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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순 Nov 07. 2023

논문, 어떻게 생긴 친구지? (하)

Chapter 2. 메디컬라이터(MW)의 기본, 논문을 알아보자


이상으로 우리는 논문 ‘안’에서 읽어야 할 내용을 가볍게 읽어봤다. 

그런데 이토록 많은 논문의 내용 어떻게 다 기억하지?

우리의 기억력은 내가 좋아하고, 임팩트 있으면 강하게 작용한다.

논문을 읽는 게 지루한 과제 하듯 읽어버리면 남는 게 없다.


논문은 내 최애의 티켓팅이 성공해서 1열에서 콘서트를 직관하듯 읽어야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내가 좋아하고 임팩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티켓팅하듯 비싼 돈으로 사라는 얘기는 아니다.) 

강제적인 동기부여나 가스라이팅으로는 흥미나 재미가 생길 리 없다.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어야 한다.



책을 생각해 보자.

책을 많이 읽고 잘 읽으면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 러닝이나 운동, 독서를 하면 상쾌해진다고 한다.



내가 읽을 논문도 이와 같은 ‘취급’을 해주면 좋다. 

‘탈임상해야 하는데 억지로 이거 읽어야 탈임상할 수 있어.’

‘교수님이 오늘까지 이 논문 보라 했으니까 봐야 해.’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박물관에서 관심 있게 유물을 바라보듯 접근하자. 

초등학생 때 별생각 없이 박물관에 견학을 가면 지루하다.

다 해진 물건들과 종이들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는 재미없는 물건만 있는 곳.


생각을 바꿔서 몇 천 년 전의 사람들이 쓰던 물건이 고스란히 옮겨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면 자세히 보고 싶고 신기하고 기억에 남는다. 이걸 어떻게 그 시대에 만들었을까. 이게 지금까지 보존이 어떻게 됐을까, 하면서 말이다. 





임상연구도 같은 원리로 접근해 보자.

임상연구에는 몇 십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간다.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가 시험 중인 약을 투약받아, 결과를 설문하고 검사를 받는다. 그렇게 몇 년간 노력한 공이 달랑 종이 몇 페이지로, 그것도 내가 쉽게 검색해서 얻을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유용한 정보가 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논문이 단순히 어려운 게 아니라 귀중한 보물종이 같은 느낌이 든다. 

태도가 달라지면 오늘 안에 해야 할 지루한 종이에서 다른 이의 귀한 삶이 담겨있는 소중한 종이로 바꿔 보이게 된다.


바꿔 보이면 이걸 읽어가는 내 마음이 어려운 지식을 어렵게 터득해야 하는 것에서 소중한 자료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들로 와닿기 시작한다. 그렇게 된다면 결과들이 기억에 잘 남는다.



이런 마음가짐을 기억하며 논문 구성의 마지막 부분인, 

‘참고문헌(References)’을 알아보자.





일단 참고문헌이란 말 자체가 와닿지 않는다.

참고한 문헌, 자주 쓰지 않는 말이다.


과제를 하던, 책을 쓰던, 참고문헌은 중요하다. 일단 표절 시비에 걸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을 반드시 기입해야 시비에 걸리지 않는다. 

또한 내가 사용하고 모든 것은 인류가 그동안 생성해 놓은 지식의 산물을 재해석한 것이다.


‘누구의 지식을 얼마나 조리 있게 썼느냐’에 대해 알려줘야 할 의무를 논문이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문헌을 가져와 작성했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문헌이 ‘신빙성이 있는 문헌이냐’를 또 따진다. 


어디에서 지식을 갖고 왔는지 출처는 꼭 밝히되, 그 출처가 신뢰할 만한 곳이어야 한다.



언제나 쉽지 않은 우리 논문님....


어쩌랴, 지성인의 보고가 되는 집약체인 논문의 요건을 맞춰야 하니 따라주는 수밖에..ㅎㅎ



그럼 그 신빙성이라는 건 어디에 기준을 둬야 하는 걸까?

첫째는 저명 학술지에 출판된 논문이어야 하고,

둘째는 저명 학술지에서 인용이 많이 된 논문이어야 한다.


그럼 저명 학술지는 뭔가?

SCI가 있다. 

SCI 정의: 미국 과학정보연구소(ISI : Institute for Scientific Information)가 과학기술분야 학술지 중 엄격한 선정 기준에 의하여 선별한 저명 학술지


흔히 SCI에 논문을 냈다는 건, 그만큼 저명한 해외 학술지에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영어로 논문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메디컬라이터가 자주 보는 의학 논문의 탑 3은 더 란셋 (THE LANCET)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미국 의학회지(JAMA)이다. 

그다음 유명한 곳은 세계 3대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사이언스(Science)' '셀(Cell)'이다. 보통 이 저널들에 논문을 내면, 다음 날 아침뉴스나 9시 뉴스에 발표된다. 

(근데 요즘은 연구자들이 많이 내서인지 인터넷 신문에만 나감)



베스트셀러처럼 많이 읽히고 팔리면 좋은 탑 100 안에 드는 저널일까?

비슷한 느낌이지만 연구논문에서는 ‘많이 읽히고 팔리는’ 기준을 ‘인용’이라고 한다. 

인용이란 ‘내 논문을 다른 연구들이 얼마나 많이 참고했나’이다. 



구글 스칼라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659회 인용’이 얼마나 유명한 건데?

이건 의견이 분분하다.


마치 ‘베스트셀러’의 기준과 같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에서 1위를 해야 베스트셀러일까, yes 24에서 1위를 해야 베스트셀러일까?

만 부를 팔아야 베스트셀러일까, 출간하자마자 다 팔리면 베스트셀러일까?

분야별 top 100, 혹은 top 10 이내에 올라야 베스트셀러일까?


인용 횟수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의견이 분분한데 검색해 보면 대부분 5-10회 이상인 논문이 그래도 사람들이 연구로서 가치 있다고 인용해 주는 논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유인즉슨, 논문이 너무 많이 나오니 아주 희소성 있고 결과가 임팩트가 크지 않으면 연구자들이 굳이 저 논문을 읽고, 자기 연구에 인용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SCI 논문 중 90% 이상은 단 1회도 인용되지 않은 논문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가장 중요한 지수는 피인용지수, Impact Factor*이다. 

줄여서 IF라고 불리는 이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IF: 어떤 저널이 인용된 횟수를 분석하여 얼마나 중요한 저널인지를 알려주는 숫자. 1955년 유진 가필드라는 언어학자가 개발하여 1960년 처음 도입되었다.)


왜냐면, 교수 임용, 정부출연기관(정출연)의 연구소의 정규직 연구원을 뽑을 때 

“너 IF 얼마짜리 저널에 논문 내봤어?”

로 점수화하여 채용에 당락을 결정짓는다.


엄청나게 중요한 지수이지만 이 지수 또한 논란이 많다.

어떤 식으로 계산했는지 세세히 알 필요는 없다. 앞서 말한 베스트셀러와 같이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세계라 그렇다.


마찬가지로 느낌만 알고 가시라.

IF 10 이상이면 의학저널에선 좋은 대접을 받는다. 이공계를 통틀어서 5 이상이면 제법 좋은 데 냈군, 이고, 2-3 정도가 노멀라인, 1 이하가 명맥상 SCI군, 정도다.




그런데 조금 억울한 면이 있다.


수학계의 경우는 3점이 그 학계 내 탑티어 저널이라고 한다.

‘인용’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반면, 의학계는 아까 말한 3대 저널은 50점대에 육박한다.

그럼 의학계는 주야장천 연구하는 사람들이고, 수학계는 노는가? 

그것이 아니다.



학문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의학계는 계속 임상연구나 시험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고 돈을 버는 업종이다.


반면 수학이나 기초과학 등은 당장 돈이 되는 재화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분야가 아니다.

게다가 한 번 이론이 정립되면 잘 바뀌지 않는다. 내가 공부했던 중학교 수학과 내 딸이 공부할 중학교 수학이 확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보니 연구 논문 수가 학계마다 발행되는 건수가 다르고, 당연히 발행 건수의 차이가 있으니 인용 자체의 숫자도 다르다.


이러한 배경을 파악한 상태에서 IF를 논하는 것이 옳다.




각설하고 여기까지가 논문 ‘안’에서는 잘 읽지 않는 참고문헌과 논문의 영향력을 살펴봤다. 

그럼 저 복잡한 참고문헌은 일일이 다 쓰는가?


그렇지 않다. 글씨체(폰트)처럼 각각의 양식이 있고, 인용법이 다 다르다.

단, 한 논문 당 하나의 양식으로만 쓴다.

1번 참고문헌은 APA양식, 2번은 MLA양식, 이렇게 하지 않는다. 


그럼 뭘 쓸지, 어떻게 정하지? 


걱정 마시라. 내가 투고할 저널에서 뭐로 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직 투고할 저널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문을 쓴다면, 흔하게 많이 쓰는 양식으로 고정해 놓고 쓰면 된다.

[흔하게 많이 쓰는 양식]

- APA(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사회과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는 많이 사용
(알파벳순) 연구자명. (발행년). 논문명. 자료명(발행단체명), 권(호), 논문수록 페이지수.  

- Vancouver: 생의학분야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학술지 스타일
 (인용순) 저자이름 (3인 이상 et al. 붙음) 논문명. 저널명. 발행년. 월;권(호):논문수록 페이지수.


이런 식의 참고문헌 양식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한국식으로 사용하는 양식도 대학마다 따로 있고, 국내 연구학회 별로 만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가 참고하는 논문이 20-30개 이상인데 일일이, ‘연구자명 A.L.B.E…., 연도가 괄호 열고,...’하겠는가. 

바뀌면 또 다 수정해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우린 21세기에 산다. 여러 편리한 도구들이 있다.

대학교(원)의 학생 신분이 아니라면 EndNote와 RefWorks는 유료이다.

Mendeley는 크롬 같은 브라우저 안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자주 쓰는 것만 다운로드하여서 설치하거나 인터넷 즐겨찾기하여 계정 로그인해서 쓸 수 있다. 


이 세 개의 화면들인데 딱 봐도 비슷한 느낌인 것이 느껴진다. 

왼쪽이 메뉴바고, 가운데가 추가한 참고문헌 목록이 보인다. 

오른쪽은 세부내용이다. 



Endnote



RefWorks



Mendeley



사용방법도 간단하다.

구글에선 학술검색에서 ‘인용’을 클릭해서 원하는 프로그램 형식으로 다운로드하면 된다.





의약학 논문을 자주 찾아보는 [PubMed]에서도 이와 비슷한 루트로 참고문헌 파일 즉, ‘서지정보(Citation)’ 파일을 다운로드하여서 내가 쓰는 프로그램에 넣어주면 된다.





프로그램 사용법은 유튜브나 구글에서 쉽게 사용방법을 알 수 있으니 직접 사용할 분들은 찾아보면서 하면 금방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추천영상]

Endnote 

https://www.youtube.com/watch?v=GYJnnYpkSaA



Refworks

https://youtu.be/Ovs1jVbC4No?si=3D-iwpEtIbccl2-Q



Mendeley

https://youtu.be/jR8ejWdW-MU?si=VQtuxf6EQjl3eWuJ




‘더 알려주지, 참.’

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기다리시라.

곧 전자책을 준비하며 세세한 내용을 담을 테니 꼭 끝까지 이 매거진을 읽어주시길 바란다. 





여기까지 우리는 논문의 A to Z를 알아보았다.

실은, 방법론이나 고찰의 논문을 보고 정리하는 법 등은 대학원 한 학기 수업량일 정도로 많은 양의 이론과 실습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어렵디 어려워 보이는 논문의 장벽을 허물고, 한 글자씩 더듬더듬 읽을 수 있는 시작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지식을 습득하는 걸 넘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그 문을 열게 하고 싶으니 끝까지 이 글을 구독해 주시기 바란다. 





저자 소개

에이전시 메디컬라이터로 제약산업 마케팅의 메디컬 콘텐츠 생산자이자 메디컬 커뮤니케이터로 일하고 있다. 지방 4년제 간호학과를 꼴찌를 겨우 면하여 졸업한 뒤, 임상 1년을 쌓았다. 그 뒤로 코이카 해외봉사 1.8년, 환경역학 보건연구간호사 1년, 국제보건 사업관리자 10개월, 보건소 역학조사관 6개월, 발암물질 간행물 집필 연구원 6개월을 거쳐 지금의 회사로 왔다. 더불어 온라인 석사과정(영국) 1년과 국내 일반대학원 석박통합과정생 2년(ing)으로 박사학위를 위해 달려 나가고 있다. 



편집자 소개

지방 4년제 간호학과를 막 졸업하고, 지방 종합병원의 VIP병동에서 8개월간 근무를 했다. 

입사 6개월 차가 되던 때에 취미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나는 직장생활이 불행한데, 다들 그런가'라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인터뷰 프로젝트였다. 간호사가 아닌 다른 직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지 인터뷰를 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운이 좋게 저자와 만나 '편집자'라는 거창한 칭호까지 받으며 본 매거진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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