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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RG 그러라지 Dec 31. 2020

관심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김곡 <관종의 시대>



관종’의 뜻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관심’과 ‘종자’를 합한 말로, 관심받길 원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오늘날에 와서는 이 단어가 그리 쓸모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관종이기 때문이죠. ‘자기 브랜딩’이란 단어가 유행인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책은 관종을 “이 시대를 지배하는 하나의 증상”이라고 정의합니다.


관종은 관심을 주는 ‘대상’이 아니라, 대상이 주는 ‘관심’에 몰두합니다. 인터넷 세상에선 관심 축적에 방해가 되는 대상을 쉽게 삭제할 수 있습니다. 터치 몇 번으로 주변에 얼씬도 못하게 만들 수 있죠. 이러한 환경이 바로 관종의 폭력성을 자라게 하는 자양분이 됩니다. 타인을 삭제함으로써 댓글·좋아요·팔로우·리트윗·별풍선을 누적시켜 자아를 팽창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목적 달성에 제동을 거는 자아를 제거해버리기도 합니다. 얼마 전 출소한 조두순을 ‘참교육’한다며, 자택 주변에 피해를 준 유튜버들이 그랬듯 말이죠. 그중 한 스트리머는 3일간 1,700만 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하네요.


관종의 폭력성은 익명일 때 더 두각을 나타냅니다. 책은 익명성을 “사적인 것을 얼마든지 파괴해도 좋을 상해보험”이라고 말합니다. 가면이 아니라 무기인 셈이죠. 특히 유명인들은 쉽게 악플의 표적이 되곤 하는데요. 유명인의 이름은 그 자체로 익명적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아 사적 영역을 침범하기에 더 수월합니다. 게다가 잘 알지도 못하고, 홈버튼만 누르면 영영 만날 일 없는 존재잖아요.


악플로 고초를 겪는 건 유명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0월,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달린 악플로 인해 대학생이 숨진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할 땐 늘 [표현의 규제 vs 개인의 자유] 프레임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책의 말처럼, 악플의 본질은 개인의 표현이 아니라, 개인을 지워버리는 데 있습니다.


악플은 타자에게서 그가 사적인 것으로서 지켜 내고 있던 가장 내밀한 대상을 소거하고, 끝내 자아까지 소거한다.” (p77)


작가는 관종의 시대에 우리가 잃은 것은 ‘타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타인을 제거해 얻은 관심으로 자아를 부풀려 간다면, 종내에는 자기 자신까지 잃게 된다구요. SNS로 소통할 수밖에 없는 이 시절에, 여러분! SNS를 그만두고 자기 삶을 사세요! 라고 말하는 건 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SNS는 이미 우리 삶의 일부인걸요. 대신 과몰입에 유의합시다. 이 계정 저 플랫폼, 그리고 현실에 분산된 ‘나’들을 모두 용인해줍시다. 자아 간의 모순을 귀여워해보는 것도 좋구요. 모든 사람이 그런 간극을 갖고 산다는 사실이 아무렇지 않게 다가왔으면 합니다.




Not Only Books

Zack Villere - Cool

https://youtu.be/923uTY2q71I


I'm feelin' pretty good (feelin' pretty good)

기분이 좀 좋아

Life's not bad right now

지금 삶이 나쁘지 않아서

I can't complain

불평할 수도 없네

So I think I might go to this party

그러니까 그냥 파티에 갈래

That this girl invited me to (oh, oh)

여자애가 날 초대해줬거든

And so I get dressed

그래서 난 옷을 갖춰입고

I look at myself in the mirror

거울 속의 나를 바라봐

And I say, "Oh no"

그리곤 말해, “이런”

Is that what I really look like?

내가 진짜 이렇게 생긴 거야?

I don't wanna be me

난 내가 되기 싫어

But that's only half of the time

하지만 그건 정말 잠깐일 뿐이야

'Cause inside I know I'm cool, so cool

마음 속으론 알거든 내가 정말 멋진 거, 진짜 멋있어



Zack Villere의 Cool 가사 중 일부입니다. 멋있고 싶은데, 뭘 해도 구린 것만 같을 때가 있지 않나요? 그럴 땐 정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먼지가 된 듯한 기분입니다. ‘나’로 살기가 싫어서 SNS 팔로우 계정들에 자아를 의탁해보기도 합니다. 그들이 가고 입고 먹는 것을 취하면 저도 비슷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노래는 그런 순간이 아주 잠깐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왜냐면 멋있고 싶어하는 모습까지 받아들이는 나는 아주 쿨한 사람이거든요! 상상 속의 걔도 거울 속의 얘도 다 나라는 거, 어쩔 수 없으니까 예뻐해주는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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