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길들이려는 이론들.
정신분석이 우리의 마음을 과거의 어두운 지하실에 가두고 보이지 않는 무의식을 파헤쳤다면,
20세기 중반을 휩쓴 또 다른 심리학의 거대한 축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나 감정 따위는 과학이 될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오직 눈으로 관찰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이 중요하다고 믿었지요.
우리는 이것을 행동주의 심리학이라 부릅니다.
행동주의의 원리는 아주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파블로프의 개나 스키너의 상자 속에 든 쥐처럼,
인간 역시 특정한 자극이 주어지면 그에 맞춰 반응하는 기계적인 존재라는 것입니다.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칭찬이나 보상을 주면 그 행동은 늘어나고,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처벌을 가하면 그 행동은 줄어듭니다.
이 단순명료한 공식은 심리학을 넘어 교육, 양육,
그리고 기업의 경영 방식에까지 깊숙이 스며들어 현대 사회를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교육과 상담현장에서 저 역시 이 행동주의의 유혹에 수없이 흔들렸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가 떼를 쓰거나 문제 행동을 보일 때, 스티커 판을 벽에 붙여놓고 참을 때마다 포도 알을 색칠하게 하는 보상 제도는 그야말로 마법처럼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곤 했으니까요.
어른들의 세계도 다르지 않습니다. 성과급이라는 보상과 인사 고과라는 처벌 앞에서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조직이 원하는 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그 즉각적이고 눈부신 통제의 마법 뒤에는 아주 차갑고 오만한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바로 인간을 철저히 '조건 지어지는 수동적 대상'으로 격하한다는 사실입니다.
행동주의의 렌즈로 보면, 인간의 숭고한 이타심도 결국은 타인의 인정이라는 보상을 얻기 위한 행동일 뿐이며, 불의에 저항하는 용기 역시 처벌을 피하려는 회피 행동의 변형에 불과합니다.
인간이 가진 내면의 깊은 갈등,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철학적 고뇌, 그리고 타인을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은 그들의 실험실 안에서 철저히 소거되어 버립니다.
가장 뼈아픈 부작용은 이 보상과 처벌의 시스템이 우리의 '진짜 동기'를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스티커를 받기 위해 양보를 배운 아이는,
더 이상 스티커가 주어지지 않으면 결코 타인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보상이라는 외부의 자극이 내면에서 스스로 우러나오는 선한 의지를 밀어내 버린 것입니다.
처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매를 맞지 않기 위해 순종하는 아이는 착해진 것이 아니라,
권력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교묘하게 분노를 숨기는 법을 배울 뿐입니다.
전문가들은 문제 행동이 교정되었다며 통계표를 들고 환호하지만,
저는 그 통계표 뒤에서 생명력을 잃어가는 수많은 영혼을 보았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이 수정되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까지 치유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분노의 원인을 묻지 않고 화내는 행동만 억누르게 한다면,
그 분노는 결국 안으로 곪아 터져 자신을 찌르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큰 폭력으로 왜곡되어 나타나고
맙니다.
인간은 스키너의 상자 속에 갇혀 먹이를 기다리는 비둘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보상이 없어도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으며,
가혹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위대하고
고결한 존재입니다.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사탕이나 회초리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를 스스로 묻고 답하는 내면의 목소리입니다.
특히 효율성과 성과를 맹신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너무나 자주 서로를 길들이려 합니다.
부모는 아이를,
상사는 부하 직원을,
심지어 국가마저도 국민을 행동주의적 잣대로 통제하려 듭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가치를 판단할 능력을 잃어버린 채,
타인이 내미는 당근에 환호하고 채찍에 두려워하며 나의 주도권을 서서히 넘겨주게 됩니다.
이제 그 오만한 실험실의 상자 밖으로 걸어 나오십시오.
누군가 당신의 가치를 보상과 처벌이라는 가벼운 저울에 올려놓으려 할 때, 단호하게 거부하십시오.
당신이 오늘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낸 것은 누군가의 칭찬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며,
당신이 누군가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넨 것 역시 어떤 대가를 바라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 스스로가 그런 아름다운 삶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조건 반사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닙니다.
오직 의미와 가치를 먹고 자라는, 눈부시게 주체적인 영혼입니다.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깃든 그 깊은 의미를 타인의 얄팍한 평가에 내어주지 마십시오.
당신 삶의 조종간은 오직 당신만의 것입니다.
다음주 수요일에는
[칭찬의 역습,
타인의 인정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하는 법]으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