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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순 Oct 16. 2023

직장인인터뷰 열. 수학강사로 살아남기

'수학'과 '아이들'을 사랑하시나요!?




평생을 간호사로 살지, 안살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평생 '하나'만 알고 가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인터뷰를 합니다. 






직무: 수학학원 전임강사


일한기간: 2년차


간략한 소개: 수학과를 졸업했고, 잠시 스타트업 회사를 다녔다가 공무원 준비를 2년 반동안 했습니다. 지금은 수학학원에서 전임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수학이 좋아요!


좋아하는 일이란?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에요.







어떤 일을 하시나요?



수학학원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학원은 수준에 따라서 A와 B반으로 나뉘는데, 저는 아직 여기서 일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B반을 맡고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가르치고 있습니다.



세상에.. 그때 뭘 배웠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나네요... 초등학교 5학년이면.. 나눗셈 배우나요?

초과, 미만 이런거 공부해요. 근의 공식, 복소수 이런거 기억나시나요 ㅎㅎ








지금 일을 한지 얼마나 되셨나요?



작년 8월 1일에 입사했으니까.. 딱 1년정도 됐어요. 이전에는 수학과외나 보조강사만 했었는데, 본격적으로 전임강사로 일한지는 그정도 됐어요.








현재 일에 대해 만족하시나요?



너무 만족합니다. 일도 재밌고 사람들도 좋아요. 학원도 규모가 커져서 3호점까지 냈는데, 제가 3호점에서 일한 첫 선생님이에요. 학원이 처음 생겨서 첫 학생에 선생님들도 처음이다보니, 힘든 점도 있었지만 뭔가 더 끈끈하고 애정이 가요.


일하기 시작한지 3개월간은 일이 너무 좋아서 항상 웃고다녔어요. 수업이 없으면 빨리 수업하고 싶고, 수업하러 들어갈 때는 설레고.. 제가 쓴 판서가 뿌듯해서 사진을 찍기도 했어요. 준비도 잘 하고 싶어서 1시간 일찍 출근하고 퇴근했죠.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일이 좋아요.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이 일을 계속 해야하나'하는 고민이 들 때가 있었어요. 작년 8월에 입사를 했는데, 반년만에 관두고 싶었어요.


저는 수학강사를 하기 전에, 2년 반동안 원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이제 그만해야겠다 싶어서 관두고 수학강사를 했던건데, 불안정했어요. 아이들은 점점 줄어드는데 학원은 많고. '이게 과연 유망한 직업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제 급여에 대해서 불만이 없지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주변 학과 선배들이 "그정도 받고 일하기 아깝다"는 말도 자주 했었고요.



올해 2월은 그게 크게 다가왔던 시기였어요. 그만두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제가 학생들에게 말하고 가르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었어요. 한번 성적을 받으면 바뀌지 않잖아요. 아이들의 성적, 멀리보면 미래까지도 책임지고 있다는 책임감,  또 제가 했던 말에 상처받아서 그만둔다는 아이도 생겨났고요. 무서웠어요.


정말 제가 잘해줬던 학생이었는데, 다른 학생들도 들어오고 하니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던거죠. 6개월간 울고불고 같이 했었는데, 그만둘 때는 제 이름을 걸고 그만두고.. 상처였어요.


다행히 주변 선생님들과 원장선생님이 제가 그 학생에게 잘 했던 것과 학생과 저의 유대관계를 알고 계셔서, 일은 잘 마무리 됐어요.


이후에 고민이 꽤 커져서, 공무원시험을 다시 준비해야하나 싶었어요. 사실 그때 공무원 강의도 다시 결제했어요.


그런데 다른 선생님들과 원장님이 그만두는 걸 말리셨어요. "1년은 해봐라, 한바퀴 돌면 좀 다르다" 라면서요. 그래서 "알겠다. 1년만 해보겠다"라고 했던건데, 금새 1년이 됐어요.


그러고나서 다시 생각을 해보니 어떤 직업이든 책임이 필요할테고,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일을 하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은 소수이고, 좋아하는 것들이 더 많았어요. 수학도, 가르치는 것도, 아이들도 좋았어요. 그러다보니 '계속 해보자' 싶었어요.




같이 일하는 분들과 끈끈하신 것 같아요.

어딜가나 직장에 만족하기 위해서는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조건이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앞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모두가 사람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어요.

맞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중요하죠. 그런데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사람이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수학강사를 하기 전에 다른 일을 잠깐 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도 사람들이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하는 일이 저와 전혀 맞지 않았고, 급여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적었어요. 뭐든 어느정도 적절한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수학강사로 살아남기



학원이 사람, 특히 아이들과 마주하는 공간이다보니까 많은 일들이 생길 것 같아요.

음.. 처음엔 아이들이 숙제를 베껴오는 것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베껴오면 눈에 딱 보이는데, 학생들은 안베꼈다고 해요. 물론 따로 불러놓고 말하면 그제서야 베꼈다고 말을 하긴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런 경우가 많구나'라면서 무뎌졌어요. 더이상 그런 것에는 상처를 받지 않아요.


저는 처음에 수학강사는 수학만 잘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까, 수학강사를 하려면 잘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아마 제가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이 일을 진작 그만뒀을 것 같아요.




학원에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오는 경우는 많이 없잖아요? 저도 엄마가 가래서 가고 그랬는데... (웃음) 그러다보니 더 힘들 것 같아요.

맞아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모님이 보내서 학원에 오게 돼요. 그러다보니 학생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도 상대해야해요. 부모님이 원하는 것과 학생이 원하는 것이 다를 때가 많아서 난감하죠.


수학강사로서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주고,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것들에 대해 '이게 맞나' 싶었어요. 저도 사실 중고등학생 때 그런 강압적인 분위기가 싫어서 학원을 안다녔는데, 이제는 제가 아이들에게 그런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 싫었어요.


한번은 이런 고민을 원장님께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원장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고 좋아한다면, 어차피 공부를 해야하는 시기에 조금이라도 공부를 잘하게 만드는게 의미있지 않겠느냐고요. 맞는 말인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 100% 그 말을 납득하지는 못하겠어요.


아이들이 성적을 잘 받으면 더 좋겠지만, 제 생각에는 아이들이 수학을 좀 더 좋아하기를 바래요.




그렇다면 많은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고 어려워하는데, 아이들을 격려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처음에는 쉬운 문제부터 줘요. 자신이 스스로 풀게 되는 경험이 쌓이다보면 자신감이 생기면서, 수학을 포기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문제를 설명할 때에도, 바닥에 있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칭찬을 해주죠.


예를 들어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2*2는 뭐야?"라고 질문하면, 대답을 하겠죠? 그럼 "잘했어!"라고 칭찬을 해줘요. 그렇게 문제를 다 풀고나면 "봐봐 너도 할 수 있어. 너 수학 재능있다니까!" 이런식으로요.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정도 포기해야하는 것이 생기기는 해요. 학생마다 접근방식이 다르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많은 진도를 나가는 것은 어느정도 포기해야해요. 그래도 학생이 수학을 포기만은 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그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수학이 너무 좋아서 수학과를 전공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아서 수학강사를 하고 싶었어요. 저는 학교 선생님보다도 수학만 가르치는 수학강사가 되고 싶었어요.


졸업 전에 스타트업 회사를 잠깐 다닌 적이 있어요. 수학과 가르치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회사였지만, 사람들도 좋고 일이 재미있어 보였어요. 그런데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었지만, 너무 힘들더라고요. 급여도 불안했어요. 결국 그곳을 나오고, 이후에는 업무나 급여 면에서 안정적인 것을 하고 싶었어요.



이런 일을 겪다보니 극단적으로 안정적인 것을 찾다가 공무원을 하기로 마음먹고 준비했죠. 준비하는 2년 반이라는 기간동안 너무 불행했어요. 지치고 힘들고 불안했어요. 공황도 더 심해졌어요.


게다가 '공무원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하는 의문도 들었어요. 그래도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에서 "안정적인 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권유도 있었고, 저도 막상 이것말고는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에 저는 수학강사는 하나의 직업이 되기는 어렵고, 그저 알바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마지막으로 봤던 공무원시험은 딱 한개차이로 떨어졌어요. 그렇게 두번 떨어지고 나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정말 공무원이 하고 싶었다면 2년이 걸리든 4년이 걸리든 준비를 계속 했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죠. 저는 그렇게 공무원시험 준비를 그만뒀습니다.

2년반동안 준비했는데도 시험에서 떨어진 것에 대한 실망감이 스스로에게 너무 컸어요. 그래서 제가 당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빨리 찾고 싶었어요. 그것이 수학강사였어요.




수학강사가 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쳤네요. 그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은 것 같아 제가 다 기쁘네요. 부럽기도 하고요.

아마 제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수학강사를 했다면, 아마 저는 오래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돌아온 시간들이 아깝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돌아온 길에 대해 저는 만족합니다.








직장을 선택하는 조건



저는 '어떤 일을 하는지'와 성취감(뿌듯함)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이 일을 해냈다', '내가 이 일을 통해 누군가를 도왔다'는 느낌이 들어야 그 일을 계속 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조건은 같이 일하는 사람-성장가능성-급여 순서에요. 그에 비해 어떤 일을 선택할 때, '얼마를 받느냐'는 많이 생각안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너무 많이 안줘도 안되고요 (웃음) 사람답게 살 정도로 받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



제가 좋아하는 일들을 생각해보면, 다들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좋아하지 않으면 누군가 시켜야만 그 일을 할 수 있어요.


저는 오늘 출근을 2시간 일찍했어요. 사실 퇴근도 한시간 늦게 했어요 (웃음)  어제도 그랬고요.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제가 할 일을 잘하고 싶어서요. 저는 아직 부족하고 공부를 더 하고싶어요.


누가 시키지 않은 일도 찾아서 하는 편이에요. 아이들에게 뭐라도 더 주고싶고,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그냥 제가 좋아서요. 제가 이 일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것 같아요.


사실 저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많이 걱정해요. '너무 마음 주지 말아라', '그럴거면 돈 더받아라' 라면서요. 저를 생각해주는 말들이지만, 때로는 오히려 일은 괜찮은데 주변사람들의 말로 인해 힘든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만둘 생각도 했었지만, 결국은 이 일이 좋아요. 계속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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