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앞으로 살아야 할 삶도 소중하니까
벤치마킹 bench-marking
- 경쟁업체의 경영 방식을 면밀히 분석하여 경쟁업체를 따라잡음. 또는 그런 전략.
몰랐던 것을 배우고 따라 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일입니다. 다른 사람의 것 중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새롭게 깨닫고 내 삶의 방향성을 수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감사하고 수용할 일입니다. 전혀 부끄럽거나 눈치 볼 일이 아닙니다.
조금 살다 보면 관성으로 살아가는 날들이 점점 많아지지만 그 삶을 사는 당사자는 그 사실을 모르거나 그냥 무시할 때가 많습니다. 모든 감각의 기능이 떨어지고 뇌도 빠르게 굳어가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더욱 무뎌집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녹거나 허물어져 내리듯...
지난 젊은 시간(20~30대) 동안, 살아온 세월을 후회하진 않지만 지금 2030들을 보며 우린 그때 지나치게 낭만적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지금보다 물리적 환경은 더 나빴었을지 몰라도, 그럼에도 더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정보의 무지로 그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 너무 많았었습니다. 모두 비슷한 실수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그걸 알아채는 사람도 거의 없던 터라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조차 없이 보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기회는 늘 있을 것처럼 착각을 하면서. 기회에 대해서 또 자신의 삶에 대해서 굉장히 무감각하고 관대했었습니다.
누구나 살아온 세월은 그 나름의 시대적 배경과 현실적 판단이 그 당시엔 최선이었기에 다 이유가 있고 나름의 타당성을 갖는 법입니다. 그래서 함부로 추겨 세우거나 편협하게 비난하며 판단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젠 현재를 살아야 하는 '생존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환경에 매일 노출되며 '살아내야' 합니다. 이 이야기는 살던 대로 살면 빠르게 도태되고 늙어갈 뿐이란 것입니다. (마치 방 안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쓸모없는 사람처럼 말이죠.) 세상의 변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서 어느 순간 빠른 변화의 속도에 숨이 차서 - 달리다가 숨이 턱에 차고 꼭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구간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할 때처럼 - 멈춰 설지도 모릅니다.
경쟁 기업 간의 생존 전략 중 하나인 벤치마킹 bench-marking을 개인의 삶에 적용해 보면, 단순히 (적어도) 자신보다 나은 혹은 자신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누군가의 장점을 배우고 따라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자신의 길을 향한 치열한 고민과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매일의 성과들에 서로 기운을 얻고 한 틈씩 같이 발걸음을 합니다. 그렇게 배워갑니다. 자식을 키운 부모의 입장에서 세월이 지나 어찌어찌 어른(?)이 되었지만 나이 어린 자식들에게 함부로 이래라 저래라를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의 현실이 내가 살던 때보다 몇 배는 더 치열한 생존 게임 속에서 살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옆을 돌아볼 수 없을 만큼 '생존' 자체만으로도 벅찬 현실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절대적 시간은 같지만 흐르는 속도는 확실히 다릅니다. 기회 역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조건(더 촘촘하고 치열해진)이 달라졌습니다.
저 역시, 매일 매 순간을 또 앞으로 남은 시간도 살아야 하니 정신집중이 필요합니다.(이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나이 먹고 좀 내려놓고 살라는 말이 너무 한가하고 무책임하게 - 삶에 대한 회피처럼 여겨집니다.) 자식들을 키우다 보니 가끔 '저 나이에 난 무슨 생각을 했었던가? 어떻게 살았었나?' 종종 되돌아보곤 합니다. 젊은 사고의 순발력을 따라가기 벅차긴 하지만 자식들 세대를 보면서 ‘참 그땐 많이 무지했구나, 그때의 무성의함이 지금도 자식들을 힘들게 하는구나’ 깨닫습니다. 정보의 부재, 어둡고 묵직한 그늘 - 사회적 인식의 한계 아래에서 새로운 시도보다 그저 조용하고 묵묵히 견디는 것에 익숙했었습니다. 기존의 것들에 길들여져야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왜 대학을 가야 하는지, 왜 취업을 해야 하는지, 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없는지, 왜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신의 선택이 배제되는지, 왜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해야만 하는지, 결혼마저 관습을 벗어나 생각해선 안되는지, 왜 꼭 남들처럼 살아야 하는지, 왜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수많은 의문들에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하면서도 그냥 그래야 한다고 하는 말이 지금, 어떤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요?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싶고 자신만의 선택이 올바르길 바랍니다. 선한 영향력이 보편화되지 못한 세상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 자신의 기회인양 만족하는 삶도 의외로 많습니다. 살아있는 한 무지성의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아니 지나온 시간처럼 앞으로도 살아야 할 시간들이 아직 남아 있기에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해야 합니다. 그 방법이 전 세대가 아닌 후 세대들이라 한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나이 든 사람의 뇌에 젊은 사고가 들어 작용하는 것이 젊은 사람의 뇌에 나이 든 사고가 들어있는 것보다 조금 덜 위험하지 않을까요? 원래 모르는 건 그 대상이 누가 되었던 물어가면서 배워야 합니다. 전쟁 같은 매일을 살아가면서 뭘 그렇게 구분할 것이 많은가요? 최소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애 정도만 있으면 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