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나고 쓰는 휴가 일기
10일간의 휴가가 다 지나는 지금에서야 휴가일기를 써보려 한다. 미뤄놨던 방학 일기를 몰아서 쓰던 버릇을 아직도 고치지 못한 인간의 일기다.
휴가 일기를 쓰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항상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내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 소설은 아닌 것 같고 평범한 일상을 탈출하는 여행기라면 그래도 쓸 소재가 있다고 생각해서 여행기를 쓰게 되었다.
과거형으로 쓰는 여행기라니... 내가 생각해도 웃기지만 최대한 당시의 감정이 휘발되기 전에 써서 생생하게 남겨 놓는 게 나의 목표이다. 여행을 하면서 든 생각과 일상을 그때그때 기록하려고 했는데 관광 후에 녹초가 되어 여행 중에는 아예 글을 쓰지도 못했다. 여행을 다녀와서도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유튜브나 보면서 빨래만 하다가 휴가 마지막 날에서야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되었다. 여행 중에 큼직큼직한 주제를 메모장에 조금씩 남겨놓긴 했지만 내일부터 출근을 해야 하는데 현생을 살면서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이번 휴가는 시드니로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에 LA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장거리 비행은 당분간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1년 사이 그 괴로움을 잊어버리고 다시 10시간의 비행을 택했다. 그러고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인천행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다짐했다.
'다른 대륙으로의 여행은 다시는 하지 않으리 ‘
여행기를 시작하기 전에 굳이 호주로 간 이유를 설명하는 게 순리일 거 같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와이프랑 날짜를 맞추고 여행지를 정하다가 자연스럽게 호주로 가보자는 말이 나왔고 시드니와 멜버른 중 어디로 갈지만 고민했었던 것 같다. 와이프는 이미 결혼 전에 시드니를 다녀온 경험이 있었음에도 내가 시드니로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서 결국 시드니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비싼 돈 들여 여행을 가면서 이전에 갔던 곳에 가는 게 싫었을 텐데 "자기랑 가는 건 처음이니까"라고 흔쾌히 동의해 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여행기를 시작해야겠다. 호주랑 전혀 상관없는 얘기들도 나올지도 모른다. 그냥 INTJ 남자가 호주에서 한 생각을 엿보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