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차 세차 어떠세요?"
나의 물음에 아버지는 우리 집과 큰길을 잇는 길가를 지나갈 곳 없이 막고 서있는 흙으로 원래 색을 뒤덮인 트럭을 훑어보았다. 누릿 누릿 익기 시작한 늙은 홍시 감나무는 계절을 약속한 듯, 아버지의 흙 묻은 트럭으로 감홍시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흙색에 감색이 굳어져, 아버지의 트럭은 원래 색과 더 멀어지고 있었다.
"언니랑 같이 했어요."
나는 혼자 생색내어도 좋을 것을 언니를 거들 먹이며 함께 트럭에 흙먼지를 씻어냈다고 알렸다. 시골집 골목에 물 호스가 없었으면 감히 생각도 못할 아버지의 흙 묻은 트럭 세차는 우리 자매들의 힘으로 고집스럽게 되풀이되었다.
"흙 묻은 트럭 무엇하러 그렇게 씻냐. 내일도 더러워질 건데."
아버지의 말은 거짓말이다. 아버지의 진한 주름에서 피어난 얕은 주름과 눈가에 미소는 어린 딸이 아버지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알아준다는 안도와 위로를 말없이 알려주었다.
아버지만큼 나이가 되어보니, 지금은 생각나지도 않는 아버지의 말들이, 얼굴 표정으로 나마 내 유년시절 기억으로 남아있어 마음이 포근해지고, 나름 노력하신 것이구나를 확연히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