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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면 Dec 27. 2022

[드라마 리뷰] 악의 꽃

아이에게 어른이란



백희성의 버릇, 그 상징

찐희성이라 불리는 백희성은 특이한 버릇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왼쪽 손톱만 물어뜯는 것이다. 어느 글에서 손톱은 그 사람의 잠재된 의식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여하튼 백희성이 손톱을 물어뜯는 순간을 보면 불안을 느낄 때라 여겨진다. 예를 들어 도해수가 찾아와서 초록색 팔찌에 대해 묻는 순간에 백희성은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었다.

왜 왼쪽 손톱만일까...아마 그건 백희성의 내면을 상징하는 것 같다. 백희성은 의사인 아빠와 약사인 엄마 사이 남들이 보기엔 정말 완벽한 가정의 아들이다. 남들과 악수를 할 때 내미는 오른손이 멀쩡한 것처럼 백희성의 인생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하다. 그러나 그 가정의 이면은 잘게 뜯긴 왼쪽 손톱처럼 황폐하다. 아빠는 백희성에게 완벽을 요구하며 엄마는 감정기복이 심해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그런 부분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빠인 백만우는 도현수에게 백희성을 소개할 때 상장집을 보여주면서 '내 아들은 이런 사람이였어.'라고 소개한다. 그에게 아들은 완벽한 스펙 그 자체이다. 엄마인 공미자는 도현수와 약국에서 이야기할 때 갑자기 뺨을 때리거나 음료수병을 집어던지는 등 감정을 쉽게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어른이 어디에도 없는 상황에서 백희성에게 안식처는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왼쪽 손톱 아니었을까.



아이에게 어른이란

아이에게 어른이란 어떤 존재일까. 이 질문은 내가 면접에서 교직관을 생각해보기 위해 끊임없이 던졌던 질문이기도 하다. 악의꽃을 보면서도 떠올렸던 실험은 바로 카우아이섬 종단연구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고위험군 아이들 중에서도 문제 없이 성장한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 아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들의 공통점은 아이의 주변에 그 아이의 입장에서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버팀목과 같은 존재의 어른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백희성과 도현수를 보면서 제대로 된 어른이 있었다면 이들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들의 상황이 모두 이들의 환경에서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도민석의 가르침에도 넘어가지 않았던 도현수와 도민석의 가르침 이전에 광기를 보인 백희성의 모습을 보면 타고난 선천적 기질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어른의 부재가 이들의 성장에 아쉬움으로 남았다.

일단 도현수 주변의 어른 중에는 아이를 신뢰하는 어른이 없다. 아빠부터 시작해서 마을 사람들 심지어 상담사까지도 일단은 그를 삐딱한 시선에서 바라본다. 안타까운 건 도현수의 성향이 착하기에 이들이 내뱉은 말을 그대로 내면화하여 자신의 자아개념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말을 내면화하여 자신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이며 타인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아개념을 만든 것이다. 10화에서 카세트 음성이 엄마의 목소리임을 알게 된 차지원은 도현수에게 '어머니를 무척 사랑하셨나봐요.'라고 말하지만 도현수는 '전 정신과에서 정서적인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았습니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불가능해요.'라고 말한다. 이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끊임없이 부정하는 언행으로 어렸을 때 생긴 부정적 자아개념의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차지원이 옆에서 그의 감정을 일깨워주어 그는 자신의 올바른 자아를 찾아가게 된다. '자긴 날 사랑해. 난 그렇게 느껴.'라는 차지원의 말에 '난 널 사랑해. 나는 널 사랑해 지원아.'라고 답하며 말이다.

백희성의 성장 과정에서도 바른 어른을 찾아볼 수 없다. 아이에게 가장 가까운 어른은 일단 부모이다. 좋은 부모만큼 좋은 선생님이 없고 좋은 가정만큼 좋은 학교는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정,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부모는 아이의 자아개념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앞서 살펴보았듯이 백희성에게 이 가정은 안정적인 공간이 아니며 부모에게서의 이해와 공감이라고는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성적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그를 훈육할 어른은 없다. 친절하면서도 단호하게 아이를 이끌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마련하는 그런 어른이 부재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에게 내재된 광기를 주변의 다른 어른도 아닌 도민석이 먼저 찾아내어 그것을 증폭시키는 역할만 하고 사라졌을 뿐이다.

 중요한 타인은 성장기의 아이의 자아개념에 영향을 미치는 부모, 친구, 선생님 등을 일컫는 말이다. 이처럼 아이의 자아개념을 형성하는 것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주변인의 역할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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