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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했다, 조휴일

검정치마 'Everything' 프리뷰

검정치마는 늘 허를 찌른다. 생각해보면 데뷔 때 부터 그랬다. 2집은 물론이고, 지난 해의 'Hollywood'도 마찬가지다. 예상을 벗어나되 듣고 있노라면 납득되고야 만다. 그게 검정치마다.


29일 발매되는 'Everything'을 먼저 들었다. 역시 허를 찌른다. 처음에는 음향 장비에 이상이 있는 줄 알았다. 소리가 거대한 부채처럼 펼쳐진다. 흐릿하고 몽롱하다. 왠만한 슈게이징이나 포스트 록도 이 정도는 아닌데. 사운드는 그렇다치고 멜로디는?


끝내준다. 단순한 테마를 기본으로 깔고 서서히 고양되는 멜로디와 연주다. 실험적인데 매력적이다. 나는 이 노래를 듣고 'drunken love song'이란 표현이 떠올랐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했는데 사랑하는 (버닝 러브 단계면 더욱 절실한) 사람이 떠오를 때 마음 속에서 뿌옇게 북받치는 감정말이다. 꿈인지 현실인지 가늠이 안되는 그 상태의 그 감정이 'Everything'을 덮고 있다. 두 손 꼭잡고 짙디 짙은 안개속을 조심 조심 걷는, 행여 길에서 벗어날까 서로 조바심내는 연인의 노래다. 만져지지만 보이지 않는 연인의 노래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듣고 싶다. 기분 좋게 취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조휴일은 말했다. 이 곡이 나와도 3집 작업 때문에 계속 칩거예정이라고.


빨리 3집을 듣고 싶다. 더욱 열심히 일해라, 조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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