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운의 화요음악회 이야기 제11화, ‘기생유 하생량(旣生瑜 何生亮)’
서양 음악사상 최고의 작곡가이며 최고의 천재로 알려진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음악은 어느 나라나 지역에 국한되지도 않았고 그 장르에서도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소나타 오페라 성악곡 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위대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모차르트에 대해서는 모두 잘 알고 계십니다. 그렇기에 화요음악회에서 처음으로 모차르트를 듣기 시작하는 날 저는 ‘기생유 하생량(旣生瑜 何生亮)’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던 삼국지(三國志)의 주유 이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오나라의 주유(周瑜)는 문무(文武)를 겸비한 재능의 소유자였으며 대단한 지략가로 오나라 병권을 장악하고 있는 대도독의 지위에 있었지만 제갈량(諸葛亮 181-234, 자는 孔明)과의 경쟁에서는 번번이 졌고 이것이 병이 되어 요절했습니다. 결국 화병으로 죽으면서 그는 하늘을 우러러 '기생유 하생량(旣生瑜 何生亮)' 즉 "하늘이시여! 이미 주유를 낳았으면 어찌하여 또 제갈량을 낳았습니까?라고 부르짖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우리가 잘 아는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에서의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 1750-1825)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살리에리는 당시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던 음악가였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오페라, 실내악, 종교음악으로 착실하게 명성을 쌓았으며 1788년에는 궁정 음악가로 임명받아 거의 죽을 때까지 그 지위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6살 아래인 모차르트의 출현과 더불어 열등감을 느낀 그가 “신이여! 당신은 왜 모차르트에게만 천재성을 부여하시고 나 살리에리에게는 그토록 평범한 것만 주셨나이까? ”라고 신을 향하여 처절한 절규를 하는 모습이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나옵니다.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운명이 마치 삼국지에서 주유와 제갈량의 운명과 방불하기에 제가 ‘기생유 하생량(旣生瑜 何生亮)’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기 시작한 첫날 화요음악회에서는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주피터(Jupiter)를 들었습니다.
모차르트는 모두 41개의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천재 중의 천재인 모차르트는 10살도 안 된 어린 나이로부터 교향곡을 작곡하기 시작해서 이렇게 많은 교향곡을 작곡했으며 모두가 훌륭한 작품들입니다. 그중에서도 후기 교향곡들 중의 마지막 곡들인 39번 40번 41번은 흔히 3대 교향곡이라 불려지며 모차르트의 천재를 말할 때 항시 거론되는 곡들입니다.
이 곡을 작곡할 때 모차르트는 빈에서 가난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이 3곡의 걸작 교향곡들을 불과 두 달 내에 완성했습니다. 1788년 6월 20일에 39번이 완성된 뒤 7월 25일에 40번을 완성했고 8월 10일에 마지막 41번을 완성했습니다. 더구나 이 세곡은 그 내용과 형식이 모두 다릅니다. 기쁨과 행복이 드러나는 39번, 고뇌와 사랑의 괴로움이 묻어 나오는 40번, 그리고 드디어 모차르트가 다다른 천상적인 음악 세계를 담고 있는 41번 교향곡입니다.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곡’에서는 이 곡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의 이름으로 잘 알려진 주피터(Jupiter)는 그가 지은 이름이 아니다(19세기의 출판업자인 Johann Baptist Cramer가 지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이름은 이 곡의 올림피아 신과 같은 성격에 어울린다. 이 곡을 시작하는 광활하고 위엄 있는 총주(總奏 tutti)를 들으면 곧장 이를 수긍할 수 있다.’
불과 16일 만에 완성되었다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주피터(Jupiter)는 그이 마지막 교향곡이자 최대의 걸작이며 그 이름에 걸맞게 특출한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기악곡 가운데 최고봉을 이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곡의 피날레는 모두가 감탄하는 위대한 음향을 구축하며 끝납니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곡이 그의 생전에 연주되지 못했는데 이는 당시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 음악을 듣던 청중들에게 이 곡은 너무나 심오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모차르트 사후에야 이 곡의 진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모차르트를 그렇게도 좋아했던 신학자 칼 바르트는 그의 저서 모차르트의 이야기 중에서 ‘나는 천사들이 하나님의 존전에서 바하만을 연주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확신하는 바는 천사들이 저희끼리 있을 때는 모차르트를 연주한다는 것이고 사랑의 하나님께서도 그 음악을 기꺼이 들으신 다는 것입니다,’라고 썼습니다.
과연 모차르트의 음악이 어떻기에 칼 바르트도 천사도 그리고 하나님까지도 경청하셨는지 오늘 그의 교향곡 주피터를 들으면서 알아보겠습니다.
Bruno Walter지휘 Columbia 관현악단의 연주, George Szell 지휘 Cleveland 관현악단의 연주 등이 모두 명연이지만 이 곡만을 다섯 번 이상 녹음한 명장 Karl Bohm이 지휘한 Berlin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오늘 감상하겠습니다.
1악장 Allegro vivace : 총주(總奏 tutti)로 시작되는 찬란한 제1주제의 선율이 이윽고 우아한 제2주제의 선율로 바뀝니다.
2악장 Andante cantabile: 소나타 형식의 평화로운 안식의 노래
3악장 Menuetto: Allegretto - Trio: 장려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궁정의 연회와 같은 악장
4악장 Molto allegro : 영국의 음악 저술가 ‘그로브(George Grove)’는 이 마지막 악장에 모차르트가 결집한 모든 힘이 녹아있다고 했습니다. 후가와 소나타 양식이 융합된 모차르트의 독창적인 수법이 빛나는 악장입니다.
아이큐가 200이 넘었다고 하는 모차르트도 그 삶이 행복하지는 못 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아이큐 평균은 100이어서 모차르트의 반밖에 안 되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talent)를 감사한 마음으로 충실하게 살아가면 오히려 보람 있는 삶이 아닐까 합니다.
19 오랜 후에 그 종들의 주인이 돌아와 그들과 결산할새
20 다섯 달란트 받았던 자는 다섯 달란트를 더 가지고 와서 이르되 주인이여 내게 다섯 달란트를 주셨는데 보소서 내가 또 다섯 달란트를 남겼나이다
21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
22 두 달란트 받았던 자도 와서 이르되 주인이여 내게 두 달란트를 주셨는데 보소서 내가 또 두 달란트를 남겼나이다
23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주님께서는 다섯 달란트를 남겼나 두 달란트를 남겼나 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맡겨진 일에 충성했나 못 했나 가 중요하다고 가르쳐 주십니다. 우리도 주어진 일에 충성하며 살아가는 모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도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겠습니다.
정이정(淨耳亭) 청지기 석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