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글)
국화리 브런치 스토리를 사랑해 준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기행수필집 <길 위 글자 한 줌>을 2026년 5월,
종이책 출간을 앞두고 원고를 정리 중입니다.
앞부분 퇴고를 마친 글 20여 편을 브런치 북으로 엮어서
여러분들에게 먼저 선을 보이려고 합니다.
한민족의 명산, 백두산, 금강산을 선두로 시작 서양의 뿌리인 그리스로 가서
그 문명 발생과 주역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열어 보입니다.
이태리, 프랑스, 루브르, 독일….. 서양의 찬란한 문화의 흐름을 만나게 됩니다.
여행의 낭만과 가벼운 인문학의 세계를 함께 걸어요.
책을 읽는 동안 독자님의
소중한 의견과 공감을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서문)
『길 위 글자 한 줌』에 부쳐
첫 수필집 『사랑을 말하고 싶은 날』을
세상에 띄운 지 한 해가 되었습니다.
독자들로부터 건네받은 박수는
내게 다시 글에 정진하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 따스한 응원으로
이제 또 한 권의 여행 수필집을
조심스레 독자 앞에 내놓습니다.
삼십여 년 동안 길 위를 걸으며 남겨진 이야기들이
마침내 만삭의 무게로 태동을 시작했습니다.
첫 여정은 방송사 주최
「K 교수와 떠난 지중해 여행」이었습니다.
그때 공모한 여행기는
[미주 라디오 코리아]의 전파를 타고 흘렀고,
이내 작은 문집이 되어
독자와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듬해 중국 북부를 여행하며 쓴
「백두산 천지에 오르다」가
미주 문학지 『문학세계』에 실렸을 때,
나는 길 위의 순간이
글로 되살아나는 경이로움을 처음 맛보았습니다.
찰나의 기록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는 사실은
내 삶에 새로운 빛을 밝혔습니다.
여행의 기록은 차곡차곡 쌓여갔지만,
2005년 『실크로드를 가다』를 끝으로
나는 한동안 글을 묶는 일을 멈추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정성껏 다듬은 기록들이
너무 쉽게 흩어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더 깊은 곳을 응시하며
묵묵히 걸었습니다.
여행은 멈추지 않았고,
세월의 지층 아래 잠들어 있던 글들은
다시 숨을 틔우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 덮어 두었던 원고를 펼치며
나는 다시 길 위에 선 사람처럼 설레었습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정성껏 주워 담았던
글자 한 줌,
이제 그 조각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습니다.
돌담에 스며든 햇살,
바람결에 실려 온
옛사람의 숨결,
낯선 골목에서 마주친
맑은 눈빛들.
그 모든 것이
저마다의 언어가 되어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길을 깨웠고,
사색의 여정으로 나를 이끌었습니다.
역사의 지층이 드러난 도시에서,
광활한 자연의 적막 속에서
나는 세계를, 그리고 나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붙잡아 둔
시간의 기록들이
이제 『길 위 글자 한 줌』이라는 이름으로
당신 앞에 놓입니다.
길은 언제나 열려 있고,
글은 그 길 위에 남겨진
작은 숨결입니다.
이 기록을 따라 걷는 동안
당신 또한
그 길의 바람을 함께 느끼기를 바랍니다.
낯선 풍경 속에서
내가 삶의 빛을 발견했듯,
이 작은 글자 한 줌이
당신의 마음에도 조용히 내려앉아
당신의 길을 비추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6년 봄
국화리
(추천사)
'길 위 글자 한 줌'
여행의길, 인문의 길-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국화리의 여행 수필집 '길 위 글자 한 줌'은 한반도의 절경 백두산과 금강산으로 시작하여 서구의 심장인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 체코를 경유하여 캐나다, 미국, 멕시코, 중국, 일본에 이르는 장강대하의 여정으로 채워져 있다. “길 위의 순간이 글로 되살아나는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작가의 인문적 폭과 깊이는 여행이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철학적, 예술적 사유를 동반하는 성찰의 과정임을 알게 해준다. 우리는 작가의 행로와 목소리를 통해 어느새 인문학과 예술이 지향하는 암시적 가치에 다다르게 된다. 작가가 여행하는 곳에는 자연과 인간과 역사가 어울려 빚어내는 놀라운 순간적 통일성이 존재하는데, 독일 미학자 벤야민은 이러한 외부 세계와 내면 의식의 순간적 합일을 “아우라(Aura)의 경험”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저마다의 아우라를 품은 공간들을 통해 우리도 그러한 경험에 한껏 동참하게 된다.
이 책에는 마음의 북쪽에 서서 민족을 일깨우는 백두산, 뼈대만으로도 한 시대의 큰 울림을 전하는 역사의 현장 파르테논 신전, 르네상스의 향기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피렌체, 지금도 정신의 지주처럼 살아 목소리를 내준 '레미제라블'의 파리, 철학자 니체의 요람이자 무덤이 있는 뢰켄 등이 잔잔한 묵화처럼 순서대로 펼쳐진다. 그리고 작가는 다시 길 위에 선 사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다른 대륙으로의 이동을 적극 수행해간다. 차분하고 이지적인 문장으로 세계와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필치가 새삼 예술적 공감을 더하고 있다. 한 땀 한 땀 떠간 언어의 실낱들을 비추는 작가의 지성과 감성 앞에서 우리는 이 수필집이 ‘여행의 길, 인문의 길’이라는 부제(副題)를 하나하나 웅변하는 듯한 여러 순간을 만나게 된다. 애잔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길이다.
공간과 시간의 어우러짐
-그리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
장소현 (시인, 극작가)
여행은 공간과 시간의 조화를 체험하는 행복한 길입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나고, 그 공간의 바탕에 깔려있는 시간의 나이테가 이루어내는 어울림을 온몸으로 느끼는 멋진 경험... 세계의 유명한 관광지, 특히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은 긴 세월의 연륜으로 농익은 역사의 향기로 가득하지요. 시간이 공간을 빛내주는 겁니다. 고물과 골동품의 차이, 낡은 것과 익은 것의 차이 같은 것이랄까요. 거기에 사람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여행은 한층 깊고 풍성한 드라마가 되지요.
국화리 작가의 여행수필집 『길 위 글자 한 줌』에는 한 도시의 개성적인 공간과 역사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인 셈이지요. 그래서 참 재미있어요. 가령, 포노 로마노에서 클레오파트라를 만나고, 중국 서안(西安)에서는 양귀비를 만나는 식입니다. 파리에서 카미유 클로델을, 멕시코의 작은 도시 코요아칸에서는 프리다 칼로를, 뮌헨에서는 이미륵과 전혜린을 만나지요. 베를린에서는 손기정 선수를 만납니다.
그런 만남의 서사와 사람냄새를 통해서 여행의 추억은 입체적이고 흥미진진해집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다른 여행 책들과는 결이 다른 맛을 줍니다. ‘인문의 길’이 되는 것이죠.
거기에 작가의 간절한 마음이 더해지면 참나(眞我)를 찾는 자기성찰의 시간이 되기도 하지요.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경험.... 큰 기쁨이지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많은 경우 사랑 이야기로 발전합니다. 슬프고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 니체와 루 살로메, 카미유 클로델과 로댕, 양귀비와 당현종, 프리다 칼로와 트로츠키의 아슬아슬 조마조마한 사랑... 카미유 클로델이나 프리다 칼로처럼 몸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에 대한 작가의 연민어린 시선도 참 정겹고 좋습니다.
아, 물론, 사랑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괴테와 실러, 헤르만 헤세와 시인 프리드리히 휠더린, 카프카와 쿤데라, 윤동주 시인, 그리스 연인 아스파시아, 소크라테스, 다빈치, 카를 4세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하여 철학적, 예술적 화두를 던집니다. 아, 마키아벨리도 나오고, 히틀러도 등장하네요. 그러니 재미있을 수밖에요.
그런가 하면, 같이 여행 간 사람들이나 작가의 친인척들, 아득한 옛날 여고 시절 동창생, 이웃사촌 같은 사람들의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들도 재미를 더합니다. 여행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니 한층 흥미롭지요.
여행기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은 거의가 비슷할 겁니다. 이미 가본 곳에 대한 글을 읽을 때는 자기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 그때 거기서 나는 이렇게 느꼈는데, 이 작가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흠, 뭐 그럴 수도 있겠군...”이라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것이고, 아직 안 가본 곳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는 나도 가보고 싶다는 욕망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겠죠.
국화리 작가는 그런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다른 시선을 은근히 권합니다.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보면 여행이 한층 즐겁고 풍성해지고, 오롯이 나만의 기쁨을 느낄 수 있으니 한번 해보라는 것이죠. 새로운 시선? 많은 사람들이 와글와글 한 곳에 몰려들어 인증샷 찍느라고 소란스러울 때, 잠깐 다른 곳을 바라보면 거기 새로운 아름다움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모나리자의 시선」 같은 글이 대표적인데요. 루브르박물관에 가서 모나리자를 감상하려다 인파에 떠밀려, 모나리자는 콧배기도 제대로 못 보고 앞사람들 뒷꼭지만 구경한 불상사를 겪은 경험 있는 분 많으실 겁니다. 그렇다고 힘들게 루브르까지 왔는데, 천하의 모나리자를 안 보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런 사람들에게 국화리 작가는 건너편, 모나리자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라고 권합니다. 거기에 파올로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 잔치」라는 큰 그림이 걸려 있고, 사람도 거의 없어서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지요. 물론, 이 작품도 감상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명작입니다. 모나리자에 결코 지지 않아요.
“꿩 대신 닭이냐?”고 투덜대지 말고, 나만의 아름다움, 나만의 볼거리를 찾으라는 이야기입니다. 뮌헨에서 이미륵과 전혜린의 자취를 더듬고, 베를린에서 손기정을 떠올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글을 쓰는 작가이니까 그런데 관심이 쏠리는 것이겠지만, 유명한 장소나 풍경 앞에서 인증사진 찍는 것과는 다른 나만의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어디를 갔다 왔다는 것보다 거기서 무엇을 느끼고 얻었는가가 여행의 핵심이 아닐까요? 남들이 다하니까 나도 한다, 안 하면 뒤떨어질 것 같아서 나도 한다... 그런 따라 하기 말고 나만의 시각으로 보고 느끼고 해석하는 마음가짐... 말하자면 ‘관광’과 ‘여행’의 차이 같은 것이랄까요.... 먹고 마시고 떠들고 사진 찍고... 그런 일에 그치지 말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여행...
국회리의 여행수필집 『길 위 글자 한 줌』은 그런 여행을 바라는 이들에게 좋은 길벗이 될 겁니다. 자신의 글을 ‘여행수필’ ‘인문의 길’이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것도 그런 뜻으로 읽힙니다.
여행에 대한 명언 몇 개 인용합니다.
“여행은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떠난다”-무라카미 하루키
“여행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는 과정이다”-헨리 밀러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방법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알랑 드 보통
아이쿠, 사설이 너무 길어졌네요. 미안합니다.
자, 이제 국화리 작가와 함께하는 ‘여행의 길, 인문의 길’을 떠나 봅시다. 마음 활짝 열고 즐거운 마음으로 추울바알! Bon Voyage!