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나우 Jul 14. 2023

언니, 언니, 언니들

나를 키워준 언니들 


비 오는 목요일, 사람 없고 한산한 롯데몰 (은평점)에서 영미 언니랑 수영언니를 만났다. 올해 1월 말 구정 때 나영언니랑 다 같이 북촌(솔방울 베이커리도 가고 여의도 카멜커피까지 고고!)에서 얼굴을 보고 반년만에 보는 거다. 언제 봐도 반가운 얼굴들. 난 언니들만 만나면 왜 이리 좋지, ㅎㅎㅎ 


나영언니가 있어서 그런가 어렸을 때부터 언니들이 편안하고 만만(?)했다. 나영 언니는 나를 어디에 가든 다 데리고 가고 언니 친구들이랑도 자연스레 친구처럼 어울릴 수 있었다. 우리 언니가 아닌데도 나는 스스럼없이 대했다. 




나경이 쟤는 또또, 인형 놀이를 해도 지가 젤 예쁜 것만 하려고 해. 


안돼! 네 동생 징징거리고 마음대로 한단 말이야! 혼자서 치우지도 않잖아!




곳곳에서 나를 거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졸졸졸 끈질기게 다 따라다녔다. 중요한 건 어디를 가든 우리 언니가 엄마가 시킨 대로 내 손을 꼭 붙잡고 다녔기에 우리 언니를 좋아라 하는 언니 친구들은 (인기가 많았답니다, 덩달아 기세등등!) 울며 겨자 먹기로 나를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사진 한 장이 있는데 언니가 유치원 행사에서 생일 케이크를 자르는 사진이다. 생일을 맞은 언니 오빠들이 예쁜 한복 차림으로 왕관을 쓰고 있다. 알록달록 고운 그 한복들 사이로 생일도 아닌 내가 한복까지 떡하니 차려입고(심술보 뺑덕어멈 포스로) 중간에 끼어들어서 신난 표정으로 생크림이 다 뭉그러지게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나 혼자만 생일인양. 떼를 부리고 그 사이에 끼겠다고 한 걸까. 칼자루까지 쥘게 뭐람.;;; 내 양 옆에는 눈이 뾰족해져서 나만 노려보는 언니 친구들의 모습이 보인다.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하는 표정으로.



그리고 바로 내 뒤에서 든든하게 버티고 서있는 나영언니는 환하게 웃고 있다. 그래도 귀여운 내 동생, 하는 얼굴이다. 아닌가? 하긴 우리 언니는 카메라만 들이대면 항상 생글생글 잘 웃었지. 요즘 같으면 엄마들 사이에서 난리가 날 법도 한(?) 생일자 꼬꼬마들에겐 민폐 행동인데 그 시절엔 하나밖에 없는 생일 케이크를 내가 다 난도질할 때까지 사진으로 남겨주기까지 했다. (사진을 보고 좀 깨달으라는 의미인가? 한참 후에 사진을 발견하고 웃음과 부끄러움이 터지긴 했다. 맙소사!! 이게 뭐야?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우리 선율이 한 테 뭐라 하지 말아야겠다. 요즘 이런 생각이 많이 드네.) 어린 시절부터 같이 뒹굴거리고 엄청난 수다도 떨고 같이 자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하고 수련회도 함께 가고 우리 집에 자주 오고 가며 마주친 언니들이기에 나는 언제나 언니들이 편안했다. 또래와 어울릴 때 나오는 이상한 경쟁 심리나 묘한 신경전을 할 필요도 없었고 동생들처럼 한 번 더 마음 써주고 둥가둥가 하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영미언니



영미언니는 내가 청년 시절 교회에서 나에게 처음으로  일대일 제자 양육을 해준 나의 첫 Cell리더 언니기도 하다. 물론 꼬꼬마 때부터 교회에서 봤지만 어린 시절부터도 항상 침착하고 매사에 성실 반듯한 이미지였기에 나는 나보다 열 살쯤 많은 줄 알았다. 그때는. 알고 보니 겨우 두 살 차이? 대 반전!!


당시 천방지축 멋대로 마음대로 다루기 힘들었던 나를 기꺼이 맡아서 일대일 양육을 해준다고 하고 (다들 거부하지 않았을까 싶다, ㅎㅎ) 매일 만날 때마다 언니와 기도하고 제자양육 책으로 말씀을 찾아보고 성경 공부를 시작했다. 일대일 양육을 전도사님, 목사님이 아닌 전도사님께 양육받은 언니한테 배웠다는 게 나에겐 자랑이고 특별한 순간이었다. 언니는 한 번도 나를 다그치거나 혼내거나 잔소리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냥 첨부터 나의 모든 걸 다 파악해서 눈치 보는 건 아닌데 그냥 휴지가 필요하면 휴지를 바로 대기해 주는 사람처럼 척척 기다려주고 내 보폭을 맞춰 걸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대학교 때도 이것저것 활동으로 분주하고 많이 돌아다니다닌 나는 늘 정신이 없고 배가 고팠다. 조금만 뭘 안 먹어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자주 났다. 소리도 써라운드 급으로 꼬르륵! 음향효과 소리처럼, ㅋㅋㅋ 울렸다. 배가 고프면 더 신경이 예민해졌던 나는 성경공부보다도


-언니 배고파, 뭐 좀 사 먹자, 사줘라. 어묵? 김밥? 뭐 먹을까? (또또또 먹기 위해 왔구나 싶은 타임!!)

-응응, 나경이 배고프구나. 소리가 요동치더라. 우리 뭐 먹을까? 언니가 사줄게!


아아, 나랑 겨우 두 살 차이밖에 안 났던, 나처럼 용돈 받고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을 언니에게 맨날 뭘 그리 다 얻어먹고 사달라고 했는지, 나중에 다 크고 그 시절을 떠올리니 그런 게 너무 미안했는데 오히려 언니는


"아아니, 무슨! 나는 나한테 그렇게 말하는 네가 좋았어. 우리 셀 다른 친구들은 다 기억이 가물가물, 기억도 잘 안 나는데 너는 항상 내 기억에 일 번이야. 너만 기억나고 또 생각나더라고.

나경아, 아무도 먼저 뭐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는 사람이 없는 중에 나는 나한테 먼저 뭐 먹자, 이거 저거 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게 참 좋았어!


내가 처음 본 영미 언니 친구에게도 처음 본 날 재잘재잘 말을 걸고 같이 버스 옆자리에 앉았는데 언니는 그런 사소한 작은 것 마저 나에게 고맙고 좋았다고 덧붙였다. 남들은 차가워 보이고 어렵게 느꼈던 그 언니마저 나에겐 다가가기 편한 언니였는데 이쯤 되면 나는 진정한 언니 킬러인 걸까? ㅎㅎㅎ


영미언니는 나처럼 어린 시절부터 평화교회를 다녔지만 나는 언니가 올바른 완전 모범생 같은 이미지로 보였다. 반듯한 외모와 착실한 성격, 확실한 기준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고 실제로 그랬다. 그런데 나영언니랑 영미언니가 둘이 반주를 하면서 친해졌고 나도 그 사이에 자주 끼다 보니 알면 알수록 진정한 유머 센스가 있는 사람이란 걸 알고 나서는 언니에게 더 반했다. 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재밌고 유머러스한 사람들에겐  언제나 큰 매력을 느꼈다. 예를 들어 같이 요리하는 시간에도 내가 막 쌈을 싸달라고 아아, 입을 크게 벌리면 언니가 척척 두세 개를 싸서 내 입에 넣어주다가  


-나경이 거엔 더 특별한 소스를 넣어줄게, 봐봐!

 하고(쌈장을 넣은 뒤 열심히 그 젓가락을 한 번 빨았다가 다시 뺐다, 고기를 집었다.) 아밀라아제가 특별한 소스였구나, 푸핫!!!!


-자, 네 것만 계속 이렇게 싸준 거야. 어때? 맛있지? ㅋㅋㅋㅋ

  

푸하합, 이건 뭐 ㅋㅋㅋㅋ 마늘만 넣은 고기쌈보다 오히려 기분도 안 나쁘고 너무 웃겼다. 언니가 좋았기에 이런 장난쯤이야!  언제나 나를 재촉 한 번 하지 않고 끌어주지도 않고 내 옆에 한결같이 있어줬다. 나는 정말 리더감이 아니었음에도 나를 리더로 세워주기 위해 기도하고 기다려줬다. 반주하면서도  찬양하고 웃고 있는 언니의 얼굴을 보는 게 좋았고 심성 고운 나영언니랑 통하는 게 많고 더 친했지만 나는 부단히 언니들 사이에도 끼고 싶어 했다. 또 나영언니 덕분에도 우리의 인연이 이어지고 닿아지고 함께 얼굴을 볼 수 있기도 했고.






수영언니

 


수영언니는 초등학교 때부터 나영언니와 절친 사이다. 반장 · 부반장을 나란히 했던가, 기억은 가물가물 하지만 확실한 건 둘이 리코더로 엄청난 화음을 잘 만들어서 합주를 꽤나 잘했다는 거, 둘이 환상의 하모니로 공연도 종종 했다는 건 언니의 작은 자랑이고 자부심이었다. 작은 악기에서도 호흡이 척척 우리 언니가 수영언니와 호흡이 잘 맞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언니는 그런 수영언니를 전도해서 함께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정말 신기했던 건 주일만 되면 갖은 핑계를 되서라도 교회 가기 싫어했던 나와 달리(재미가 없었다!!) 수영언니는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대문 앞에 나와있었다. 단 한 번도 늦거나 빠지는 날이 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운 날이나 우리 셋은 그렇게 교회를 갔다. 작고 여린 여성스러운 모습과 달리 나는 통통 튀는 언니 목소리와 성격이 강단 있어 보여 좋았다. 


언제나 할 말이 있으면 꼭 하고(수영 언니 입장에선 나야말로 할 말을 다 했다고 하지만, 나야 뭐. ㅋㅋㅋ 늘 가리는 거 없이 이거 저거 다 말하는 여자 노홍철 쪽이었고) 아무리 친하고 가까운 사이라도 평가는 냉정 했다. 

<어울림>이라는 교회 행사를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우리 청년들 자체의 힘만으로 준비할 때 미라 언니와 내가 코이노니아(*교제) 사회와 진행을 맡게 됐다. 재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준비하긴커녕 미라언니랑 우리 둘이 입을 커플 티를 제일 먼저 맞추고 준비물과 선물을 샀다. 미라 언니랑은 만나서 매일같이 놀고 회의는 대충, 게임 종류만 설렁설렁 짜면서 농땡이를 피웠다.


드디어 행사 당일!  둘이서 사회를 보고 진행을 하는 중에 우리끼리 동선이 꼬여 머리 박치기를 하고 말았는데, 그 상황이 너무 웃겼다.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또 웃음을 못 참는 성격인데(별 거 아닌 거에도 맨날 혼자 웃음;;) 혼자 웃음이 터져서 마구 미친 듯이 웃다가 무대 위에서 떼굴떼굴 구르기까지 했다. 숨도 못 쉴 정도로. 미라언니랑 나만 열심히 웃는 정적의 시간. 행사가 끝나고 셀(*Cell : 교회 안 소 규모 그룹) 리더와 전도사님과 함께 모여서 행사에 대한 합평 시간이 있었다. 그때까지도 정신 못 차린 나와 미라 언니는 키득거리며 떠들고 웃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영언니가 손을 번쩍!




이번 코이노니아는 정말 별로였어요.
 준비도 되지 않았고,
관객이랑 함께 웃어야지 사회자가 제일 먼저 웃고 있고
혼자 웃느라 숨 넘어가고.


띠용용!! 

뭐야?? 내 얘기잖아?!

언니가, 믿었던 수영언니가 제일 먼저 손을 들어서 나를 공격하다니. 당시엔, 뭐야, 하고 또 버럭하고 욱 한 마음이 들어 엄청 투덜거리고 싸울 기세였는데(집에 와서도 나영이 언니에게 무진장 혼났다.) 지나고 보니 언니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었고 화를 내거나 무례한 태도도 아니었다. 그냥 나의 잘못이 맞았음에도 그게 뜨끔 하고 불편했고 싫었던 거였다, 난.


언젠가는 전도사님이나 다른 사람에게 들을 말을 수영언니에게 미리 들은 덕분에 상처가 되기보다는 또 수긍을 했던 것 같기 도다. 왜냐하면 천사 같은 나영언니도 나에겐 엄청난 잔소리, 노심초사 자나 깨나 내 걱정뿐이었는데 언니 친구들에게 그런 반응을 받는 게 어쩐지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까. 친절하고 상냥했지만 또 친하기에 아끼는 마음에서 해준 진심으로 우러난 마음의 소리, 고맙고 달게 받았다. 왜냐하면 그보다 나를 더 허용해 주고 품어준 언니들이라는 걸 아니깐.



나경 : 언니는 스트레스받을 때 주로 어떻게 풀어?
수영언니 : (잠시 생각 중) 나? 나는 주로 피아노를 치는 것 같아.



아까 언니랑 잠시 이런 대화를 나눴다. 언니의 대답에 우리가 무수히 부른 찬양과 화음들이 생각났고 이지웅 선생님께서 한참 영어 찬양을 알려주셨을 때 우리끼리 화음을 넣어 열심히 부른 'Run to you'라는 찬양이 떠올랐다.

역시나 시작은 나영이 동생이었지만 나영 언니가 영국으로 떠나고 없을 때에도  나는 언니가 공부하는 연대 대학원 앞에도 찾아가고 그 앞에 맛있는 순두부찌개 집에서 날마다 다른 순두부를 열심히 먹었다. 언니 생일 축하도 해주고. 






수도 여고에 다니는 소영언니도 우리 집에 종종 놀러 와서 같이 재밌는 비디오나 영화를 한 편씩 봤다. 놀러 올 때면 수도 여고 근처에서 파는 맛있는 김밥을 사가지고 왔는데 그때마다 재촉하듯 나영언니에게 물었다. 


-김밥 몇 줄이야??! 내 거도 꼭 사 오는 거지? 내 거 빼놓으면 안 돼. 나는 참치김밥! (혼자 허공에 주문을 한다.

(이 눔의 식탐쟁이야! 과거의 나 자신 ㅜㅜ 작작 좀 해!! 어이구!!)

-나경아, 안 사 오라고 해도 소영이가 네 거 빼먹는 거 봤니? 기다려봐. 따로 그런 전화 안 해도 돼. 알아서 사 올 거야.(언니는 이때 이런 걸 전화로 말하기 좀 창피해서 그랬나;;;)


그런데 진짜로, 언니야들이 내 거를 빼놓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김밥도 항상 넉넉하게 사 오고, 만두까지 추가해서 사 오거나 아이스크림을 사 와도 내가 좋아하는 종류로만 골라서 사 왔다. 굳이 안 껴도 되는 자리에 항상 꼬박꼬박 껴서 같이 치킨도 먹고 김밥도 먹고 영화도 제일 열심히 봤다. 



언니의 친구 현주 언니의 소개로 대학교 땐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로 아이들을 돌보고 챙기는 일도 해보고, 그때도 중요한 일은 언니가 거의 다 하고 나는 보조 선생님의 보조 같은 역할만. ㅋㅋㅋ 피아노도 못 치고 버벅 거리면서도 반주를 해야 했던 으윽;;;  현주언니는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나랑 잘 통해서 박찬욱의 <올드 보이>가 개봉했을 땐 개봉 첫날,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도 난다. 자리가 붙은 자석이 없어서 각각 따로 앉아서 영화를 보고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나 그 영화에 대해서 수다를 떨었다. 언니가 출판사에 취업을 했을 땐 이런저런 좋은 책을 나에게 많이 선물해 줬다. SF소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언니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제대로 된 SF소설이었다. 단편 하나하나가 어찌나 재밌고 기발하던지, 또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몇 장짜리 내용으로 어떻게 그렇게 어마어마한 영화를 만들었는지 감탄하곤 했다. 아이를 낳고 힘들었을 때도 신형철의 영화를 이야기하는 책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코맥 매카시 책도 두 권, 선물로 안겨줬다. 얼마 전에도 요즘 즐겁게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응원을 보내며 <나를 찾아가는 직업>이란 수필을 선물해 줬다. 저자도 나와 같은 두 아이의 엄마다. 



어쩌면 나영이보다 성격은 너랑 내가 더 잘 맞고 잘 통하는 거 같아, 


란 현주 언니 말에 나도 격하게 공감했더랬다. 나영언니가 영국에 가고 없을 때 그리워질 때면 나는 언니 친구들을 만나곤 했다. 소영언니, 현주언니랑 사당역에서, 수영언니를 찾아 연대 앞으로, 영미언니에겐 문자로(언니도 외국에 있어서), 경민언니 집으로, 예진언니랑은 동네에서, 와...

나 무슨 언니 부자네. 


나는 언니들에게 어떤 동생이었을까 

궁금하다. 


 친구 나영이랑은 다 다르다고 했지만 우리는 언니 결혼식에서 결혼하자마자 떠나는 언니를 보면서 우리는 같이 울었고 눈시울이 붉어졌을 때 언니들은 이미 나보다 더 빨리 울고 있었더랬다.

언니가 가도 내가 외롭지 말라고, 곳곳에 상냥하고 천사 같고 즐거운 친구들을 나에게 선물해 주고 간 건 아닐까. 언니들도 친구랑은 전혀 다르지만 하나밖에 없는 동생인 나를 보면서 우리 언니를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고.


아이유의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 어떡해,




라는 가사가 있다면 나는


아이코,




나는요, 언니가 좋은 걸 ~~ 어떡해?


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의 무수한 걸 지적해 줘도 밉지가 않고 싫지가 않은 나의 사랑하는 언니들. 부족한 게 많고 철이 없는 사람임에도 언니들은 나를 귀여워해 주고 도전하게 해 주고 언제나 한결 같이 응원해 줬다. 


아아앗, 쓰면서 알았다. 언니들이 만만 한 건 무시해서가 아닌, 나보다 따뜻하고 배려심 깊고 한참 어른 같은 그 모습들에 내가 덩달아 자신만만해진 다는 것을.

어깨가 으쓱, 저절로 펴지는 나의 든든한 언니야들. 미선언니, 지윤언니도 정선언니, 정영언니, 선주언니도 우리 은영언니도 내가 하고 싶은 거 그냥 다해! 괜찮아, 해주는 그 자체로 나는 정말 좋다.

물론 오늘 등장한 두 명의 언니들도 빼먹을 순 없겠죠!








▶그림 : 로알드 달 『마틸다 』 책 중에서 허니선생님과 마틸다

▷재잘거리는 내 모습과 언제나 귀 기울여 들어주는 허니 선생님 모습이 나와 언니들을 보는 것 같다. 만만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한 두 살 차이가 큰 산으로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언니들이 쉬워서 만만한 게 아니라 언제나 내 눈높이를 맞춰주고 나를 귀여워해 줬기 때문이란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내가 동생들이 귀찮은 걸 너무도 잘 알아서 동생들은 함부로 안 키우지만 ㅋㅋㅋㅋ(하아;; 누가 누굴 키워;; 늘 돌봄을 받는 게 나인데 ㅋㅋ)

내 주변 가까운 동생들은 또 나를 어떻게 바라 볼 지 궁금하다.




우리 봄봄, 진숙아, 

은진아, 희경아.

나는 어떤 언니야일까?







그래도 카메라는 항상 제가 듭니다!!! ㅋㅋㅋㅋ




글 쓰는 오늘 Season13 우리들의 글루스 III 
아홉 번째 일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나의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