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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Oct 20. 2020

수집 이야기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Project17

독서가 취미가 되는 것이 꿈인 내게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Project"는 신선한 숙제와도 같았다. 잘 읽지 않을 것만 같은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얘기를 풀어내는 목적성이, 독서를 가까이 못하던 내게 책을 읽는 목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고 해내고 싶은 나만의 도전이 되었던, 이 우연한 인연이 엮어준 우연의 책 "수집 이야기"를 만나고 왔다.  


책과의 첫 만남

 

 일상 기록으로 쓰던 블로그에서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매일 글쓰기 모임, 그 글쓰기 모임의 멤버 중 한 분의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Project"에 대한 소개를 읽고 본능적으로 이끌렸다. 세상살이가 계획된 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데 그 끌림이 싫지 않았다.  바로 신청.

 

그러나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사람들이 잘 읽지 않은 책. 사람들에게 잃어버림을 당한 그 책을 찾아라."


분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 집엔 길어야 2년 전 구입한 책이 가장 오래된 책이었다.

더욱이 좋은 부부가 되는 법, 자기 계발서, 인기 있는 소설, 일일이 검색해 봐도 후기가 수두룩한 책들 뿐이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당근 마켓에서 우연히 만난 이 책의 소개에는 '책장에 오래 비치만 되었던 좋은 책'이라고 돼 있었고, '좋은 책'이라는 문구에 다시금 끌려 이 책은 내 손에 오게 되었다.

처음 만난 수집이야기
우리집 책장의 한자리를 차지한 책. 반가워~






 자신만의 수집 거리를 가지고 있는가?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우선 비행기를 타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환경에 가서 그 어색한 분위기에 젖어들지 못하고 방황하는 본인의 입맛과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참 좋아한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잠시 멈춤 상태이지만 재개하게 되면 바로 휴가를 지르고 티켓팅을 할 생각이다. 많은 나라를 다니지 못했지만 작년 10월부터 느지막이 시작한 나만의 수집이 있다.  

집 냉장고에 붙여져 있는 여행 마그넷


 여행 마그넷.

함께 여행 다니던 이들이 여행지에서 하나씩은 꼭 샀는데 나는 그것에 대해 수집의 필요성을 사실 느끼지 못했다. 괜히 냉장고만 지저분해 보이고, 사진으로 남겨두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에 구입하지 않다가 작년부터 문득 모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갔던 여행지의 시그니처들을 보며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내가 구입한 녀석들 모두가 그 여행지들의 특산품들은 아니다.)


 책에서 작가는 수집에 대해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그중 첫 번째는 소유 방식이다. 그리고 그는 소유 방식에 대해 마그넷에 대한 처음의 내 마음 가짐을 "모든 사안을 이성으로 처리하는 자에게 수집은 없다."라고 말한다. 또한 수집하기 시작했을 때의 내 마음가짐에 대해 "수집의 어딘가에 나의 존재를 망각하게 만드는 좋은 성질, 내 마음을 유달리 사로잡는 무엇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여행지에 가서 특히나 패키지여행의 경우에는 더더욱 자유시간이 많지 않은데 마그넷을 기념으로 모으기 위해 내가 다른 구경을 하나 더 할 수 있는 시간을 쪼개어 마그넷을 구입하고, 고르는 데 할애하는 것이 수집할 때의 몰입이라는 의미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목적이 되었더라도 좋은 의미에서의 소유를 위한 수집은 바람직하다고 책은 말한다. 또한 소유하는 방식에서, 일본에서는 다(茶) 기를 모으면서도 남들에게 함부로 보여주지 않고, 사용하지 않고 비밀에 부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이기적인 그림자가 농후한 것이라 말한다. 진정으로 물건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물건 기쁨을 나에게만 가둬놓아서는 안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그 기물에 대한 참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생각지 못했는데 주변에 모으는 이들에게 내 마그넷을 구입하면서 선물하는 것 또한 작가가 말하는 참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집에도 선택이 필요하다.


 요즈음 당근 마켓을 통해서나 TV 프로그램 중 "신박한 정리"를 보면 정리를 하며 불필요한 물건을 내놓고 버린다는 내용을 접한다. 분명 처음엔 넓은 집이었는데 왜 이렇게 물건을 놓을 공간이 부족하고 비좁게 느껴지는 것일까. 백화점, 시장, 로드샵 등을 막론하고 다니다가 당장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혹은 수집이 취미인데 정말 사소하고 재미나지 않는 물품, 어처구니없고 보존하는 의의가 모자란 수집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수집이 꼭 취미로서가 아닌 생활이 되었기 때문에 사람이 주(主)인이 아닌 물건에게 안방을 내주는 행태가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이런 이들에게 작가는 수집에는 두번째로 중요한 선별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집은 사물의 내용에 따라 그 의의가 심판을 받는다. 수집의 자유는 있지만 무엇이건 다 수집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수집이란 많이 모은다는 뜻이지만 많을 다(多)와 그 질은 다르다. 불필요한 것까지 끼어드는 것은 그 수집의 본질을 흐리게 된다. 값진 것 혹은 수집하는 물건 사이 유기적인 관계가 있으면서 그 개수가 많은 것이 훌륭한 수집이다.


 수집을 하되, 의미가 있는 물건을 선별하여 모으는 것이 마구잡이식 잡동사니들의 오합지졸을 만드는 것이 아닌 훌륭한 수집가로서 거듭나는 과정이라는 것. 나 또한 무분별한 수집은 없었는지, 불필요한 충동구매는 없었는지 이 책을 읽으며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마트에 가게 되면, 이 물건도 저 물건도 꼭 필요할 것만 같았단 말이지. 하며 남편을 설득해 보지만 정말 필요하지 않은지 서로에게 세 번씩 되뇌다 보면 그 답은 나온다. "지금 당장은 필요 없는 것 같아."

이 논리로 나는 지금까지 남편의 플레이스테이션 구입을 3년째 방어하고 있다. 지금도 당근 마켓에서 저렴한 가격에 플스가 중고로 팔리는 것을 내게 얘기하며 운을 띄우는 그에게 나의 속마음은 얘기하고 있다.


'야나기 무네요시' 작가님은 말씀하셨지,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자만심을 위해 구입하는 수집은 올바른 수집이 아니라고. 더욱이 플스를 사게 되면 자연스레 수집될 일렬종대로 줄 서 있을, 플스 팩들 위에 내려앉을 먼지들을 청소해주기는 싫네만. 그만 포기하게.


우리 가정은 오늘도 올바른 수집 생활을 몸소 실천하고 살아가고 있는 듯하여 뿌듯하다.






∞ 지루한 책 읽기에 자신이 있다면 ★★★★☆

∞ 조금은 고고하고 예스러운 사람의 느낌이 되어보고 싶다면 ★★★★☆

∞ 민예품이나 수집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

∞ 재미있고 술술 읽히는 책을 원한다면 ★★★☆☆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Project>는 계속됩니다. 다른 작가분과 함께 매거진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매일 각기 다른 작가의 1~2편 글이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함께 써 내려갈 것이고, 함께 책으로 묶을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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