용하고 있어 모든 기기에서 동일한 앱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기별로 최적화된 앱도 상이해 자동으로 깔리는 앱을 지우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아이메시지의 경우, 아이폰 유저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하고도 이야기를 나눠야 하기에 문자보다 국민적 메신저들(카톡, 라인 등)을 사용한다. 심지어 아이폰 유저들도 서로 아이메시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애플이 제공하는 생활 서비스에서 서서히 애플과 멀어지더니 결국 나는 부서진 아이폰의 대안으로 새로운 아이폰을 선택하지 않고 중국의 한 제조사가 만든 안드로이드폰으로 이동했다. 수 년 동안 사용하던 애플의 프로세스가 손가락에 익어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서비스에 대한 단절, 이질감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폰을 떠났다. 

아무런 불편함 없이.




애플은 스마트폰을 대중화시켰고 각종 앱들이 탄생, 활동하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었다. 애플은 모든 것들이 연결된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와 새로운 세상을 만든 선구자적인 입지를 활용해 전 세계적으로 광신도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은 애플이 만든 생태계에서 행복해했고, 다른 사람들도 동참하길 바랬다. 애플빠는 그렇게 탄생했다.


애플이 가진 강점은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한번 발을 들인 존재가 생태계를 벗어나 생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생태계가 가진 일종의 강점이다. 생태계를 떠나는 활동 자체가 엄청난 불편을 일으켜 기존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내가 떠났다. 애플을 사랑해 모두가 L사 휴대폰을 쓰는 직장 생활 중에도 상사들의 눈을 피해 아이폰을 썼던 내가 말이다. 

무엇이 나를 아무런 거부감, 불편함 없이 애플의 생태계를 떠나게 했는가.

바로 '클라우드'다. 정확히는 클라우드로 인한 데이터(콘텐츠)의 외부화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탄생 후, 다양한 영역에서 애플리케이션들이 시장에 출시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어플리케이션 관련 데이터들은 늘어났고 서비스가 다양화/전문화되면서 구동에 필요한 사양도 고도화되었다. 또한 사진/영상 기반의 소셜미디어가 발전하며 이미지/영상이 차지하는 용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를 커버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모바일이 제공하는 하드웨어 용량을 이전보다 늘렸지만, 제한된 공간/무게 내에서 디스플레이, 배터리 용량도 늘려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어려움은 높은 연구개발비를 발생시키고 해당 비용은 당연하게 제품 가격으로 반영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선택한 것이 '클라우드'다. 사용하던 기존 기기에서 특별한 추가 부담없이 사용할 수있기 때문이다. 구글 드라이브, 구글 포토, 네이버 클라우드, 아이클라우드, 드롭박스 등 이미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곳에 개인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모바일 외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게다가 클라우드로 인해 개인 데이터들(영상, 사진, 문서 등)도 외부화되고 있다. 사람들이 모바일로 이용하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개인 데이터도 모바일의 경계를 넘어 외부에 존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은 외부에 제공하는 서비스(어플리케이션), 데이터에 대한 인풋/아웃풋을 원활히 수행하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삼성 갤럭시 노트7의 홍채인식 기술은 인풋 부분에서 모바일이 해야 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또한 구글/페북/엘런 머스크가 전 세계를 커버하는 무선 인터넷 기술에 투자하는 것도 데이터의 인풋/아웃풋과 관련한 인프라 투자로 예측할 수 있다.) 

모바일은 중개만 할 뿐, 사람들이 사용하는 핵심적인 컨텐츠는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다. 전체 프로세스에서 모바일의 영향력은 이전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이는 가속화된다.(새로운 기술은 바로 복제되기에 장기적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

애플은 몇 해전부터 아이폰이라는 '중개자'와 아이클라우드라는 '저장함'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었다. 데이터의 외부화, 탈 애플화 막을 수 있는 구조가 있었지만 '저장함' 5GB라는 작디작은 용량을 제공하여 사람들의 탈 애플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애플은 클라우드를 통한 수익보다 사람들이 올려놓은 개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플랫폼으로 인식하여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데이터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그래야 약화되는 애플 생태계를 다시 강화할 수 있고, 외부화되고 있는 개인들의 핵심 컨텐츠들도 확보할 수 있다. 애플을 보면 과거 문자 메시지 수익을 신경 쓰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놓친 국내 통신사와 네이트온이 오버랩된다.


*내가 애플을 걱정하다니..

정말 쓸데없는 고민이지만, 애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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